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국민적 불신 원인제공자 책임질 때
이재오 의원 트위터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
친이계 일각, “박 비대위원장 의중이 담겼을 것” 관측
남경필, 구상찬 등 쇄신파 의원 김 위원에 힘 실어줘

새누리당(한나라당)내 ‘MB정부 실세 용퇴론’이 재점화 되면서 4ㆍ11 총선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초선 의원인 김세연 비대위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누리당이 이토록 국민적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든 근본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할 때”라고 밝혔다.
외부 인사로 박근혜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종인ㆍ이상돈 비대위원이 제기한 ‘MB정부 실세 용퇴론’과 같은 선상에 놓여있는 이야기이지만 현직의원이며 쇄신파인 점을 생각하면 정치적 무게감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상돈 비대위원이 비대위 출범 직후 처음 제기해 큰 논란이 됐다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수습 노력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용퇴론 이슈가 김세연 비대위원의 이 같은 발언으로 재부상하는 형국이 됐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용퇴론 이슈
김세연 비대위원 발언 재부상 형국
당시 이 비대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재오 의원은 현 정권의 실세로서 국정 실패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4·11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었다. 또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상득 의원에 대해선 자진 탈당을 요구한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용퇴론은 사실상 구주류 친이(친이명박)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돼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공천국면에서 친이ㆍ친박(친박근혜)간 계파갈등을 넘어 여권 분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현역 지역구 25% 공천배제’ 원칙에 따른 역대 최고의 물갈이 전망이 나오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중도신당 ‘국민생각’ 창당 준비 등으로 보수진영의 정치적 유동성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총선판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은 지난 29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인적쇄신 방향을 묻는 질문에 국민적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든 근본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고, “국민이 볼 때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이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새누리당이 거듭 태어나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며 대통령 탈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당내에서 그러한 책임 있는 인물들이 나올 때가 됐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의 권력이 가장 약해지는 시점이 총선 공천 직전인데 지금 하지 않으면 지방선거 공천권 독립을 기약하기 어렵다”며 “당 대표의 국회의원 공천권, 국회의원의 지방선거 공천권 이 두 가지 문제를 풀지 않으면 우리 정치가 결코 일어설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수진영 정치적 유동성 제기
총선판도에 직·간접적 영향
이와 함께 ▲기초 단체장ㆍ의회의원 정당공천 폐지 ▲당 대표ㆍ당협 폐지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분리 ▲시도당 공심위의 당협위원장 협의의무 삭제 등 구체적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이어 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비대위가 추진하는 ‘개방형 국민경선’과 관련, “현실적으로 지역구 80%에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17대 선거 때 16개 지역구에서 경선을 통해 상향식 공천을 실시했는데 그것의 2~3배만 해도 성공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비대위원의 발언은 비대위가 본격적인 공천심사를 앞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시점의 미묘성과 MB정부 핵심 용퇴론의 파장을 모를 리 없는 김 비대위원이 마치 작심이나 하듯 밝힌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어 ‘박근혜 비대위’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김 비대위원은 물론 용퇴 대상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MB정부 핵심인사 및 전직 당 대표 등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면서 “당의 화합 속 쇄신, 정치와 당의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스스로 결단해야 하는 모양새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친이계 핵심으로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의원, 지난해 4ㆍ27 분당을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상수 전 대표와 10ㆍ26 서울시장 보선 당시 당을 이끈 홍준표 전 대표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현 정권 실세들의 잇단 비리가 터지며 이명박(MB) 대통령의 탈당까지는 아니어도 MB 정권과의 일정수준 선긋기를 통해 차별화를 가시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MB 정권과 일정수준 선긋기
김 비대위원, 차별화 가시화
MB 정권 핵심그룹인 ‘6인회의’의 이상득 의원, 박희태 국회의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측근 비리 및 돈 봉투 사건 등에 휘말린 현 상황은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에 있어 대형 악재로 등장할 수밖에 없어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새누리당의 쇄신 노력이 악재에 뒤덮여 묻혀버리는 일을 피하기 위한 시도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 “새벽에 교회를 가는데 누가 골목에서 불쑥 편지 한 장을 주고는 휙 가 버린다”며 “내용은 누군가 ‘천동(天動)인지 지동(地動)인지 모르고 날뛴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어른들이 철없이 나대는 아이들을 보고 ‘천똥인지 지똥인지 모르고 설친다’고 한다”는 글을 올려 불편한 입장을 은유적으로 나타내 눈길을 모았다.
장제원 의원도 트위터에서 “갑자기 왜 공천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당의 분열에 불을 지르는 ‘물러가라’ 타령을 하느냐”며 “자네가 누구를 물러가라 할 만큼 당 기여도가 있는가. 비대위에서 나쁜 것만 배웠느냐”고 비판했다.
친이계의 경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대체적으로 “김 비대위원이 개인의견이라고 한 만큼 뭐라 성급하게 얘기하기가 어렵다”면서 “비대위 전체 의견인지, 또 앞으로 공심위가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친박 진영은 “박 비대위원장의 의중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김 비대위원 역시 “일반적인 언급으로, 누구와 교감이 있은 것도 아니고 특정인을 겨냥한 것도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재오 의원 트위터에
불편한 입장 드러내 눈길
하지만 친이계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이 친박 성향인데다 발언의 강도로 봐서 박 비대위원장의 의중이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을 나타내고 있다.
공심위 출범을 앞두고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것이다. MB정부와 연이 있는 사람을 무조건 배제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는 시각이다. 다른 친이계 의원은 “MB정부를 실패로 규정하고 선을 그으려고 하는데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은 쪽에는 책임이 없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김 위원이 영남권에 대거 포진한 친박계 중진 의원들도 함께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계 중진 의원들이 불출마 선언과 같은 용퇴를 기피하며 인적쇄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남경필, 구상찬 의원 등 쇄신파 의원들은 김 위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당 대표 폐지와 원내중심 정당화 등 제안에 대해 비대위의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며 “정책토론회를 통해 원내정당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비대위에 제시 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