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인력 관리 실체, 베일 벗나?
KT 인력 관리 실체, 베일 벗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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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문건, 퇴출 리스트 아냐” 해명 급급

KT,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기획 의도 해명
CP 인력에 노동 인권 탄압 행위, 도로 ‘수면 위’

노동부, 양측 입장 차 커 진상 조사 난항 예상
KT노동인권센터, “조사 결과 따라 책임 묻겠다”

▲ KT 전경

KT가 부진 인력 퇴출 프로그램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지난해 4월 KT 충주지사 관리자였던 반기룡씨가 KT내에 살생부(C-Player)가 존재한다고 폭로해 논란이 된 가운데, 최근 KT가 “실적부진자들에 대한 교육을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인정하면서 또다시 KT의 인력 관리 실상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그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KT가 부진 인력 퇴출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 의도를 밝히자 고용노동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사실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인권센터는 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부진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관리하고 결국 참담한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의혹을 받고 있는 KT가 그간 고수해 왔던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벗어 던지고 인력 퇴출 프로그램에 대한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인력 퇴출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아닌 사내 실적 부진자들에 대한 교육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조직원들의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 KT 인력 퇴출 프로그램 폭로 및 관리자 반기룡 양심선언 기자회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블로그

퇴출 대상자에 가혹한 인권 유린

지난해 4월 KT 충북본부 충주지사 음성지점의 고객만족팀장이었던 반기룡씨가 KT내에 살생부(C-Player)가 존재한다고 폭로했다. 당시 양심선언을 한 반씨는 반인권적 KT살생부 작성 규탄 기자회견장에서 “2007년 2월 충주지사 문 모 팀장이 사내 메신저를 통해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이라는 문서를 보내왔다”며 “이 문서를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주의하고 퇴출 대상자에 대해 특별 관리하라는 지침을 시달받았다”고 말했다.

KT 노동인권센터가 공개한 이 문건에는 KT가 전사적으로 2006년에 퇴출시켜야 될 목표가 500명, 2007년에는 550명이 명시돼 있다. 퇴출 및 관리대상의 사유로는 114 잔류자, KT민주동지회 관련자, 간부직 명예퇴직 거부자, 업무부진자, 기타로 분류돼 있고 단계별로 핵심관리대상, 중점관리대상, 주요관찰대상, 잠재적 대상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 이 문건에는 1997년 IMF 이후 KT의 강제 ‘명예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들과 ‘KT 민주동지회’ 노동자들을 ‘핵심관리대상’으로 분류해 반드시 퇴출시켜야 할 인물로 포함시켰다. 반 씨는 “더 무서운 것은 퇴출자로 낙인이 찍힌 자의 개인 사생활을 조사하도록 돼 있고 모든 혜택을 금지시키는 것은 물론 교육조차 참석하지 못하게 해 소외감을 주도록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본인조차 고등학교 7년 후배인 장모씨를 가혹하게 관리하지 못해 함께 2007년 12월 19일자로 음성지점 고객만족팀으로 발령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 내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장모씨를 가혹하게 관리하기 시작해 일일동태 파악·주요 관찰일지 기록·출퇴근 시각을 체크해 일지에 기재하고, 주기적인 개별 시험을 치러 관련 내용을 충주지사에 보고, 지사측에서 경고장·업무촉구서를 발부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 본지가 입수한 KT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 방안 문건

부당한 직무 전환
노동자 죽음으로 몰아

반씨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명단 전체는 CP 대상자 1002명으로, 이 중 602명이 이미 퇴출압박에 의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2월23일 MBC의 한 라디오에 출연해 “기업에서 인적자원을 A, B, C 등급으로 분류해 기여도가 낮은 등급이 C-Player”라면서 “CP로 일단 선정된 사람은 그 메커니즘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 위원장은 또 “KT의 C-Player 명단은 2006년 이전부터 작성돼 온 것이며, 2006년 이후 비밀 퇴출이 조심스럽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퇴출자 수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2008년에도 많은 인력이 퇴출됐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시사신문’에서 입수한 연도별 KT 직원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자살 또는 돌연사한 직원 수는 54명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KT의 갑작스러운 업무전환과 강제 퇴직요구가 업무 스트레스로 작용,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A지사에 근무했던 이해관씨는 KT민주동지회 소속으로, 작년 2월 현장고장수리업무로 전보 조치됐다. 기존에 영업판매 업무를 봐왔던 이씨는 현장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무전환 교육 없이 곧바로 고장수리업무에 투입, 이후 실적 부진을 이유로 업무지시서와 업무촉구서를 연속으로 발부받았다.

지난 2001년 114 안내사업 분사시 잔류자로 남아있던 한미희씨도, 분사 후 상품판매직으로 발령됐다가 2006년에는 선로 개통직으로 전보 조치됐다. 선로 개통직은 전신주를 타고 옥상에 올라가야 하는 작업으로 여직원으로서는 수행이 곤란한 업무였지만, 한씨는 개통 실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업무지시서 및 업무촉구서를 수차례 받다가 결국 해고됐다. 또한 근무할 당시 병원 진료 예약 때문에 연차휴가를 신청했지만, 사측이 연차 휴가를 연속적으로 불허한 일도 있었다.

KT 관계자는 사망한 직원들과 관련, “아마 병이 있었거나, 연세가 많은 것이 사망 원인일 것”이라며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발병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런 업무 전환에 대해서도 “개인별 사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 사측이 지정하는 일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측 간 이견 대립
진상 조사 난항 예고

그동안 미디어 매체를 통해 ‘C-Player’에 대한 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KT는 이에 대해 “본사와 관계없는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당시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공개된 문건과 관련 내용들을 조사 중이라고는 했지만, KT측이 이번 사안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간 묵묵부답이던 KT가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 의도를 밝히면서 진상 조사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동부 성남지청 근로개선지도과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양측의 자료를 본부 근로개선정책관에 보고한 상태며, 본부측에서는 사실 확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성남지청 관계자는 “현재 KT와 KT노동인권센터가 보고한 자료들을 상부에 보고한 상태”라며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조사 결과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건 작성 시기가 이미 오래 전이라 부당해고에 대한 처벌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KT노동인권센터는 계속해서 노동부에 특별 관리 감독을 요구하고 있으며, 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관리자였던 반씨의 정확한 증언과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들이 있기 때문에 KT가 막연히 부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통해 사실이 확인되면 KT는 퇴출자들에 대한 진상 규명과, 힘겹게 버티고 있는 자들에 대한 불이익 여부를 밝혀야 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도 KT 노동인권탄압 사례에 대한 법률의견서를 통해 “이 증언들이 사실이라면 KT는 법적 근거 없는 퇴출을 강제하기 위해 자발적 형식을 빌려 퇴사를 종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KT가 자행한 위법행위를 열거하면 부당전보·해고 등 근로기준법 제23조 위반, 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우로 인한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 규정 위반, 연차유급휴가 사용 불승인을 통한 근로기준법 제60조 위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위반 등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 같은 일이 사실로 드러나면 KT의 인력 관리 실태는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은 물론,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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