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따른 ‘문책성’ 인사, 임원 사퇴 줄지어
퇴직 급여 및 경력 채용비, 매년 대폭 증가 추세
아모레, 실적 악화 ‘몸살’ 4분기도 기대치 이하 예상
사장 및 경영진 자질 의문, 도약 위한 타개책 시급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말 단행한 임원 인사가 ‘문책성 인사’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모레퍼시픽이 마케팅과 홍보 담당자를 교체하는 임원인사를 추진, 이 과정에서 강도 높은 문책성 인사로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핵심 임원 유출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매 분기마다 낮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사장의 리더십 부재와 경영진들의 위기 타개 능력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12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임원 35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아모레퍼시픽(이하 아모레)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지주회사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사업회사 아모레퍼시픽이 지니고 있는 각각의 핵심역량을 보다 강화함으로써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기업 소명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자 이번 인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실적 따른 문책성 인사 논란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사장은 그룹의 구원투수로 재무통인 배동현 기획재경부문 부사장(CFO)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대표이사로 임용하고 임원인사에서 홍보와 마케팅 등 핵심 인원을 경질했다.
아모레 홍보팀 관계자는 “배동현 부사장은 입사 이후 재경부문에서 계속 근무해 왔으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공헌한 바가 큰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아모레는 아이오페, 라네즈, 이니스프리, 설화수 등 각각 30여개 브랜드 중심으로 관리되던 마케팅을 하나로 통합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프리미엄급(아이오페, 라네즈)과 럭셔리(설화수, 헤라, 아모레퍼시픽)급으로 마케팅 분야를 단순화하고, 각각의 마케팅 상무를 새로 임명했다.
반면 이번 인사에서 양창수 아모레퍼시픽 마케팅부문 부사장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내외 홍보를 총괄하던 김형길 상무도 개인 사업을 이유로 사직했다. 또한 아이오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의 마케팅을 담당한 선보경 상무도 사퇴했다. 이로써 아모레의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던 주력 인물 3인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
선 상무는 아모레에 근무하는 동안 아이오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의 대박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나 이번 인사 과정에서 회사에 등을 돌렸다. 선 상무의 퇴직과 관련해 아모레 관계자는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마케팅의 핵심 인물들이 한꺼번에 물갈이 당하고, 일부 구조개편이 있었다’는 점을 들며 “실적 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고 해석하고 있다.
아모레 관계자는 문책성 인사 논란에 대해 “이번 인사는 매년 실시되는 관례 행사”라며 “이번에 사직한 사람들은 실적 압박에 의한 퇴사가 아닌 개인사정에 의한 퇴사였다”고 해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화장품 업계에서 스타급 브랜드매니저로 통하던 K씨가 아모레퍼시픽 부장 자리에서 KT&G 상무로 이직한 데 이어, K씨 휘하의 팀원 전체가 KT&G의 한방화장품 ‘동인비’ 사업부서로 옮긴 사례도 있었다.
이를 두고 업계는 K씨에 대해서도 회사의 실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이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아모레 관계자는 “K씨는 2년전 퇴사했다”며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부정적 추측일 뿐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아모레에서 근무했던 한 퇴직 직원은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달고 6개월 안에 실적을 내지 않으면 사장 라인에서 옷을 벗으라는 지시가 떨어진다”며 “그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아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말해 실적 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를 뒷받침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기 위해서는 바뀌는 트랜드를 읽고 적극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단기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압박하면 의욕 저하만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한다.
아모레 관계자는 6개월 내 실적 지시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퇴직금·채용비 증가세
실적 악화 ‘제자리’
이런 가운데 아모레 임직원들의 퇴직 문제는 단순히 최근의 일로만 그치지 않는다.
아모레의 연간 퇴직금 추이에 따르면 지난 2008년 218억4391만원이던 퇴직급여 액수는 2010년 268억2642만원으로 불과 2년간 50억원가량 증가했다. 이로 인해 신규 채용하는 비용도 급증해 2008년 61억원이던 경력전문 채용비가 2009년에는 64억, 2010년에는 83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에 대해 아모레 관계자는 “조직은 동일한 규모로 유지되지 않으며, 전체 인원이 증가함에 따라 채용비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퇴직급여 증가분에 대해서도 “신규 인원이 채용되는 만큼 나가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최근 아모레는 실적악화로 난항을 겪어왔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76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5%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638억원으로 33.2% 감소했다. 또한 내수경기침체로 방문판매가 부진해 4분기 실적 또한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하회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모레의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한 6천억원, 영업이익은 대폭 하락한 49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영업이익률 또한 전년 동기 대비 0.3%p 하락한 8.6%로 예상하고 있다.
아모레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만 실적이 주춤했을 뿐 4분기 이후 점차 호전되고 있다”며 “올해 해외사업은 중국시장에서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어 반전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 맹추격, 실적 개선 시급
서 사장과 경영진들의 위기 타개 능력에 대해 전문가들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실적이 부진한 방문판매에 대한 전략 수정이나 마트 채널의 턴어라운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런 실적 악화 문제는 올 상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아모레 관계자는 서 사장의 위기 타개 능력 및 자질 논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답변할 가치조차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반대로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은 공격적인 M&A 행보로 외형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아모레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한 112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같은해 매출액은 626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2.1% 늘었고, 순이익도 770억원으로 16% 증가했다.
한편 아모레가 30%가 넘는 점유율로 화장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LG생활건강,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동종업계들의 맹추격이 이어지고 있어 아모레의 대대적인 혁신과 경영전략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