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이 민주통합당으로 지난 18일 공식적으로 출범하며 차기 지도부 선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통합당은 초대 당권을 놓고 유력주자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본격화 됐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그룹은 한명숙 전 총리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그리고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를 꼽을 수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권 교체는 한명숙의 마지막 소임”이라면서 “반드시 빼앗긴 민주정부의 꿈을 되찾고 싶다.”고 당권 출마의 뜻을 강조했다. 당 대표 출마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서 탈피해 정치적으로 재개하는 첫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명숙 당권 출마 강조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염두에 두며 “대권주자가 비대위원장으로 나서 혁신한다는 것은 자신의 권력 강화를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이 나라를 또다시 과거로 퇴행시킬 박 비대위원장과 맞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조의를 표하며 “정부도 조의 문제에 인도주의적 관점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망연자실한 채 주저앉아 있었지만 언제까지 뒤돌아보기만 할 수 없다.”면서 “시민과 함께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100만 민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야권통합 운동을 해온 문 대표는 시민통합당 주자 중에 가장 눈길을 모으고 있으며 100만 민란 프로젝트에 서명한 시민 18만명의 힘이 당권주자로써의 꿈을 무르익게 하고 있다.
문 대표 역시 김 국방위원장 사망에 조의를 전하며 “김 국방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반도의 평화공존과 상호번영을 위해 6·15선언과 10·4선언을 발표했다. 이 정신은 이후에도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표는 기자회견에 앞서 영등포당사에 들러 당직자들과 상견례를 가진 뒤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 참배하는 것으로 출마 행보를 이어 갔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호남의 민주당 전통세력을 지지기반으로 행보를 넓히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계파를 넘어 상당수 의원들이 그에게 지지를 나타냈으나 폭력전대로 인해 반통합 움직임을 주도하는 이미지가 커지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남북문제가 대두되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부장관을 역임하며 수차례 김 위원장을 만난 박 전 원내대표는 그 당시 상황 등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고, 대부분 언론이 박 전 원내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며 뉴스의 초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다른 당권주자들이 김정일 변수로 전당대회를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제일 큰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변수로 전당대회 연기?
또한 야권통합에서 맹활약한 이인영 전 최고위원도 눈길을 모은다. 지난해 전대에서 ‘486 반란’을 일으키며 최고위원에 오른 이 전 최고위원은 세대교체론을 내세우고 출사표를 던졌으며, 재야 민주계 출신인 그는 1년 넘게 통합 실무를 담당해 온 486의 선두주자다.
30년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YMCA의 ‘맏형’으로 꼽히는 이학영 전 진보통합시민회의 상임의장도 “시민의 요구가 정책이 되고 집행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486그룹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부겸 이종걸 우제창 의원, 신기남 김태랑 전 의원 등도 차기 지도부 경쟁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정대철 상임고문, 김기식, 남윤인순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 이용선 혁신과통합 상임대표 등의 출마 가능성도 오르내린다.
한편 당 안팎에서는 차기 당권주자들 중 한 전 총리가 가장 앞설 것으로 관측하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무엇보다도 민주당과 시민사회진영 모두 우호적이고 총리 등 다양한 경륜 역시 강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일 변수'가 여야 정치권을 강타하며 민주통합당 당권주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직후 당권주자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문제에 대한 당권주자들의 전략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출사표를 던지려는 당권주자들이 "김 위원장의 사망이 한반도에 일으킬 수 있는 변수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출마선언을 할 계획이었지만 연기를 하려고 한다. 2∼3일 지나면서 여건이 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는 등 곤혹스런 모습을 나타냈다.
이와함께 선거운동에도 차질을 나타내며 각 캠프에서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대부분 후보들은 선거인단 모집을 잠정 중단했고, 또 선거운동도 직접접촉보다는 간접적인 전화 지지 방식으로 전환했다.
남북문제 당권주자 전략수정 불가피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는 출마선언을 하면서 국민의명령 회원들로부터 노란색 장미꽃 100송이를 전달받는 퍼포먼스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퍼포먼스를 전격 취소했다.
일부 당권주자들은 "통합정당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전당대회인 만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모든 이슈가 김 위원장의 사망에 집중되다 보니 국민적 관심이 떨어져 초기 프레임을 짜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금의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신임지도부 및 민주진보통합대표자 연석회의’에서 통합선언문을 통해 “야권통합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 민주, 시민, 노동이 함께하는 새로운 통합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당사의 신기원을 개척했다. 변화와 혁신의 요구를 담는 새로운 통합정당”이라고 밝히며 “정당의 문을 활짝 열겠다. 정당정치의 불신을 극복하는 주인이 되어 달라”면서 “쉽게 참여하고 소통하는 새로운 정당구조에 변화와 혁신의 주인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2012년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음달 15일 야권통합정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했다. 양측은 통합실무협상에서 다음달 15일 전당대회를 열고, 6명의 선출직 지도부를 뽑게 된다.
예비경선 1인 3표제 원칙
민주통합당의 지도부는 당 대표를 포함해 선출직 최고위원 6명, 지명직 최고위원 3명, 당연직 최고위원 2명으로 구성되며 지명직에는 노동, 여성, 지역이 고려된다.
현재 당권 후보자가 20여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해 예비경선을 치른 뒤 본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고, 예비경선은 1인 3표제를 원칙으로 하며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9명의 본경선 진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중앙위원 구성 비율은 민주당의 광역·기초단체장 등 당연직 중앙위원을 인정해 민주당, 시민통합당 6대 4 정도로 배정하기로 했고, 지도부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은 ‘대의원 30%, 당원·시민 70%’로 구성된다. 대의원 선거인단은 양당 대의원 동수로 구성키로 했으며 민주당 당비당원 12만 명은 자동으로 선거인단으로 인정된다. 투표는 1인 2표제를 원칙으로 휴대전화·현장투표로 하며 선거인단 신청은 온·오프라인으로 가능하다.
장범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