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곳곳서 ‘파열음’
대학 구조조정 곳곳서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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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학 강행처리 신호탄, 쇄신안 시급

대학, ‘취업률’ 근거한 부실학과 통합 및 폐지 본격 추진
합의 없는 구조 개혁 강행 처리, 학내 구성원 반발 초래

시위 참여 학생 3명 퇴학 조치, “강도 높다” 비난 일색
교과부 ‘대학구조개혁 고삐죈다’…대학 졸속 행정 비판

최근 대학가의 잇단 구조 개편으로 인해 대학측과 학생들의 갈등이 점차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04년 B대의 학과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총 6개 대학이 부실학과를 폐지했으며, 이후 여러 대학에서 경쟁력을 이유로 해당 학과를 타과로 흡수 또는 폐지시키는 등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학교측과 학생들이 서로의 입장만을 고수해 합의점을 찾는 데 마찰을 빚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04년 B대는 전국 최초로 칠예과를 설립했지만 7년만에 신입생 감소를 이유로 폐과를 단행했다. 뿐만 아니라 아펜젤러국제학부, 공연영상학부, 연극영화학과를 정리하는 등 개편을 시행했다.
부산의 D대도 2010년 무용과 폐과를 결정하고 2011년 5월 학과 구성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또한 대구 G대, 충북 C대도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전공 학과를 폐지하는 등의 개편을 강행했다.
이처럼 대학의 구조 개편 강행 처리로 인해 해당 학교의 학생들은 농성을 시작으로 기자회견을 여는 등 학교측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방통행식 구조조정 반대

대학의 학과 구조 개편에 대한 문제의 시발점은 2010년 J대의 구조조정이었다.
지난 2010년 4월 J대는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안을 이사회에서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교수,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은 학교가 구성원들의 합의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 반발하며 고공시위를 벌였다.
이에대해 학교 측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물리력까지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총학생회 간부들이 천막에 깔리는 등 부상을 입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11년 3월 D대는 학문구조개편위원회를 구성, 학과별로 경쟁력을 평가해 같은 해 7월 ‘미래지향적 구조개편’을 해당 학과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학생회 임원 및 해당 학과 학생들은 학교측에 반발, 총장실 점거를 시작으로 기자회견을 여는 등 현재까지도 강경 대응을 취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몸싸움까지 벌어져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D대 총학생회 임원은 “학교측에서 학생들에게 관련 내용을 고지해 주지 않았다”며 “합리적인 절차에 의해 결정된 사안인지, 진정 학교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미래지향적 발전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만을 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중복과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이번 학과 개편을 단행했다”며 “구조 개편은 사전에 각 학과 교수들이 제출한 발전계획안을 토대로 타당성을 평가한 뒤 시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측은 또 “향후 10년, 20년 대학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잘게 쪼개져있는 학과는 통합을 통해 미래지향적으로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위 학생 징계…퇴학 조치 이어져

D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지난 12월31일 총장실 점거 농성을 벌인 총학생회 임원 3명에 퇴학, 2개 단과대 학생회장에 무기정학, 관련 학생 5명 유기정학, 농성에 참여한 20명에 사회봉사 50~100시간 처분을 내렸다. 이에 학생들은 높은 징계 수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징계 수위 논란에 대해 학교측 관계자는 “2009년 학과 구조조정때와 비교했을 때 이번 농성을 주도한 학생들은 기물파손, 업무방해를 일삼고 직원까지 폭행했다”면서 “학생들의 훈계 차원에서도 강경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 전례를 봐도 퇴학 조치를 받은 학생들은 배움의 의지 여부에 따라 재심의를 거쳐 복학을 허용해줬다”며 해당 학생들의 복학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반면 퇴학 조치를 받은 학생회 임원은 “입시설명회 때 교직원들이 항의서한을 막는 과정에서 연대로 온 타대학 학생과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을 뿐”이라며 “오히려 사건이 일어난 날 오후 한 교직원이 학생의 목을 잡고 소리를 지르며 본관 앞 조명을 꺼버린 채 학생들을 폭행해 경찰까지 왔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현재 관련 학생회 임원들은 학교측에 재심의 요청을 할 계획이며, 수용되지 않는다면 학생운동을 토대로 학교측에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다.

교과부 ‘졸속행정’ 비난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취업률, 재학생충원율 등을 기준으로 한 대학평가를 통해 전문대 및 4년제 대학을 제한대출그룹, 최소대출그룹, 재정지원제한대학 세 항목으로 분류해 재정 지원금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소재 S대·C대, 전북 W대 등 43개 주요 사립대학은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부실대학으로 평가받았다. 이어 교과부가 취업률이 낮은 대학의 대출 제한을 통해 퇴출을 유도하면서 중·하위권 대학 내 취업률이 낮은 예술 및 인문학, 순수과학 관련 학과들이 존폐 위기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들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 제한 리스트에 포함됨에 따라 학교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교과부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등을 고려해 대학선진화 방안 측면에서 구조개혁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대학평가 우수 대학에는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에는 경각심을 통해 상시적인 대학교육의 질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교과부의 대학평가가 눈앞의 취업률만을 위주로 하고 있어 대학의 상업화를 조장하며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소재 D대학 관계자는 “교과부에서 패널티를 받으면 연구원 급여로 정부에서 수주하는 비용에 치명적”이라며 “이에 대학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28일 교과부는 대학들이 제기한 요구사항들을 토대로 수차례 간담회 및 토론회를 거쳐 ‘2012년 대학 평가지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충북 소재 C대학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관련정책이 조변석개로 변한다”며 “취업률 산정 DB가 문제가 되자 기준을 또 쉽게 바꿨다”고 교과부의 행정 처리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또 “단기간 내 취업률을 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대학구조 개혁도 지역특성 및 학교특색을 반영해야 하며 학교당국과 교수,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과부가 올해 대학구조개혁을 지난해보다 더 강화해 유사학과 통폐합, 재정정책을 활용한 구조개혁과 함께 상시적인 비리감사 체제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혀 구조조정을 진행할 대학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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