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열광하는 이유는?
‘나는 꼼수다’ 열광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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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비판, 과감한 실명, 민감한 사안 풍자·해학
▲ '나꼼수' 등장인물의 캐릭터

‘나는 꼼수다’가 사회적 열풍으로 대두되고 있다. 기존 언론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방송을 하고, 소재를 채택하고, 진행을 하고,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고, 하지만 청취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왜 그럴까? 기존 언론에 던지는 도전장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일까?


4명의 정치인과 언론인이 모여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형태로 현실을 해학적으로 풍자하는 ‘팟캐스트(podcast)’ 라디오방송 ‘나는 꼼수다’가 기존 언론에 ‘대항마’로 부각되고 있다.
3개월 전 공식적으로 평균 다운로드 200만 건, 조회 수 600만 건을 기록했는데, 지금은 1,000만 건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많은 유행어까지 양산하고 있어 ‘나꼼수’의 인기와 영향력은 거의 사회적 신드롬으로 부각하고 있다.

사회적 신드롬 부각

‘가카 헌정방송’을 자처하는 나꼼수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을 풍자적으로 해석하고, 기존 언론에서 언급하지 못했던 내용에 대해서 ‘잡담(chat)’형식이지만 정곡을 찌르는 방송으로 청취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거침없는 비판, 과감한 실명(實名) 등을 사용, 나꼼수는 이제 기존언론에 ‘식상’한 세대와 또 다른 수용자들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운 언론의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부터 시작한 나꼼수는 현재까지 에피소드 34개를 방송했는데, 횟수가 거듭할수록 물리적 조회 건수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와 ‘중앙선관위의 디도스 공격’사건에 대한 방송은 기존 언론보다 빠르게, 깊이 있는 방송으로 이들의 뉴스취재력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나꼼수에 대한 열풍 또는 영향력에 대해 인정을 했다. 미 팟캐스트 뉴스·정치부문과 에피소드 부문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고, 뉴욕타임스(NewYork Times) 인터넷 판에서 특별 세션으로 나꼼수에 대해 보도를 했다. 국내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수여하는 21회 올해의 ‘민주화 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팟캐스트를 통해 오디오파일 형태로 제공되는 ‘나는 꼼수다’는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4명의 남자가 골방에 앉아 마치 ‘아줌마들의 수다’처럼 2시간 동안 특정 주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이야기를 신나게 토해내는 프로그램이다. 소재는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진행방식이나 대본은 거의 없다. 제작 장소는 최근 ‘골방’을 벗어나 콘서트형식을 빌어 여의도공원이나 대한문광장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등장인물은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그리고 김용민 4명이다. 김어준은 딴지일보 총수로 1998년 한국 최초 인터넷매체 딴지일보를 창간했다. 이때부터 인터넷 논쟁을 주도했고, 막말과 독설을 서슴치 않아 막말과 독설의 ‘원조’로 불리 운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MB의 꼼꼼한 면모에 대한 분석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패널로 활동 중인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51)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22일 구속됐다.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사학재단 관련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상태이다. ‘정봉주와 미래권력’이란 팬카페를 가지고 있다. BBK스나이퍼, 깔대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주진우는 일요신문과 시사저널에 기자로 재직, 현재 ‘시사IN’ 사회팀장을 맡고 있다. 주 기자는 속칭 ‘속되게’ 말해 ‘이빨’로 통한다. 2007년 한국기자협회로부터 이달의 기자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사탄기자, 누나 전문기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김용민은 나꼼수의 편집 및 제작을 맡고 있다. 극동방송 PD시절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현금 유용과 관련된 글을 썼다가 사직했고, CTS-TV PD시절 사장의 회계부정과 관련 노동조합을 일으켰다가 면직, 이후 CBS시사쟈키를 진행했었다. 목사아들 돼지, 시사돼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나꼼수’ 신드롬 요인 분석?

그렇다면 이 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거침없이 내뱉는 독설은 어떤 내용일까? 4월부터 지금까지 정규 프로그램으로 32회, 호외 2회를 포함 총 34회를 방송했다. 1회 ‘BBK 총정리’부터 시작된 내용은 주로 대한민국 권력자들을 비판, 조롱하거나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해 신랄한 공격을 퍼붓고 있는 것들이다. 기존의 언론에서 다루지 못했던 소재를 과감하게 채택, 소위 의제설정기능(Agenda-Setting Function)을 대안미디어라 할 수 있는 나꼼수에서 먼저 선점하는 것들도 많이 있었다. 또한 내용전개도 기존 미디어에서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욕설과 유행어를 섞어가며 진행하여, 이렇게 까지 해도 되나? 혹은 이것을 정말 믿을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로 나타났고, 많은 사람들의 청취반응은 시원하고 통쾌했다는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먼저, 나꼼수가 바로 우리의 세태변화와 젊은 세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준 것이 맞아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언론에서 다루는 뉴스와 시사문제는 딱딱하고 경직돼 있다. 하지만 우리 젊은 세대는 이 같은 것을 싫어한다. 나꼼수는 이런 사실을 간파, 뉴스를 예능적인 부분과 연계 소위 2040세대를 끌어 들였다. ‘나는 꼼수다’는 MBC-TV ‘나는 가수다’의 이름에서 따 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예능적 속성을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 적절히 활용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수용자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감지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주간경향에 따르면 신진욱 교수(중앙대 사회학과)는 2,000년대 이후 시민사회의 변화를 2002년 효순·미선 사망사건에서 나온 휴대전화여론, 2008년 촛불시위국면에서 떠오른 ‘아고라’, 2009·2010년 국면의 ‘인터넷커뮤니티’, 그 다음을 SNS로 분류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하드웨어 시장에서 나꼼수는 거기에 맞는 적절한 소프트웨어를 제작, 유통시켰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나꼼수는 가장 적절한 소프트웨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 수용자(target audience)를 정확하게 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20대-30대들에게 인쇄매체는 더 이상 미디어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혹자는 이들은 온라인 신문사이트 조차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공간은 자신의 친목공간인 SNS가 전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꼼수가 SNS를 이용,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서 불특정다수에서 특정소수로 수용자 층을 세분화했다고 볼 수 있다.
넷째, 거침없는 진행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의 미디어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복장과 언행, 그리고 일방성, 강요성. 이런 요소들이 아직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20대들에게는 연예인과 같은 멋으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기존 언론과 40-50대들은 ‘경박하다’, ‘편향적이다’, ‘내용이 없다’, ‘건방지다’ 등 20대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많이 지적하고 있다. 결국 진행방식도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개성과 독창성에 일치했다고 볼 수 있다.

‘나꼼수’ 한계와 문제점

그렇다면 이런 방식의 방송에 문제는 없는가? 먼저, 팟캐스트가 우리가 말하는 언론에 포함시킬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방송법에 의하면 팟캐스트는 언론이나 방송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 영향력이나 파장을 고려하면 언론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아직은 법률이 미디어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 상황이라 여기에 맞는 법률이 없어 방송으로 정의할 수 없다. 따라서 나꼼수는 몇몇 개인의 의견으로 만든 상품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상품을 사가는 일종의 ‘사적 통신영역’에 해당된다. 따라서 대안미디어로 일반화시키기에 아직 무리가 있다.
둘째, 기존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소위 ‘경박하다’, ‘편향적이다’, ‘팩트가 없다’ 등 방송내용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들은 ‘생생하다’, ‘솔직하다’, ‘시원하다’, ‘통쾌하다’는 것들이 다른 세대에서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나꼼수의 내용 중 ‘∼하더라’라는 내용과 소수가 제기하고 있는 내용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어떤 것이 진실이고 정의인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BBK사건과 관련 22일 정봉주 전 의원이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 동안 정 전의원은 나꼼수를 통해 무죄를 주장했는데, 사법부의 판단은 달랐다. 그렇다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세대 간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셋째,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우려이다. 아직은 다양한 사회적 경험이 없는 세대들에게 몇몇의 40대 선배들이 지나치게 흑백논리를 부추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스펀지같은 젊은 세대들의 인식에 ‘모 아니면 도’식의 사고를 강요한다면 이들이 40~50대가 되었을 때 문제는 나타난다. 즉 각박해지고 여유가 없는 인식의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따라서 젊은 세대들이 다양한 관점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넷째, 진보의 일방적 강요와 비평의 대상이 편향적이다는 점이다. 정책적 판단의 오류나 실정 그리고 기존 미디어에서 다루지 못하는 소재에 대해 나꼼수가 다루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전개과정에서 진보와 야당의 정치적 입장만을 지나치게 주장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기존 언론 한계 ‘염증’ 사회적 욕구 분출

물론 나꼼수의 대안으로 보수만을 대변하는 가칭 ‘너도 꼼수냐’라는 방송이 등장할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진보만이 진실이고 보수는 ‘수구꼴통’이라는 표현과 함께 거짓으로 유도하는 방법은 지양해야할 것으로 본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을 지지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을 더욱 훌륭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단점을 지적하면서 감싸 앉는 너그러운 마음도 함께 필요한 것이다.
나꼼수가 우리 사회에서 기존 언론의 대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풍자의 영역을 넓혔고, 새로운 소통의 문화를 만든 것도 반가운 일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한 것은 더욱 의미 있는 현상이다. 여기에 인터넷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현상으로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나꼼수라는 방송이 등장한 것은 기존 언론의 한계에 ‘염증’을 느낀 사회적 욕구의 분출로 볼 수 있다. 기존 언론들은 분명히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나꼼수처럼 방송을 해서는 안된다. 나름대로의 영역이 있기 때문에 자기 분야에 충실하면 된다. 그렇지만 기존 방송에서는 왜 이런 방송이 등장했는가를 분석하고,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문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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