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은 지난 19일 김지사가 남양주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암환자의 수송체계’를 문의하려고 119로 전화를 걸어 소방관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김지사는 자신의 신분을 9차례나 밝히고, 당시 전화를 받았던 소방관의 관등성명을 묻는 과정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확산됐다.
일반적으로 소방관들은 일반전화를 받을 때는 직책과 성명을 밝히지만, 119로 걸려온 전화에 대해서는 업무특성상 전화를 건 상대방의 응급상황을 먼저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직책과 성명을 밝히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김지사가 119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물론 나중에 도지사임을 분명히 밝히고, 상대방의 관등성명을 물었을 때 여기에 답변하지 않은 소방관들도 상관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아 문책의 소지는 있다.
그런데 이런 해프닝 때문에 소방관을 포천과 가평으로 인사 발령시켰다는 것이 나중에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특히 포천소방서로 전보된 오모 소방위는 29일 경기도 누리집 경기넷에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네티즌들이 “본인이 작성한 것이 맞느냐”며 경기넷 사이트에 한꺼번에 접속, 경기넷은 이날 하루 접속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이들의 전보인사를 철회했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그 사이 인터넷에서는 김지사를 빗댄 각종 패러디가 급속도로 퍼졌다.
“119안전신고센터입니다. 안내에 따라 번호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경기도지사는 1번, 아니면 2번을 눌러주십시오. 2번을 누를 경우 상담원이 관등성명을 대지 않습니다. 1번 경기도지사를 선택하셨습니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 삐 소리 후 이름을 말해주세요. ‘나는 여 도지사 김문수입니다.’ 넌 줄 알아 XXX야. 전화 끊어.”
또 김문수 전화사건 이후 새로 등장했다는 ‘이름이 궁금할 때는 언제나 119’라는 자동응답 전화기다. 영상의 끝은 김문수 도지사가 ‘나는 여 도지사 김문수입니다’라고 하면 ‘나는꼼수다’(나꼼수)의 정봉주 전 의원이 욕을 하며 ‘전화 끊어’라고 무안을 주면서 끝난다.
또 다른 영상은 김문수 지사와 정 전 의원의 음성을 합성해 두 사람이 가상 통화하는 것으로 정 전 의원이 김 지사를 특유의 욕을 섞어 가며 호통치는 내용이다.
김문수 도지사와 이명박 대통령이 전화하는 패러디도 등장했다. 패러디에서 김 지사는 “무슨 용건이냐”고 묻는데, 이 대통령은 “전화받는 사람 이름이 뭐냐”고 대꾸한다. 김 지사가 전화 용건을 묻는 소방대원의 물음에 계속해서 이름을 묻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간단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던 사건이 인사권자인 도지사의 ‘눈치보기’를 했던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의 순간적 착각으로 오히려 김지사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한 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