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 빈익빈부익부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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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밀어주기…중소형 금융사 ‘신음’

중소형 금융회사, 잇단 퇴직연금사업 ‘자진하차’
그룹의 계열사 밀어주기 등 편법영업 행위 논란

중소형 금융사들이 퇴직연금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 2008년 11월 당시 흥국화재와 골든브릿지증권이 퇴직연금사업자 등록을 취소한 가운데, 퇴직연금시장에서 선발 주자로 나선 교보증권도 지난해 11월 자진하차를 결정했다. 특히 최근에는 그룹의 계열사 밀어주기로 인해 과당경쟁이 심화되면서 중소형 퇴직연금사업자의 어려움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중소형 금융회사들
퇴직연금사업 ‘백기’ 선언

지난 2005년 당시 퇴직연금 도입과 동시에 선발주자로 나선 교보증권이 퇴직연금시장에 진출한지 6년여만에 사업자 등록 취소를 결정하고, 자진 하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교보증권은 퇴직연금사업 부서를 정리하고 가입자 이전 작업을 완료했다. 또한 최근에는 퇴직연금사업자 말소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보증권이 퇴직연금사업에서 자진 하차를 결정한 이유는 과당경쟁에 따른 역마진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그룹의 계열사 밀어주기와 같은 편법영업으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더 이상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보증권 기획팀 관계자는 퇴직연금시장 하차와 관련, “그룹의 밀어주기와 같은 편법영업이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내부 역량이 부족했거나 경쟁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11월7일 당시 흥국화재와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과당경쟁 속에서 재무건전성 및 인적·물적요건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감독국 관계자는 당시 사업을 포기한 두 금융회사에 대해 “두 회사가 자진 말소를 신청했다”며 “이는 유지비의 부담을 느낀 경영진들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중소형 퇴직연금사업자들에게 퇴직연금의 역마진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룹의 계열사 밀어주기 등의 편법영업 행태다.
지난해 11월7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밝힌 자료를 보면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의 퇴직연금 적립금 중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무려 95.4%에 이른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도 계열사가 전체의 89.6%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 계열인 하이투자증권은 82.7%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증권업협회 적립금 수익률 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HMC투자증권이 차지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수익률은 2조7600억원으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1조6200억원), 삼성증권(8800억원), 하이투자증권(8600억원), 한국투자증권(7100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과당경쟁 따른 편법영업 행위 근절해야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그룹의 계열사 밀어주기로 이 같은 증권회사들이 퇴직연금시장에서 우뚝 서게 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험연구원 류건식 선임연구의원은 “현재 퇴직연금사업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룹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근로자들의 사업자 선택권 또한 박탈당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류 연구원은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불공정행위를 벌이면서 편식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퇴직연금 설계·운용·지급 등 전반적인 서비스의 재무건전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HMC투자증권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퇴직연금사업자는 그룹 내 계열사를 포함한 퇴직연금가입기업들을 대상으로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객관적 평가기준에 의거, 퇴직연금가입기업내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아 선정된다”며 “퇴직연금사업자 선정 또한 퇴직연금가입기업에 전적으로 달린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하이투자증권 홍보실 관계자도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에서 70% 정도의 퇴직연금 관련 물량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수익률을 다른 은행과 증권에 나눠서 운용하고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반면 중소형 퇴직연금사업자들은 이 같은 유착관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전 퇴직연금사업자인 교보증권 관계자는 “그룹의 계열사 밀어주기로 인한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중소형 금융회사들이 들어설 만한 자리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현재 퇴직연금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신영증권과 대신증권 퇴직연금사업 관계자도 “중소형 금융회사가 배제된 채 대기업 위주로 사업이 운용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금융당국은 정책적으로 선 순환될 수 있게 규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은 ‘2012년도 금융 감독 업무설명회’에서 퇴직연금사업을 하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불건전 영업행위 등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금융서비스개선팀 관계자는 “작년부터 불건전 영업행위를 검사하기 시작했고, 현재 조치를 진행 중에 있다”며 “금융회사들이 건전하고 원활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조치들의 실효성은 아직 의문이나, 과당경쟁에 따른 편법영업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전초제근’ 역할이 시급한 실정이다.

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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