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이상돈 비대위원의 ‘MB정부 실세 용퇴론’으로 촉발된 당내 갈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비대위원과 함께 김종인 비대위원이 실세 용퇴 필요성을 주장하고, 이에 맞서 친이(친이명박)계가 두 사람의 사퇴를 공개 압박하면서 양측의 공방은 점입가경을 이루고 있다.
이와 관련 친이계 일각에서는 두 비대위원의 사퇴를 추진하기위해 당내 비박(비박근혜) 세력을 규합해 집단행동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상처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우리가 그간 당내 민주화나 반부패ㆍ차떼기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느냐”며 “동화은행 뇌물수수, 노태우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사법처리 된 사람(김종인 비대위원)이 쇄신의 칼날을 휘두르면 누가 복종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우리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일부 비대위원이 ‘자살골 넣는 것’이라고 하는데 계속 이런 식이면 다른 비리를 얘기할 수도 있고, 추가로 다른 비대위원 2명 정도의 비리 형태도 폭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두 사람이 사퇴하지 않으면 우리는 ‘비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고, 많은 분이 뜻을 같이 한다”면서 “한두 명의 비대위원이 당의 존립을 흔드는 행동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대규모 회동을 하고 집단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친이계의 반응은 모두 두 비대위원들을 향하고 있다.
친이계, 용퇴 위원 자질론 제기
김종인 비대위원은 대표적인 부패인사이고, 이상돈 비대위원은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정체성이 불분명한 사람이자 17대 대선 때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도와 당에 해를 끼친 사람이라며 두 사람의 사퇴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에 반해 김 비대위원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것 같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항상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특히 “1월 말까지 상황을 보고 비대위 취지에 합당한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시간을 끌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당 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 친박계 의원은 “쇄신에 저항할 명분으로 두 비대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데 쇄신에 저항하면 할수록 당이 곤란해지고 희망이 없다”면서 “한두 가지 잘못 갖고 물러나라고 하면 성인군자가 와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두언 의원도 “박근혜 비대위는 한나라당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 끝자락에서 탄생한 비상기구”라며 “이 체제에 대한 생산적인 비판은 몰라도 부당한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한 체제 흔들기는 해당행위나 이적행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양측의 팽팽한 입장차는 결국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에 대한 ‘실세 용퇴론’대 당내 친이계 ‘집단행동’으로 요약된다.
친이계 일각 ‘집단행동 카드’ 검토
친이계는 용퇴론을 제기한 김종인, 이상돈 위원 등의 자질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들이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내거나 전당대회 소집요구를 하겠다는 구체적 입장도 나왔다. 두 사람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비대위와의 결별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강경입장도 보였다. 탈당이 아니라 전당대회를 비롯한 여러 가지 모든 것을 염두에 두겠다는 것이다.
이군현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의 개혁·쇄신론에는 동의하지만, 정치를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공천은 자기네들 마음대로 하거나, 의원 눈높이에 맞춰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천은 비대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친이계인 원희목 의원은 “정치를 하라 말라 지칭하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은 정치적 폭력”이라고 밝혔고, 다른 한 의원은 “부패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누구를 심사평가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 내부, 쇄신 밀알 돼야
이런 가운데 이상돈 비대위원은 “이재오 안상수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 대실패의 상징성과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그대로 공천하고 국민한테 쇄신했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용퇴론을 거듭 제기했다.
한편 비상대책위원회가 현역 기득권 포기 등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공천개혁에 나선 가운데 친박 내부에서 ‘물갈이 공천’의 물꼬를 트기 위한 자발적 희생론이 급부상하며 ‘4ㆍ11 총선’ 공천과정에서 강력한 인적 쇄신을 단행할 수 있도록 친박부터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것이다. 단적으로 재창당에 버금가는 쇄신을 하려면 친박에서 먼저 솔선수범함으로써 쇄신의 밀알이 돼야만 과감한 개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비대위원이 최근 ‘TK 물갈이 시발론’을 제기한 가운데 한 여론조사 결과 대구 12개 지역구의 유권자의 53.7∼77.5%가 현역 교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친박 재선의 주성영(대구 동구갑) 의원도 “비대위의 얘기가 섭섭하지만 그게 민심이다. 나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K 현역의원 결단 촉구
이상돈 비대위원은 “TK 자민련으로 가면 한나라당은 망한다. 그런 식으로 국민이 인식하면 수도권이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TK 현역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종인 비대위원 역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에 집착하는데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모든 것을 새롭게 내놓아야 하고, 그게 창조적 파괴”라면서 “변화를 못 하는 사람은 남에 의해 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영남권 못지않게 수도권 텃밭인 강남 벨트에 대한 물갈이 압박도 상당히 거세다.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권과 경기도 분당 등지에서는 새 인물 수혈을 위해 자발적으로 용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대위와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당연히 이재오ㆍ안상수ㆍ홍준표 의원 등 현정부 핵심 용퇴론이 그 주요 쟁점이다.
이경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