‘꼼수’에 재미 붙인 삼양식품, 왜?
‘꼼수’에 재미 붙인 삼양식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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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순위 조작, 주가 시세 차익 등 구설수
▲ 삼양의 대표라면 '삼양라면'

오너 3세 지분몰아주기 ‘비판’…모럴 헤저드 度 넘어
주가 급등 후 오너 일가 시세차익 전형적인 수법 동원

삼양식품 지분 2.72% 보유한 ‘비글스’ 대주주는 미성년자
연이은 장내 매도, 일반주주 “비글스 먹튀 아니냐” 맹비난

최근 하얀국물 라면 ‘나가사끼 짬뽕’이 거둔 대히트로 삼양식품의 주가가 연속, 상승 곡선을 달리고 있다. 오랜 기간 농심에 밀려왔던 숙원을 제대로 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호사다마랄까. 요즘 “삼양식품의 부도덕한 모럴 헤저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오너 3세에게 지분을 몰아주기나 주가 시세차익 등의 행위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또한 보도 자료를 통해 판매량 순위를 조작하는 ‘꼼수’를 쓰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맡고 있다.

삼양식품그룹은 국내 라면의 원조로 꼽히는 ‘삼양라면’을 생산하는 삼양식품을 비롯해 삼양농수산·삼양축산·프루웰·삼양베이커탱크터미널·원주운수·삼양T.H.S 등의 계열사를 둔 중견 그룹이다.
삼양식품그룹은 지난해 3월 창업주인 전중윤(92)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되고 장남인 전인장(48)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해 본격적으로 2세 체제를 맞았다. 이는 1961년 창업한지 50년만이다. 정 회장의 부인인 김정수(47) 사장 또한 삼양식품을 중심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오너 3세 수천억원대 좌지우지?

그런데 최근 삼양식품은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오너 3세의 개인회사인 ‘비글스’가 삼양식품 지분을 팔아치운 것으로 알려져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는 주가 급등 이후 오너 일가가 세시차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비글스는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전인장 현 회장의 아들 전병우(17)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지난 6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지분 2.72%를 보유한 비글스는 지난 11월 29일 3,100주를 장내 매도한 것을 시작으로 6일까지 보통주 12만4,690주(1.68%)를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2만6,950원이던 삼양식품의 주가는 60% 가까이 급등해 4만2,550원까지 올랐으며 이에 따라 비글스는 4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후 비글스가 보유한 삼양식품의 지분은 1.04%까지 떨어졌다. 이는 사실상 지분 대부분을 매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비글스의 ‘무리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수혜주로 꾸준히 거론되면서 삼양식품은 올해 초에는 1만7,0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6월말 3만원까지 올랐다.
그런데 이때도 비글스는 7월 4일부터 8일까지 지분 14만3,290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기간 매물의 평균단가는 2만9,437원이었다. 이에 따라 약 42억원 수준의 시세차익을 누린 것이다. 비글스는 이와 동시에 6월 9일과 20일에 각각 신주인수권 9만4,043주를 행사하기도 했다. 비글스의 이 같은 행동을 둘러싸고 당시 일반주주들로부터 “비글스가 먹튀가 아니냐”는 소리까지 듣기도 했다.

그룹 지배구조 핵심 ‘삼양농수산’

이러한 일련의 사건 때문에 총 자산이 31억원 수준에 불과한 비글스는 삼양식품이 3세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 과정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삼양식품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는 총자산이 957억원대인 삼양농수산으로 알려져 있다.
삼양농수산은 주력사 삼양식품의 자산 2,118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삼양식품의 지분을 51.8%나 보유하고 있다. 비글스는 바로 이 삼양농수산의 지분 26.9%를 확보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비글스는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지분이 없었지만 최근 3년간 대거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21%를 보유한 전인장 회장의 주식과 합치면 회사에 강력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물론 현재 삼양농수산의 최대주주는 42.2%를 보유한 김정수 사장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사실상 등기임원에 불과해 힘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업계에서는 “비글스가 주가가 과열된 틈을 타 삼양식품의 지분을 대거 매도하는 것은 시세차익을 내는 동시에 지배구조 정리를 하기위한 것”이라고 대체로 풀이하고 있다.
삼양식품을 삼양농수산이 장악하고 있으며 삼양농수산은 비글스의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비글스가 굳이 삼양식품의 지분을 들고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비글스 지분 100%를 가진 아들 전병우는 겨우 31억원짜리 회사로 수천억 원 대 회사를 움직일 수 있는 지위를 차근차근 다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삼양식품의 ‘얌체 행각’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2월 1일 삼양식품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마트 137개 전체 매장 11월 라면 판매에서 ‘나가사끼 짬뽕’이 ‘신라면’을 앞질러 1등이 됐다”고 발표했다. 삼양식품은 보도자료에서 “나가사끼 짬뽕이 11월 한 달 간 1,700만개 팔리며 이마트에서 신라면을 추월하고 라면 1위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전인장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 50.55%

하지만 삼양식품의 이러한 발표는 상당히 과장된 내용임이 드러났다. 이마트에 확인한 결과 나가사끼 짬뽕은 라면 5개를 한 묶음으로 판매하는 번들 상품에서만 1위를 차지했을 뿐 박스 단위 매출까지 합쳐보면 신라면이 매출에서 10억원정도 여전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한 마디로 삼양식품 측이 ‘꼼수’를 쓴 것”이라고 비판한다. “문제의 발단이 된 삼양식품의 보도자료에는 원래 나가사끼 짬뽕이나 신라면의 판매액 수치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삼양식품은 보도자료를 발표한 후 통계 오류 논란과 이마트 및 경쟁사의 항의를 받았지만 일부 언론을 통해서만 “5입 상품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흘렸을 뿐 공식 사과는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아울러 “삼양식품의 이런 행태는 단순한 허위 과장 광고 선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양식품이 허위 보도자료를 내고 이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자마자 재빠르게 주가를 처분하여 이를 통해 오너 3세인 전병우 군의 지분을 올린 듯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칫 ‘시세차익을 도모하기 위해 보도자료를 돌린 것이 아니냐’는 ‘기획설’의 오해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다.
동시에 이렇게 주가가 오르면서 전인장 회장 등 삼양식품 오너일가의 지분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전인장 회장, 김정수 사장 부부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0.55%에 이른다.
전 회장이 16만여주(2.14%), 김 사장이 30만여주(4.05%), 전 회장의 동생 전인성 씨가 37만여주(5%)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주일 간 이 세 사람의 지분을 합친 주식가치 상승액수는 282억원에 달한다.

신제품 출시 둘러싸고 구설수

삼양식품의 최대 주주인 삼양농수산(251만주, 33.82%)은 전인장 회장의 부인인 김정수 사장이 42.2%를 보유해 최대주주이며 아들 전병우 씨와 전 회장이 각각 26.9%, 2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아울러 삼양식품은 향후 신제품 출시를 둘러싸고도 유쾌하지 못한 미묘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삼양식품은 나가사끼 짬뽕에 이은 하얀국물 라면 시리즈 2탄인 ‘돈코츠라멘’을 빠르면 내년 초에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삼양식품 측은 일단 부인하고 나섰다.
라면업계에 따르면 원래 삼양식품은 ‘나가사끼 짬뽕 2탄’에 대한 연구·개발을 최근 마쳤으며 내년 1월 중순께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 김정수 사장도 최근 제품을 시식한 뒤 맛에 대한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소문에 대해 삼양식품 측은 “돈코츠라멘 맛의 라면은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메뉴 중 하나이며 김정수 사장이 본 제품을 시식한 것 또한 여러 연구 개발 제품 중 하나로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즐거운 일본 맛기행’으로 시리즈를 출시한다는 것도 회사에서 정한 방향과 다르다”며 “돈코츠라멘도 일본의 유명한 라면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에서 출시하기 위해서는 한국 입맛에 맞게 변경해야 하고 브랜드명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나가사끼 짬뽕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대형할인점도 물량이 부족한 시점”이라며 “현재는 나가사끼 짬뽕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현재 삼양식품은 익산 공장에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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