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C파이프 정품생산업체 ‘줄도산’
PVC파이프 정품생산업체 ‘줄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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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PVC파이프 국내 전체 시장 80% 잠식

 

납(Pb)성분 가소제 섞어 만든 유해PVC 전체 14만2천 톤
대다수 불량업체 정품 원료보다 가격 싼 폐PVC원료 사용

폐PVC파이프 원료수입 증가, 관련부처 책임 떠넘기기 급급
불량제품 사용해도 제재 가할 법규 없어 단속·규제 불가능

해외에서 수입된 폐PVC(폴리염화비닐)를 재가공해 만든 유해PVC파이프가 국내 전체 시장의 80%이상을 잠식하면서, 정품 생산업체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또한 소비자의 안전도 크게 위협받는가하면,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이는 지난 13일 (사)한국소비생활연구원, 국회환경포럼, 국회의원 조정식·이미경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PVC파이프의 안전·품질 확보 및 관리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밝혀졌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PVC파이프의 시장규모는 올해 2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2010년 기준 17만 2천 톤에 이른 것으로 발표됐다. 그런데 이 중 폐PVC에 납(Pb)성분의 가소제를 섞어 만든 유해PVC가 전체 14만2천 톤에 달해 국내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폐기물 수입 해마다 증가

유해PVC의 주원료인 산업폐기물의 수입도 2009년 18,912톤, 2010년 21,141톤 그리고 지난해에는 27,742톤이 수입돼 해마다 그 양이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는 선진국에서조차 재활용이 불가능해 폐기 처분한 PVC스크랩으로 만든 ‘쓰레기 PVC파이프’가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작년 기준 일본에서만 23,882톤이 수입돼 전체 수입의 86%를 차지했다.
PVC파이프는 밀가루와 유사한 하얀 분말형태의 PVC원료를 압축·가공해 만든다. 제조과정이 비교적 쉽고, 강도가 우수한 반면 가격은 저렴해 건축과 토목작업에서 중요한 배관용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PVC파이프는 특별한 전문업체가 아닌 일반 업체에서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대다수의 불량업체가 정품 원료보다 가격이 싼 폐PVC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재활용PVC원료는 톤당 40~70만원인 반면 신재PVC원료는 톤당 145만원에 구매되고 있다.
이 같은 폐PVC원료를 이용한 PVC파이프에는 납(Pb)성분이 기준치 이상 포함돼 있어, 중추신경손상, 뇌손상, 불임 등 인체에 치명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KS에서 요구되는 규격에 미달된 이런 부실자재가 건축물의 오배수관에 대량으로 사용되면서 누수 및 악취로 인해 생활의 불편이 암암리에 지속되고, 위생안전 및 장기적인 건축물 부실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지하에 매설될 경우 관로부실에 따른 지반침하 및 도로의 침하를 유발, 보행 및 교통안전을 저해하고 담장, 축대 등 구축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또한 국가기간망에 이런 부실제품을 사용할 경우 그 피해는 개인이나 특정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에 부실에 따른 엄청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납 성분 기준치이상 포함, 인체 치명적

이번에 실시된 정책토론회는 이 같은 국내 PVC파이프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개최됐다. 그러나 이번 토론에서 관련부서인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과 환경부 그리고 시민단체인 한국소비생활연구원 모두가 원론적인 부분에는 같은 의견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실행방법에서는 전혀 다른 입장차를 보였다.
논쟁의 핵심에는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이하, 품공법)이 있었다. 2년 째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이 통과되면 논쟁은 쉽게 끝날 것으로 보다. 하지만 이 법안의 주무기관인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법안통과에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지금에 와서는 이 문제를 건축법과 하수도법을 핑계로 국토해양부나 환경부로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술표준원내에서도 에너지환경표준과와 생활제품안전과에 따라 서로 말이 달라 부서 간 업무진행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쟁의 또 다른 핵심은 KS제품과 非KS제품과의 경쟁이다. 그런데 KS제품과 비KS제품과 논쟁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KS제품은 국가가 그 품질을 인증하여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인 반면 비KS제품은 자격미달로 제품에 하자가 있어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하지 않은 제품이다. 그런데 그 동안 이 두 제품들 간에 기나긴 싸움이 있었다. 불행하게도 그 싸움에서 KS제품을 생산하는 정품업체들은 거의 도산위기에 놓여 있다.
왜 이런 일들이 생겼을까? 발표가 끝나고,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장호윤((주)미라이후손관거) 사장은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국내에서 PVC파이프를 사용한지 40년이 흘러 수도보급률 70%, 하수관보급률 90% 이상이어서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PVC파이프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아쉽다”며 “만약 공사에 문제가 있다면 파이프가 잘못된 건지 시공이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재활용원료를 이용 비KS제품을 생산하는 PVC파이프 생산자단체조합(한국 PVC관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었다. 그런데 이 조합에 속해있는 업체들은 오랫동안 이들이 생산하는 제품에 스스로 만들어낸 ‘조합인증마크’를 제품에 표기하여 생산·유통시켰다. 소비자들이 볼 때 이 마크는 공신력이 있는 것으로 알았을 것이고, 조합인증마크를 KS 또는 KC마크와 비슷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어 그는 “80여개에 달하는 재활용업체를 KS기준으로 규제하면 다 망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생존권보장은 누가 지켜주나?”라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업체들의 생존권보호 또는 보장을 언급한다는 것이 마치 ‘코미디’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합인증마크는 KS나 KC와는 무관하게 생산업자들 스스로가 모여 붙인 것으로 정부가 인정한 것은 아니다. 달리 보면 이 마크를 이용, 소비자들을 기만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관련부처, 재활용PVC업체 이익대변 골몰?

이를 지휘·감독하는 기술표준원의 입장도 재활용PVC생산자들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체적 언급은 안했지만, 이날 기표원은 재활용 PVC파이프생산업체들의 입장을 두둔하는 표현을 해 참석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특히 김필구(기표원 제품안전정책국)국장은 “현재 국내에 있는 건축자재중 KS표시가 없는 제품도 품질부분에서 아주 좋은 것들이 있어 많은 아파트에서 사용하고 있다”라고 하여 비KS업체들을 대변하는듯한 표현을 썼다. 또한 재활용 생산업체들도 폐기물 분담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말을 언급했다가 분담금 대부분을 환급받는다는 환경부 관계자의 주장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KS파이프의 원료를 제조·판매하는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폐PVC재료를 이용한 업체의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생산자를 규제할 것인가? 아니면 건설업자를 규제할 것인가?”라고 반문해 기술표준원의 답변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또 “어떤 방법이 소비자를 위한 방법인가를 기표원도 분명히 알고 있을텐데, 입장을 정리해 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기표원에서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조정식 국회의원 보좌관은 토론시간을 이용, 재활용PVC업체들의 파이프 제조현장을 고발하는 슬라이드를 상영했다. 그 슬라이드에는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무런 안전대책이나 규제 없이 PVC파이프를 생산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는데, 모두가 폐PVC파이프를 이용한 불법제품이었다. 보좌관은 “해답은 분명하다 더 이상의 논의는 불필요하다”며 ‘품공법’의 조속한 제정을 강조했다.
정상적으로 생산된 PVC파이프의 내구연한은 50년이다. 이에 반해 재활용PVC파이프는 대략 14~15년 정도로 보고 있다. 여기에 폐PVC파이프는 각종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고, 내구성도 짧아 교체주기가 단축될 뿐 아니라 잦은 보수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이런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산업표준화법’ 테두리를 벗어나, 비표준(무인증)상태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판매되는 불법제품을 규제하기 위해 2010년부터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적용을 입법예고까지 추진했으나, 현재 재활용 PVC생산업체들의 반대여론에 밀려 추진을 포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품공법’에 대한 비난의 모든 화살은 기술표준원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 동안 KS준수 업체들의 도산위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비KS업체들의 규제를 위한 법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어를 취하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다. 불법업체들의 생존과 국민전체의 안전 그리고 세금낭비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중요한 것일까.

▲불량제품 적용 현장                                                 ▲현장 하자 사례   ⓒ한국소비생활연구원

PVC파이프 KS 유명무실

실제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이혜영 실장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비표준 제품의 품질수준은 표준제품에 비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장강도는 정품대비 50% 수준부터 존재하고, 납 함량은 KS정품대비 최대 18배나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단체표준(한국PVC관공업협동조합) 제품은 더욱 심각한데, 인장강도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생했고, 납 함량도 최대 25배 이상 초과 검출돼 현재 관리부재 상태를 증명함과 동시에 규제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더 큰 문제점은 현재 PVC파이프에 대한 표준체계(KS)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표준 업체들도 처음에는 정품 PVC원료를 사용해 KS인증을 받아놓고, 인증 후 실제로는 비KS제품을 생산·유통시키는 기형적 시장구조를 형성해 가고 있다. 이런 업체들이 KS인증 후 값비싼 정품원료를 이유로 내세워 값싼 재활용원료를 이용하여 유해PVC파이프를 생산하더라도 정부기관의 사후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현장에서도 건설업체들이 이 같은 불량제품을 사용해도 제재를 가할 법규가 지금까지는 없어 단속이나 규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지금의 실정이다. PVC파이프는 일반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매설된다. 그리고 일단 매설되면 재공사가 어렵고, 재공사를 할 경우 그에 따른 비용도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처음부터 관리·감독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공사의 중요성이 그 만큼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사의 잘못으로 인한 부실공사에 대한 모든 책임에서 생산업체는 제외되었고, 대부분 시공업체에게 떠넘겨졌다. 생산업체들의 영향력이 그 만큼 크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PVC파이프 시장 한계 봉착

그런데 이런 불법제품을 이용한 공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되돌아온다. PVC파이프는 전기, 통신 및 상하수도 분야에 적용되는 국가기간망 구축에 핵심자재이고, 건축물에서도 마찬가지로 핵심자재로 사용된다. 이렇게 중요한 핵심자재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업체 78개중 KS표준에 의해 생산하는 업체가 5개 미만이라는 사실은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사고의 부담이 큰 상수도와 가스관 정도만이 KS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PVC파이프 시장은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이는 다시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시공해야 한다는 점과 일치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불법제품이 주도하는 시장구조 하에서 또다시 시공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정부에서도 이 같은 사안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법을 입법예고까지 추진한 것이 아닌가? ‘기표원’은 법안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다. 정품이던 비품이던 이들의 공사비를 지불하는 것은 국민의 혈세이다. 해당기관이나 담당공무원의 특정이익을 위해 공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품을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다.

문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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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srlftn 2012-01-24 21:43:09
키워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