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S의혹, 진실을 말한다’
지난 27일 CTS 기독교TV가 감경철 회장을 비롯한 자신들을 둘러싼 비리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힌다며 내보낸 특집방송이다. 앞서 CTS는 집중취재라며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제기된 비리혐의 등에 대해 반박성 보도를 시리즈로 내보냈다.
이를 지켜본 필자의 심정은 한마디로 ‘가련하다’였다. 의혹의 당사자가 진실을 밝힌다며 특집방송이나 시리즈 보도를 쏟아내는 것으로 과연 진실이 규명될까.
삼척동자라도 알겠지만 의혹의 당사자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혀 객관성을 담보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것은 단지 주관적인 해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이러한 CTS의 일련의 행태는 ‘분명한 의도’를 담고 있다는 시각을 지울 수 없다. 공익적인 선교방송을 이용한 여론몰이를 통해 검찰수사 ‘물 타기’라는 것이다.
더불어 검찰 수사의 칼날을 무디게 하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감 회장이 세계한인방송협회 회장과 국가조찬기도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치적 인맥이 깔려 있는 무게감 있는 직함이다. 검찰의 축소수사를 경계하는 시각이 나오는 까닭이다.
CTS의 의도는 최근 열린 78차 이사회에서도 읽을 수 있다. CTS 이사회는 이달 18일 안건심의 과정에서 CTS 비리의혹과 검찰 수사 등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유감을 표하고 공정보도를 촉구하는 서안을 각 언론사에 전달키로 했단다.
적어도 필자가 아는 바로는 당시 교계 안팎 언론의 보도는 검찰의 압수수색, 기독교 시민단체 등의 엄정한 수사촉구 등 이른바 ‘팩트’에 입각한 사실 전달이었다. 오히려 CTS의 관련보도가 비리고발인 당사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일방내지 편파적인 것이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CTS 기독교TV는 1995년 한국교회 86개 공교단 연합으로 출발해 43개 교단이 주주로 참여한 매체로, 선교방송을 사명으로 하는 명실 공히 교계 공익기관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런 매체의 보도가 교계를 위한 것이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CTS 이사회는 또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관계요로에 제출하기로 했단다. 이건 또 무슨 행태인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CTS 이사회가 잘 모르는 것 같아 검찰이 포착한 정황을 다시 적시해본다. 우선 검찰에 따르면 감 회장은 노량진 CTS 사옥을 신축하면서 공사원가를 과다 계상해 150억 원대 횡령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부도에 따른 채무상환 과정에서 허위 장부를 만들어 70억 원대 회사 돈을 빼돌린 정황 등을 포착했다. 감 회장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던 별도 사업체를 아들에게 양도하는 과정에서도 80억 원대 횡령과 회계조작이 저질러진 정황까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포함해 감 회장의 여러 비리가 수록된 진정서를 3개월여 전 접수하고 내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감 회장은 2006년 12월 CTS 건축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려 1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8년 9월25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감 회장의 횡령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는 가중처벌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의 수사내역이 이런데 공정수사라는 수식어를 달아 탄원서를 그것도 관계요로에 제출한다고?
탄원서를 제출한다는 것은 ‘감 회장에 구명운동을 하겠다’ 것에 다름 아니다. 동시에 이 탄원서를 관계요로에 제출하겠다는 것은 ‘검찰의 수사를 압박하겠다’는 것과 같다.
검찰 압수수색이라는 교계 초유의 사태를 빚은 당사자에 대한 문책은커녕 도리어 비리의혹의 중심에 있는 자를 감싸는 게 선교방송을 대표하는 이사회가 할 일인지 되묻고 싶다. 이날 이사회에서 CTS 회장 감경철 장로는 참석한 이사들에게 최근 사태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CTS가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 성숙한 선교방송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말 감 회장은 사과의 대상을 모르는 것일까. 한국교회 성도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운영되는 CTS의 명예를 땅바닥에 떨어뜨린 장본인은 정녕 누구에게 사과해야 하는지 모른단 말인가. 하기야 온갖 비난에도 회장직을 수행하는 두둑한 배짱이니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한국 기독교는 우리 국민들의 종교 신뢰도 조사에서 몇 년째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계 지도급 인사들의 창피하고 부끄러운 처신 탓이 크다는 점은 두말 할 나위 없다. 향후 CTS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자못 궁금한 요즘 필자는 ‘감추어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 이란 말씀을 곱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