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2009년 구조조정 이후 노동자 복직 약속 불이행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희망텐트촌’ 돌입 선포, 2차 초읽기
평택 공장 앞 계속된 1인 시위…용역경비 간 대립 고조
해고자 19명 “차라리 죽음이 낫다”, 사측 미동도 없어

쌍용자동차가 노동자들을 추운 거리로 내몰고 있다. 지난 2009년 쌍용차가 대량 구조조정을 실행한 후 노동자들은 총 파업을 통해 투쟁했고, 사측에 복직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약속한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측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말도 안되는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다. 또한 쌍용차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들의 죽음이 연일 계속되고 있어 사측과 노동자간 갈등의 골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죽음의 공장 쌍용차, 대량해고 그 후를 따라가 봤다.
지난 2009년 쌍용차는 2천646명의 노동자들을 강제 정리해고 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77일 동안 공장 점거를 통해 투쟁했고 같은 해 8월6일 비정규직 및 무급휴직자 복직, 징계철회 및 신규 인력 부족 시 복귀, 퇴직자에 한해 취업알선 및 직업훈련 등의 합의를 체결했다.
그러나 약속한 1년이 지나도록 사측은 복직에 대한 약속을 지금껏 이행하지 않고 있다.
쌍용차지부 ‘희망텐트촌’ 농성 돌입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과 정리해고 당한 무급휴직자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1년 12월7일부터 쌍용차 평택 공장 앞에서 ‘해고자, 무급휴직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직 약속을 주장하며 ‘희망텐트촌’ 돌입을 선포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쌍용차지부와 희망텐트촌 참가자들은 “회사측의 약속이 이행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섭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더이상 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치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재 쌍용차 평택 공장 앞에는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 무급휴직자 및 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희망텐트촌’ 참가자 30여명이 홀수날에는 집회를, 짝수날에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용역경비들을 정문에 배치해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짝수날 회사 앞 1인 시위
지난 2011년 12월23일 금속노조는 평택 공장 앞에서 ‘희망텐트 1차 포위의 날’ 집회를 열고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쌍용차지부 등 금속노조 조합원과 시민단체 회원, 야당 관계자 등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장 정문에서 결의대회를 한 뒤 문화제 형식의 ‘와락 크리스마스’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집회장소 주변에 9개 중대 9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으나 다행히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김 사무국장은 “‘희망텐트 2차 포위의 날’을 통해 억울한 조합원들이 골방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며 “정당 관계자들마저 합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고, 쌍용차 문제가 사회에 공론화되기 시작하자 사측도 불안함을 느끼고 경찰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월30일 사측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을 강제로 옮기면서 충돌은 연일 계속됐다. 이날 오전 9시50분께 갑자기 등장한 사측 관리자 30여명은 노숙농성장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 지부장을 둘러싸며 “회사가 임대한 땅이니 선 밖으로 나가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 지부장이 요구를 받아 들이지 않자 사측은 강제로 옮기려 했고 이어 서로간의 몸싸움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김 지부장이 사측 관리자들에게 끌려나왔고 주변에서 대기하던 경찰들이 나타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다.
그러던 중 사측은 지부사무실 맞은편에 설치된 현수막을 철거해 공장안으로 가지고 갔고 이를 막으려는 지부와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어 사측 관리자들은 용역경비들의 비호 아래 황급히 정문에 있는 접이식 철문(일명 자바라)을 쳤다.
김 지부장은 자바라에 올라가 “현수막은 우리 것이며 무단으로 가지고 가는 것은 절도”라며 돌려 줄 것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현수막을 만든 단체에서 가져가라”며 돌려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측 관리자들은 자바라에 올라가 있던 김 지부장을 밀어 떨어뜨리기까지 해 주변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결국 쌍용차지부는 사측이 그어놓은 선 밖에서 현재까지도 돌아가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회사가 ‘희망텐트 철회’를 위해 경찰을 상주시키고 내부 직원들의 이념반전을 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고자 19명 자살 까지
사측, 침묵으로 일관
쌍용차에서는 2009년 구조조정 이후 쌍용차 출신 노동자 19명이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했다.
김 사무국장은 “정리해고는 곧 살인”이라며 “자살한 노동자들 중 대부분이 2009년 구조조정 당시 파업을 함께한 동료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고자들은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사회에 부적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소식이 끊긴 해고자들도 있어 극단적인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이들은 2009년 당시 정리해고 과정에 대해서도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사무국장은 “사측이 물리적 충돌을 우려하면서도 정리해고 명단을 당해 6월8일 단행했다”며 “타당한 기준이 없는 설득논리로 희망퇴직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현재 사측은 2009년 노사합의에 대한 이행 여부와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사측은 합의서의 ‘생산물량에 따라 공장복귀’라는 문구를 예로 들며 “생산물량이 부족하다”는 변명만을 내놓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사측이 2009년 파업에 참여한 인원을 ‘잉여인력’으로 간주하고 다시 들이지 않을 생각인 것 같다”면서 “교섭을 제의하거나 간담회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관리자들이 전달해준다는 말만 할 뿐 전혀 반응이 없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고용노동부의 쌍용차 노동자 근무 실태 조사에서 잔업·특근 등 초과근무가 항상 문제시 되고 있어 생산량 부족이라는 이유에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올해는 작년보다 판매량을 높게 책정했기 때문에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희망텐트 입주자들 중 무급휴직자들은 급여 지급에 대한 민사 소송 진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국장은 “사측에서 복지 환원 차원에서 최저생계비를 지원하거나, 도덕적 책무를 다한다면 일정부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인데 사측은 노사 상생이라는 명목하에 이익만 챙기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김 사무국장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사측에서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상하이 자동차에 중요 기술과 연구원들을 계속해서 넘기고 있다”며 “이번 문제는 노동자 정리해고 문제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회생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오는 13일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 희망텐트 입주자들은 1박2일 일정으로 ‘희망텐트 2차 포의의 날’ 행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