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강용석 의원(한나라당 마포을, 현 무소속)이 아나운서 성희롱 사건을 시작으로 갖가지 의혹 제기와 고소를 하면서 세간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ㅇㅇ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
“법적용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해서 집단모욕죄라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보여주려 했다”
“나이와 학력 경력 군대 등…거의 타블로 수준. 내가 맘먹고 검증하려면 전부 확인 가능”
“박원순 시장 하버드 객원연구원은 허위이고 곧 기소…근거가 있고, 고소당했을 때 걱정 없을 정도의 증거를 갖고 주장한다”.......
모두 강용석 의원이 한 말이다. 강 의원은 ‘여성아나운서 비하 발언’, ‘박원순 시장 학력 의혹제기’, ‘국회의원 모욕혐의’로 개그맨 최효종 고소, ‘선거법 위반혐의’로 조국 교수 고소, 안철수 부부 ‘임용특혜’ 의혹제기, ‘부동산투기혐의’로 안철수 부부 고소, 가장 최근에는 이준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병역의혹’ 제기까지 하며, 보통의 국회의원들과 조금 다른 독특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보를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강 의원은 최근 모방송에 출연, “고소는 인지도 상승을 위한 수단”이라 언급했다. 단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를 지지했다는 마포 주민들은 그동안 강 의원이 보인 행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안 모(여.24)씨는 “논란을 즐기는 건가. 고소는 왜 그렇게 많이 하는지… 이제는 ‘또 고소했구나’ 하고 무시한다”고 말했고, 김 모(여.50)씨도 “자꾸 이사람 저사람한테 고소를 하니까 국민적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 강 의원을 비웃었다. 강 의원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튀는’ 행동이 인지도 상승을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강 의원의 말대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의혹제기와 고소를 하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가 일련의 ‘로드맵’ 실현을 위해 이러한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민사사건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형사사건에서 지면 내 정치생명은 끝난다”며 재판에서 패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고, “의원직을 사퇴는 없다”며 정치생명을 끝내고 싶지 않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결국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강 의원이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고심 끝에 ‘의혹제기와 고소’라는 대안을 내놓았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끊임없이 사회적 이슈를 양산해내면서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나아가 그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려는 의도에서 이뤄지는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아나운서 협회와 소송을 진행 중인 그가 재판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4월에 있을 19대 총선만을 바라보고 이 로드맵을 구축했을 리는 없다. 따라서 19대 총선을 넘어서 대선에서의 러브콜, 20대 총선 등 장기적인 정치인생을 구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초석으로 남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독특한 행보, 개인 나아가 사회까지 영향 미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강 의원의 표적이 된 당사자들은 불쾌해하고 있다. 실제로 강 의원에게 고소를 당한 조국 교수는 “처분 결과는 뻔하게 보이지만, 노는 꼴이 가관입니다, 가관! 겁 좀 먹으라는 메시지일 것입니다”라며 불쾌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아무리 결백하다 할지라도 이들에게는 부정적인 내용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어찌됐든 달갑지 않다.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고소까지 잇따르니 당사자들에게는 강 의원의 저돌적인 공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강 의원이 ‘일단 저지르자’는 태도로 사전에 언급도 없이 자신의 의견을 바로 고소로 표명하니 당혹감은 배가 된다.
문제는 강 의원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피해가 표적대상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의 행동이 사회적인 문제까지 유발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강 의원의 잦은 의혹제기, 고소에 마포 주민들을 포함한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고, 심한 경우 그를 조롱까지 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네티즌들이 그와 관련된 기사에 “이 인간 진짜 뭐야” “이제는 하버드가 우스워 보여” 등의 댓글을 작성하는 것만 봐도 강 의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 의원의 정치적 행보가 계속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간다면, 국민들이 보인 그 냉소적 태도는 비단 강용석 의원에게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생긴다. 그동안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빗대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표현해온 것과 같이 “국회의원들은 다 똑같다. 누가 되든 실망스러운데 정치에 참여해서 뭐하나” 등의 생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등 정치적 무관심이 심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강 의원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선택한 독특한 행보는 사회적으로 올바른 정치문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여지가 있다. 강 의원은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공인(公人)이기 때문에 사인(私人)과 달리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이 더욱 강조된다. 따라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행보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강 의원이 사회에 미치는 자신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정확히 인지하고 향후 공인으로서 조금 더 책임감 있는 행보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