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업자, 농심불매운동 왜?
소매업자, 농심불매운동 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농심본사 전경

농심, 도매상-소매점 간 갈등 “중재할 입장 아니다”
영세상인, 제조업체 ‘책임전가’ 방관, 납득 안 돼

라면 업계에서 선두자리를 유지해온 농심이 대리점 납품 인상 가격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일 동네 슈퍼마켓 상인들이 농심의 불공정한 거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농심 제품 판매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작년 11월 농심이 라면 값을 인상하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은 소비자가격 인상률에 비해 대리점 납품 가격 인상률이 두 배를 넘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작년 11월 농심은 라면류의 소비자 가격을 50원 인상했고 최근 지역 대리점에 인상된 가격을 통보했다. 동네 슈퍼마켓 상인들은 대리점 등에서 매입하는 인상된 가격이 권장소비자가 인상률의 두 배를 넘는다고 주장하며 반발에 나섰다. 이에 전국 슈퍼마켓 상인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좋은 슈퍼 만들기 운동본부’는 1일부터 오는 12일까지 ‘농심 상품 치우고 안 팔기 운동’을 진행하고 나섰다.

대리점 출고가 10%?

슈퍼마켓 상인들에 따르면 농심 라면의 지역대리점 출고가가 6.2%로 인상된 소비자가격의 두 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농심이 인상한 너구리와 신라면의 경우 ▲소비자가격 인상률은 각각 6.3%, 6.8% ▲공장도 가격 인상률은 7.2%, 8.5% ▲대리점 납품 인상률은 10.8%, 12.8% 이다.
‘좋은 슈퍼 만들기 운동본부’ 회원들은 “물가상승률 7%를 맞추기 위해 소비자가격은 7%로 인상한 반면 공장도 가격은 농심의 사리를 채우기 위해 그 이상을 올렸고 그에 따라 대리점 납품가는 10%이상 올라간 사실을 방관하고 있다”며 농심의 ‘책임 미루기 식’ 행태를 폭로했다.
즉 대리점은 인상된 공장도가에 따라 마진폭을 넓히고자 소비자가격 인상률보다 높은 값으로 슈퍼에 공급하다보니 이 같은 결과가 발생했다.
그 동안 점주들은 농심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 정부에 민원 신청 및 농심에 항의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농심의 회피하는 태도에 반발한 점주들은 농심 제품을 반품하거나 진열대에서 철수시키기로 강행했다.

소매점, 불공정 농심  “판매 안 해”

‘좋은 슈퍼 만들기 운동본부’ 엄대현 대표는 “농심 기업이 라면계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선두 기업인만큼 좋은 본보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영세상인들 입장에서도 1등 상품을 제외한다면 타격을 입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자율의지에 따라 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제품을 100% 불매하거나 진열대에 잘 보이지 않는 자리로 제품을 옮기는 식이다. 또한 농심 제품을 팔 때는 정상적으로 모든 가격을 받고 타 상품을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심 홍보팀 관계자는 “공장도 가격은 전국적으로 동일하다. 소매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은 도매점과 소매점간의 갈등으로 제조업체인 농심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각 지역 대리점에서 소매 유통 마진이 결정되고 있는데, 이는 문제 제기를 한 상점이 거래하는 도매점과 단가 조정하는 데 있어서 마찰이 빚어진 것이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현재 마진율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점들이 전국적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일부에 불과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소매점 점주들이 잘 돼서 제품이 많이 팔리면 좋다. 이런 식으로 도매점과 갈등이 빚어진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시된 규정상 제조업체가 그 사이에 중재를 위해 끼어드는 것은 불공정 행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농심의 책임성 있는 해명 요구

또한 농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신라면의 경우 공장도 가격을 1개당 45원씩 올렸다. 나머지 개당 5원에 해당하는 추가이익은 기존의 마진보다 더 추가로 발생할 수 있게 고려했다”면서 “가격 인상으로 큰 이득을 취하고자 했다면 소비자가보다 공장도가격 인상폭을 높게 책정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농심이 이 문제가 일부 지역에 국한되며 도매점의 폭리에 따라 생긴 결과라고 치부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카드값 수수료도 3% 미만인데 농심은 그것보다 더한다”며 농심의 공정한 입장을 요구했다.
농심은 공정거래에 따라 도매점과 소매점 사이에 발생한 갈등을 중재하기에는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네 슈퍼마켓 상인들은 제조업체로써 공정한 거래를 위해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매점들이 스스로 일어나 제품 판매를 제한하며 농심 측에 압박을 가함에 따라 라면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라면 업계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농심에게 최대의 적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명 ‘하얀국물 라면’이 히트작으로 떠오르며 농심 제품의 판매율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과 한국 야쿠르트의 ‘꼬꼬면’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농심의 아성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농심과 소매점이 어떠한 합의점이 도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