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주류기업인 하이트진로 그룹이 여론의 뭇매를 받고 있다. 2년 전 하이트진로그룹 박문덕 회장이 편법증여 논란에 휩싸이는가하면 최근에는 생수시장에 뛰어들면서 불공정거래행위로 중소기업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2세 장남 태영씨와 차남 재홍씨는 300억원대 증여세를 취소해 달라며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지난 13일 세금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하이트진로의 자회사인 ‘석수와 퓨리스’는 ‘부당염매행위’로 인해 영세기업들의 불만이 접수되며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의 두 얼굴을 들여다봤다.
하이트진로그룹 박문덕 회장은 3년 6개월간의 증여과정을 통해 두 아들에게 하이트진로그룹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의 2대 주주로 올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후 국세청은 박 회장에 대한 주식 변동조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변칙적인 상속?증여 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해 3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편법증여 논란
국내 대기업 일가들이 편법을 통해 부의 대물림이 이뤄지고 2~3세 또는 특수 관계자(임직원 및 친족) 등에게 지분을 넘겨주는 불법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특히 하이트진로그룹의 편법증여는 삼진이엔지라는 하이트맥주의 자회사에서 시작됐다. 2007년 12월 박 회장의 장남 태영씨와 차남 재홍씨는 삼진이엠지의 주식을 각각 73%, 27%씩 매입, 삼진이엔지는 두 아들의 개인회사로 전환됐다. 2008년 2월 박 회장은 하이트맥주 지분 9.8%를 가진 비상장사 하이스코트 지분 100%를 액면가 5000원을 받고 삼진이엔지에 처분하기도 했다.
두 아들은 자연스럽게 하이트 맥주 지분 9.8%를 상속받았고, 하이트맥주는 2008년 7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자사명을 하이트홀딩스로 변경했다. 삼진이엔지는 하이스코트가 가진 하이트홀딩스 지분 등 투자 사업부문을 분리해 삼진인베스트를 설립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두 아들은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4.21%를 가진 2대주주로 올라섰다.
박 회장은 증여세를 줄이는데 있어서도 최대의 꼼수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개인 증여를 했을 경우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법인 증여에는 22%만 내도록 돼있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장남 태영씨의 경우 개인이 증여받지 않고 삼진이엔지를 통해 법인 증여함으로써 세금탈루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세청은 박 회장이 하이스코트 회사의 지분을 주당 5000원에 자신의 아들과 계열사에 넘긴 것을 정상적인 매각이라 보기 않고 주식이동시 변칙적인 상속?증여 행위로 판단했다. 2010년 박 회장 측은 국세청 세금추징에 불복해 과세전적부심을 신청했다.
과세전적부심은 지방청 및 세무서에서 세무조사나 감사결과 후 세금을 고지하기 전에 과세할 내용을 납세자에게 미리 통지하고 그 내용에 대해 이의가 제기되는 경우 고지 전에 잘못을 시정하는 사전 권리제도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1년이 지나도록 심의결과를 내지 않았고 이에 지난해 12월 박 회장 측에서 법원에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박회장 측은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법인이 주주의 특수 관계자로부터 재산을 무상제공 받아 주주가 보유한 주식가치가 상승하는 이익을 얻을 경우 해당 법인에 결손금이 있거나 휴업?폐업 중일 경우에만 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며 “삼진이엔지가 이미 증여와 관련해 법인세 약 307억원을 이미 납부했는데도 주주들에게 또 증여세를 부과하는 건 이중과세”라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중소기업 대기업 횡포 고발
이뿐만이 아니다. 2006년 06월 하이트 맥주(주)와 (주)진로가 각사에 속해 있던 먹는 샘물 사업부문을 통합해 ‘(주)석수와 퓨리스’로 재출발해 샘물 업계 매출순위 1위를 자랑하는 하이트진로의 자회사 ‘진로석수’가 불공정 행위로 눈총을 받고 있다. 사건은 최근 ‘석수와 퓨리스’가 ‘부당염매행위’로 영세사업자의 설 곳을 잃게 했다는 불만신고가 접수됐다. 부당염매행위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상품 또는 용역을 정상적인 거래 가격보다 아주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실제 피해기업인 중소기업 마메든 샘물 김용태 대표는 “몇 달 전 대기업에 의해 몇 년간 거래했던 유통망(대리점)을 잃게 됐다”며 하소연 했다.
김 대표는 “‘석수와 퓨리스’가 마메든 샘물 유통망을 상대로 5년 계약 조건에 1년간을 원가이하로 공급하기로 하고 실행 유통망을 돈으로 매수(90%)했다”면서 “이 가격은 기존 ‘석수와 퓨리스’ 대리점들의 4분의 1가격이며 이후 가격 또한 3분의 2도 안 되는 값에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중요한 것은 이 가격은 계약기간 5년 동안 샘물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절대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는 가격”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공정거래법 제2장 3조 2항에 따르면 대기업이 독점 및 경쟁기업배제를 할 경우 이는 명백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마메든 샘물의 경우 충남지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영세기업으로 중소기업들의 설자리를 잃게 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하기 위해 김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신고를 제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정상적인 유통거래 질서였다는 애매모호한 표현 뿐이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석수와 퓨리스’가 마메든 샘물과 거래했던 유통망에 제시한 원가가 기존 거래 대리점보다도 현저히 낮은 원가를 제시한 세금계산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그는 ‘석수와 퓨리스’의 OEM 공장을 찾아가 기존 거래 대리점의 원가관련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함께 제공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원가이하로 유통망에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에서는 일시적으로 저렴하게 원가를 공급할 수 있다. 공정위의 규정에 따라 확인결과 문제가 없다. 이의제기를 통해 재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불공정행위 아니다’ 주장
그러나 김 대표는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리점이 타사로 이동했다. 지방에서 하는 사업이라 직영대리점을 갖고 있다. 먼저 ‘석수와 퓨리스’가 우리 쪽에 접촉해 제품을 팔아달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그러자 거래하는 대리점에 특혜를 주면서 등을 돌리게 했다”며 공정위의 부당한 판결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대기업이 민원인과 같은 소규모의 업체와 경쟁한다는 측면에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사업자 간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인 공정거래법으로는 법위반을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원사건의 판단이 부당염매에 해당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석수와 퓨리스’ 홍보팀 관계자는 시사신문과의 통화에서 “4년 전 일이다. 회사와 대리점간에 맺은 가맹점 계약의 경우는 구속력이 강력하지가 않다. 자사 같은 경우도 대리점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타사제품을 취급하러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암묵적으로 본사에서 대가를 지불하거나 지원 또는 판촉을 도와준다. 생수업체에서 유통망이 타사로 이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법적으로 굳이 따진다면 규제를 받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국샘물협회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심의절차종료가 난 민원이다”고 일관했다.
김 대표는 현재 충청남도 양승조 국회의원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이트진로그룹은 증여세 논란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자회사 ‘석수와 퓨리스’에 대한 영세기업의 불만이 제기 되면서 기업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업계 일각에선 불법적인 관행이 법적으로 규제할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일관하는 대기업의 안일한 태도는 반듯이 사라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