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대학원 선후배 사이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 뒤늦게 학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가해자가 ‘성기기형’을 이유로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소식을 접한 학생들이 “판결 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며 피해자 돕기에 나서 ‘서울대판 도가니’ 사건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31일 오전 11시 단과대학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를 중심으로 한 서울대 학생들 40여명은 대법원 앞에서 서울대 대학원생 성폭행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유사한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피해자의 생존을 위해 대법원은 3심을 공정하게 진행시키고, 사태를 방관한 학교당국은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사건은 201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중이던 ㄱ씨는 자신의 논문을 지도하는 박사과정 선배 ㄴ씨로부터 당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다가 나중에 ㄴ씨를 고소했다. ㄱ씨는 대학원 생활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기 위해 사건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으나, 이후 ㄴ씨가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일삼고 해외출장에도 자신을 동행시키려 해 고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심에서 ㄴ씨에게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점이 인정된다”며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엇갈린 판결을 내놓았다. 변호인단은 “ㄴ씨는 발기시 선천적으로 성기가 휘어지는 음경만곡증(페이로니씨병)을 앓고 있어, 삽입시 한 손 이상의 보조가 필요하고, 상대방에게 상당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를 새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