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법적으로 조합에 허가권 등 권리 없다’ 주장
조합 측, 사업 지연 땅값 천정부지 올라…확정분양가 제고
조합, 토지소유권 찾기 위한 토지소유권이전등기말소 소송
두산 측, 시행사와 협의 진행…사업 진행시 문제 발생 대응
서울시 성동구 성수1가 지역주택조합사업이 조합과 시공사간 첨예한 갈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곳은 한강변 첫 초고층 아파트 건립사업으로 서울시가 ‘한강 르네상스의 핵심 사업지’로 꼽은 지역이지만 지금껏 시공사와 조합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표류하면서 개운치 않은 뒷말을 남기고 있다. 이 사업은 조합원들이 직접 땅을 출자해 개발하는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추진됐지만 토지매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은 수년째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지급보증을 선 두산중공업이 채권은행에 PF대출금을 대신 갚고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조합원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지난 2005년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은 성수1가 지역주택사업에 시공계약을 체결하면서 토지매입과 대금지불이 개시됐다. 두산중공업은 토지 매입금 2,400억원에 대한 채무인수보증을 섰다. 하지만 시행사와 시공사간의 계약 조건에 있어서 의견에 차이가 생기면서 사업은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조합·시공사간 입장차 커 난항
두산중공업은 최초계약 후 2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시행사에게 제소전화해조서 날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는 토지매입자금 인출거부와 P/F자금 기한연장 거부로 은행의 채무금 상환요구까지 받자, 결국 시행사가 토지에 대한 채권을 상환하지 못한 상태에 이르게 됐다. 이 후 본격적으로 두산중공업은 조합원을 동원해 시행사를 제외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조건은 은행이 시행사에게 디폴트 선언을 하도록 유도하면 두산중공업은 조합에 보증을 해 주고 조합에서 사업 토지를 인수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었다.
2009년 2월 께 조합원들은 시행사에 돈을 빌려준 기업은행 앞에서 시위를 했다. 대출금 차주를 조합으로 바꾸어 달라는 요구였고 결국 기한이익상실 선언과 함께 시행사는 곤경에 빠졌다.
당시 은행 측에서는 시행사를 회생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를 취했으나 두산중공업과 조합원들의 강력한 반대로 시행사는 사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업은행은 채무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공매를 진행했고 두산중공업의 보증으로 조합은 토지를 넘겨받았다. 두산은 늘어난 3,600억원의 채무보증을 섰고 조합원들은 KB부동산신탁에 토지를 넘겼지만 대출받은 3,600억원의 만기 날짜가 다가오면서 조합의 사업권이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두산중공업은 다시 한양개발을 시행사로 내세웠고 시공사 보증 4,100억원을 조달하며, 조합의 3600억원을 대신 변제토록 해 조합의 토지는 한양개발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조합원 측의 일방적인 의견이고 오해에 불과하다”며 “시행사가 한양개발로 바뀌기 전, 자체적으로 부도가 나서 자연스럽게 제외 된 것”이라며 “당시 정확하게 이 내용에 대해서 해명했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무리한 공사비 요구, 대립각
주택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 초기 조합원은 2억 1,500만원에 확정분양가를 맺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세가 폭등하자 매입금액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됐다. 2007년 6월 이전에 조합원은 시행사와 5억 2,000만원의 확정분양가로 약정동결을 맺었지만 문제는 두산중공업이 부도가 난 시행사의 사업 부지를 확보한 후, 무리한 공사비를 요구해오면서 조합과 시공사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
당시 조합원 A씨는 “조합원당 6억5,000만원에 중도금 대출 3억원을 두산중공업에 요구했다. 하지만 두산은 제소전화해조서 날인과 함께 계약하자고 했다. 제소전화해조서는 두산중공업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겠다는 속셈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홍보팀 관계자는 “조합장의 주장은 일반적인 주장일 뿐이다. 당시에 제소전화해조서 날인을 강요한 적도 없다. 사안과 관련해 해명도 하면서 오해를 풀고자 노력했는데 지금 다시 거론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미 오해로 결론 난 것”이라며 “분양에는 일반분양과 조합원 분양이 있는데 조합원이 요구한 낮은 분양가대로 측정한다면 일반분양대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에서 일반분양가가 책정돼야 가능한데, 당시에는 시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분양가를 제시했다. 사업을 추진하는 시행사 입장에서 보면 분양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반과 조합원 분양의 비례를 어느 정도 조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조합원의 인가가 취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조합분양과 일반분양이 50대50이다”고 반박했다.
조합, 두산 약속 이행 촉구
이 뿐만이 아니다. 사업비가 급증하면서 두산중공업과 조합원들은 확정분양가와 연계해 추가 분담금을 놓고도 갈등에 직면하게 됐다. 끝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채무보증을 선 두산중공업은 채권은행에 PF대출금을 대신 갚고 사업권을 인수했다. 토지소유권이 시행사로 넘어갔지만 지상권에 대한 허가권은 조합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은 사업추진 시 이 허가권이 존재하는 2년 동안에는 단독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없도록 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이 인가 된지 2년이 넘도록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지 않자 성동구청은 ‘주택법 위반’이라며 기존의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해 두산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7년여 동안 제집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전전긍긍 했던 조합원들에게 돌아온 건 조합설립 취소와 조합원 자격 상실이었다.
조합원 B씨는 “사업 시작 당시 신축되는 아파트를 2억 1,500만원에 35평형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사업자 측에서 평가한 금액 중 이주비 명목으로 일괄 7,000만원을 주고 나머지 잔액은 신축아파트 분담금중 선납 상계 처리하는 조건이었다. 6~7,000만원을 추가분담하면 35평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다들 동의를 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 시세가 달라졌다는 이유로 상당한 추가 분담금을 요구했고 의견에 차이가 너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선납된 잔액을 돌려주겠으니 사업에 관여하지 말라고 한다. 당시 시세에 걸 맞는 평가금액을 받고 동의를 한 것이 아니고 염가로 아파트를 2억 1,500만원을 사업자 측에서 공급해 주겠다는 약속이 있었기에 동의 한 것이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조합원 C씨 또한 “두산중공업이 보증을 한다며 책임진다고 해서 믿었다. 대기업이라서 신뢰하고 전 재산을 다 내놨는데, 이젠 전셋집만 남았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추가 분담금에 대해서는 서로 지켜야할 적절한 수준이 있다. 7년 전과 지금은 시세차가 뚜렷한데 무조건 적게 책정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조합원들은 너무 자기들 생각만 한다. 각자 이해관계의 차이 때문에 비롯된 문제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모두 피해자?
두산은 현재 조합원들의 조합 설립이 취소가 되고 조합원 자격이 상실되면서 공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이미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온 사업장으로 모두 끝난 얘기다”고 일축했다.
이미 조합원들과 대화도 단절됐고, 조합원들에게 분양대금을 돌려주며 혼란한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대략 개인당 1억 2,000만원 내외이다. 조합원들이 신청을 하면 돌려주고 있고, 지금까지 100여명이 신청을 해서 반환했다. 일부 언론에서 전 재산을 잃고 길거리로 쫓겨났다고 보도하던데, 조합원들은 원래 집이나 땅이 있었던 분들이다. 당시 부동산을 팔고 받은 보상금액이 5억원 안팎이다. 조합에 낸 돈은 그 돈의 일부다. 5억 가량의 돈으로 전세를 얻어 집을 구한 분도 있다”며 “사실 이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유감이다. 하지만 ‘대기업이니까 무조건 도외적인 책임을 져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회사도 사업지연으로 인한 자금과 인력낭비가 조합원들이 받은 피해 못지않다. 분양대금도 두산중공업과 시행사인 한양개발이 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조합원의 경우 “조합원 294명 모두가 목적이 같을 순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100여명의 사람들은 돈을 돌려받고 손을 뗐다. 귀찮다는 사람들도 있고 다른 곳에 따로 집을 마련해 놓은 경우로 재테크용으로 성수1지역에 투자를 한 사람들도 있지만 진정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양측 간의 이해가 성립되지 않아 결국 조합원은 길거리에 내몰리게 됐고 지금도 구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결국 두산중공업과 성수1지역주택조합이 서로의 리스크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한치의 양보 없는 대립각을 세우면서 이곳의 주택조합사업이 향후 어떤 모습으로 극적인 타결을 볼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