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8일 “한나라당은 가치를 지향하지 않고 이익단체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하고 있다”고 당의 정책과 가치 쇄신을 강조했다.
원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이 주최한 ‘새로운 보수 가치와 한나라당 비대위의 과제’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자유에 입각한 개인의 존엄성, 지도층과 가진 자들의 공적책임 등을 추구하는 가치에 충실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추구해야 할 이런 가치들을 안철수 교수에게서 찾고 있다”며 “안 교수를 정치적 경쟁자로 볼 때는 한나라당이 경계해야 할 대상이지만, 국민들이 정치권 밖의 안 교수에게서 수평적인 인식과 공적책임 등의 가치를 찾는 것은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 비대위의 활동에 장애물이 있는데 보수와 진보의 편 가르기, 당내 계파와 정치인들의 기득권, 그리고 비대위의 결과물이라는 세 가지”라며 “(이 장애물을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당이 영업정지를 당하고도 간판 바꾸기로만 위기를 모면하려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 정치를 추구하면서 정책쇄신, 인적쇄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 뒤 “특히 인적쇄신에서는 계층 대표성, 공적헌신, 자유와 국민적 가치의 상징성 이 셋 중에 하나를 가진 사람에게 (공천의) 70%는 내주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사람만 바꾼다고 될 문제가 아닌 만큼 국회의원 국민 소환제를 도입하고, 유명 무실된 당 윤리위원회도 강화하는 등의 구조를 바꿀수 있어야 한다”며 “안 되면 내가 직접 이번 경선에서 국민감시단을 꾸려 (당의 쇄신에 힘을 보탤) 생각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의 사회로, 김종인 비대위원, 원희룡 의원,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와 안상훈 서울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이근식 교수는 “한나라당은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찾지 말라”며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한 짓을 보면 민주주의 발전은 커녕 훼손시켰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민주주의의 핵심은 비판의 자유”라며 “그런데 언론을 삼성재벌과 언론재벌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주면서 신문과 방송 간의 상호 견제의 기능을 막았다. 신문에 방송을 주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두고두고 욕을 먹을 짓”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치러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이기기는 힘들다”며 “지금까지 엉망으로 해놓고 정권을 또 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인 만큼 건전한 야당의 역할로 돌아가라”고도 했다.
안상훈 교수는 “한나라당을 가장 괴롭히는 단어는 ‘나꼼수’”라며 “한나라당이 보수와 실용주의라고 했지만 그 이름으로 어떤 실체적 내용으로 국민 생활에 다가가려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이어 “실용주의는 꼼수와 다르다”며 “제대로 된 원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스러운데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지 않으면 비대위가 어떤 노력을 해도 그들만의 잔치정도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첫 번째는 기회의 평등부터 챙겨야 한다”며 “고등학교 과정을 의무교육과정으로 만드는 정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한나라당 비대위원은 “당에서 보수 삭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한나라당이 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됐다”며 “한나라당이 비대위를 만든 초심을 버리면 비대위 활동은 체면치레만 하고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비대위원은 “나는 적당히 일을 넘어가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한나라당이 집권정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트위터리안들의 질문을 받고 그 자리에서 대답하는 방식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