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 레미콘사업 편법확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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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엔컴 자회사 조양산업 내세워 위법자행

법원, 한라엔컴 대여 12억…조양산업 출자총액 11억 초과 ‘위법’
조양산업 출자총액 부풀리기…증자한 자본금 ‘가장납입’ 꼼수 부려
법원, 조양산업·한라엔컴 ‘대여금반환채무 인수 관계’
조양산업 대표이사 이모 씨, 한라엔컴 15년 간 근무

한라그룹 계열사인 한라엔컴이 위장·차명 회사를 내세워 중소기업들의 고유영역까지 뺏으려는 술책을 부리다 적발되는 사건이 벌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대기업 한라엔컴은 전남 여수시 월하동 816 외 5필지에서 레미콘 공장을 착공하기위해 중소기업으로 위장한 조양산업을 내세웠다. 이에 전남동부레미콘협동조합은 광주지방법원에 대기업이 상생법을 위반한 사실과 관련 사업조정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광주지방법원은 한라엔컴과 조양산업의 자회사 관계를 인정한다며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줬지만 조양산업이 광주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전남동부레미콘협동조합(이하 레미콘협동조합)은 작년 초 대기업 한라엔컴이 여수시에서 중소기업 사업영역인 레미콘 제조 사업 확장을 위해 위장·차명회사인 조양산업을 내세웠다고 주장하며 지자체 전라남도도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전남도청은 조양산업이 한라엔컴의 자회사임을 입증할 만한 사실이 없다며 사업조정요구를 종결처리 했다. 반면 광주지방법원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해한 상생법 위반으로 판단, 전남도청의 종결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조양산업’ 위장·차명 회사

지난 2010년7월1일 레미콘 제조 및 판매 등으로 설립된 조양산업은 대기업 한라엔컴이 중소기업으로 위장한 회사로 여수시 레미콘 사업에 뛰어들었다. 레미콘협동조합 관계자는 “한라엔컴은 조양산업에게 출자총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대여했으며 조양산업은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소기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시사신문이 입수한 광주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인 우리개발은 2009년 6월5일 여수시로부터 여수시원하동 일대 부지를 매수했고 31억원이상의 금액을 한라엔컴으로부터 차용해 충당했다.
이어 2010년 7월13일 37억원에 토지를 우리개발로부터 매입한 조양사업은 계약 당일 한라엔컴에 계약금 7억원을 납부했다. 나머지 30억중 중도금 18억원은 우리개발에 6억원, 한라엔컴에 12억원을 1개월 내에 지급했다. 잔금 12억원은 다음해인 2011년12월31일까지 한라엔컴에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당시 한라엔컴은 우리개발의 채권자로서 매매계약의 당사자로 참여해 기명날인했다. 이는 조양산업이 한라엔컴으로부터 12억원을 빌린 셈이다.
광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조양산업의 자본금 총액은 11억원이다. 조양산업이 한라엔컴에 지급해야하는 31억중 이미 지급한 19억원을 제외한 12억원은 출자총액 11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해당한다. 이는 조양사업과 한라엔컴은 자본관계로 지배를 받는 중소기업에 해당함을 입증하는 부분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다.
법원은 “대기업의 자회사가 단독 또는 다른 자회사의 공동으로 어느 중소기업에 그 중소기업의 출자총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자산을 대여는 경우, 해당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소기업에 해당”하며 “그러한 중소기업이 사업을 인수·개시 또는 확장함으로써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에 현저하게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 될 때에는 사업조정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우리개발이 토지를 매입할 당시 한라엔컴이 31억원이상 대여해 줬으며 조양건설이 우리개발의 채권자인 한라엔컴에 매매대금 중 31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은 삼자간에 체결된 매매계약이다. 따라서 조양산업은 우리개발의 채권자인 한라엔컴에 대한 대여금반환채무를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레미콘협동조합은 “한라엔컴이 우리개발에 빌려준 돈을 조양건설이 갚기로 한 것은 두 회사사이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조양건설은 한라엔컴이 위장한 자회사다”고 대기업의 횡포를 주장했다.
앞서 사업조정신청을 반려한 전남도청은 “세밀한 서류검토와 고문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서 사업조정신청을 취소했다”면서 “이쪽에서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항소했다”며 광주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했다. 이어 “2심을 신청한 것은 전남도청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다”며 “고등검찰청지휘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양산업, ‘출자총액 부풀려’ 덜미

초기 자본금 11억원으로 시작한 조양산업은 ▲ 2010년 8월16일 4억원 ▲ 2010년 8월26일 3억원 ▲ 2010년 11월17일 5억원 ▲ 2010년 12월3일 2억원 등 4차례 걸쳐 자본금을 증자해 출자총액을 18억원으로 늘렸다. 법원은 조양산업이 증자한 자본금 가운데 “8월 26일 증자당시 납입한 3억원과 11월17일 증자당시 납입한 5억원 중 4억원, 총 6억원은 가장 납입 된 돈”이라고 밝혔다.
조양사업의 이 같은 편법은 레미콘협동조합이 사업조정신청을 한 시기를 전후로 이뤄졌다. 이에 대해 조양사업이 자본금을 증자하는 데 무리수를 둔 이유가 한라엔컴에게 갚아야 할 금액 12억원보다 출자총액을 더 부풀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양사업이 최종적으로 증자한 자본금까지 합치면 출자총액이 18억원이 되면서 사업조정 대상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지방법원은 “조양산업이 한라엔컴이나 우리개발로부터 실질적으로 지배를 받는 중소기업의 요건을 잠탈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본금 총액을 증가”했다고 보며 “조양산업은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여부는 사업조정 신청 당시 조양산업의 출자 총액인 11억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양산업을 설립한 대표이사 이모 씨의 이력 또한 의심을 제기했다. 이씨가 1995년 8월경부터 2009년 12월1일경까지 한라엔컴의 직원으로 근무하다 부장이사로 퇴직했다는 것이다. 그는  퇴직 후 다음해 7월, 4억원의 자본으로 조양산업을 설립했다. 

수상한 조양건설 대표이사 이력

이씨는 레미콘 공장을 완공한 뒤 지난해 8월 중순경부터 현재까지 한라건설이 시공 중인 여수 웅천지웰 2차 아파트 공사현장에 소요되는 레미콘 전량을 단독으로 납품하고 있다. 레미콘협동조합 관계자는 “레미콘 업계는 건설경기의 장기적인 침체로 전국적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여수지역에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이 레미콘 사업에 진출할 경우 상대적으로 생산능력 등이 부족한 중소레미콘업체로서는 경영난이 더욱 가중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광주지방법원의 판결에 따라 광주경실련 김기홍 사무처장은 “대기업에 대해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상생법이지만 실제로 제대로 효력을 발휘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 판결은 대기업이 상생법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의 사업 확장으로 보호되지 못했던 중소기업들의 사업영역을 지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하지만 대기업이 항소를 제기함에 따라 사법부가 사실관계를 잘 확인해 실효성 있게 사건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열악한 중소기업 보호법에 대해 한탄했다.
이에 대해 한라엔컴 홍보팀 관계자는 “조양산업이 한라엔컴의 위장 회사가 아니다”며 “한라엔컴과 조양산업은 전혀 관계가 없다. 현재 항소한 상태이니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조양산업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라엔컴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 판결이 그런 식으로 났다는 것이 놀랍다”며 “만약 조양산업이 한라엔컴 자회사라면 오히려 직원입장에서는 대기업이니깐 좋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데 왜 자꾸 이런 일이 불거지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한라엔컴 쪽에서도 공문과 보도자료를 여러 번 보내 반박한 것으로 안다”며 “조양산업은 100% 중소기업”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한라엔컴이 무리한 레미콘 사업 확장으로 꼬리가 밟혔음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제기함에 따라 사건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기업이 상생법을 위반하며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침해하는 꼼수는 국내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상생법에 대한 대기업의 인식이 바로잡아 질지 관심이 주목된다.


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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