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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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인수 승인되자 ‘사퇴의사’ 표명, 왜?

경발위, 외환은행 완벽한 인수위해 김 회장 연임 ‘필요’
김회장, 지금이 물러날 때…“할 만큼 했다” 의사 전달

‘포스트 김승유’ 윤 부회장-김 행장-외부 젊은 층 인사 거론
사퇴의사 밝힌 김 사장 “복귀는 없을 것” 차기회장후보 제외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의 임기기간이 오는 3월에 만료되면서 뒤를 이을 후계구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외이사들의 끈질긴 연임요청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지난 31일에 있었던 경영발전보상위원회(이하 경발위)에 참석해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임원성과를 평가하고 회장 후보 심의권도 갖고 있는 경발위는 김 회장이 완곡히 연임을 고사하자 이에 대비해 회장 후보를 2~3명으로 간추렸고 김 회장은 후보 리스트에 제외했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3월 주총 안건 결정을 위한 이사회까지 남은 한 달여 동안 김 회장을 최대한 설득할 모습이다. 김 회장의 거취는 2월 중 결정될 예정이다. 김 회장의 연임을 두고 여러 설이 떠도는 가운데 그의 속내를 들여다 봤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7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받았다. 장기간에 걸쳐 이뤄낸 성과였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또다른 과제를 안았다. 15년 동안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의 수장을 맡아온 김 회장이 오는 3월 임기를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사퇴의사 굽히지 않는 김 회장

김 회장은 1년 여 동안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지체되자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사퇴 하겠다는 의견을 거듭 내비친 바 있다. 더욱이 지난 31일 있었던 경발위에서 김 회장은 사퇴의사를 접지 않았고 오히려 힘주어 강조했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김 회장이 연임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외환은행이 편입됨에 따라 따라올 진통을 잠재울 수 있는 재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발위는 김 회장을 포함해 조정남 SKT 고문, 김각영 전 검찰총장, 이구택 포스코 상임고문, 허노중 전 한국증권전산 사장 등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됐다. 경발위에서 의견이 수렴되면 2월 말로 예정된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서 정식으로 회장 후보를 추천하며 이어 3월에 있을 주주총회 이사 선임 절차를 거쳐 이사회에서 회장을 선임하게 된다.

경발위는 회추위에 올릴 후임 회장 후보군을 2~3명 압축했다고 알려졌다. 정확히 누가 리스트에 올랐는지는 밝혀지진 않았지만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주요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두고 회추위 모임이 열리기 전까지 김회장을 설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한 사외이사는 기자들에게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원활한 합병을 위해 연임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 회장의 사퇴 의지가 강하다”며 “김 회장을 계속 설득할 계획이다. 연임 설득에 성공할 경우 절차상 하자가 없도록 준비하라고 실무진에 지시했다”며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나금융 지주 홍보팀 관계자는 “직원들도 김 회장님이 계속 연임하기를 바란다”며 뜻을 보였다. 하지만 김 회장은 경발위 직후 “자신의 문제라 말할 수 없으며 거취에 대한 모든 것을 조정남 경발위원장에게 일임했다”면서 “2월 중 거취문제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명예롭게 물러나고 싶다”

김 회장이 물러나기에는 지금이 최대적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회장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성공하면서 4대 금융지주의 반열에 오르며 명예롭게 퇴진할 기회라는 것이다. 반면 외환은행 인수건에 대해 민주통합당과 야권 그리고 외환은행 노조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매개로 외환은행을 인수했다는 특혜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이 또한 그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론스타가 불법적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한 상태였다.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승인을 했다”면서 “외환은행보다 낮은 수준의 하나은행이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며, 정부가 정당성·형평성 없고 문제가 많은 사안인데도 승인을 해준 것이 무슨 말이겠느냐”며 김 회장과 이 대통령의 관계를 넌지시 들추었다. 김 회장은 경발위에서 “등 떠밀리거나 손가락질 받으면서 나가고 싶지 않다”며 “명예롭게 물러나고자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한국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은 지난 1일 하나금융지주가 금융위로부터 받은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며 완곡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외환은행 소액주주가 지난해 청구한 위헌심판청구사건의 종국결정이 선고될 때까지 이번 자회사 편입승인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며 “또한 논의를 거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투쟁을 할지 추가적으로 계획을 세울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이 연임한다면 새로운 출발을 하는 하나금융에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김 회장은 다음 정권 때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현 정권 초에 금융권에서 대거 물갈이 인사가 단행된 바 있듯이 내년 초 새 정권에서 사람을 심을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 입장에서는 이를 대비해 지금 자신의 사람을 심어놓는 게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회장 연임 vs 김정태 행장 체제?

김 회장이 퇴진의사를 접지 않을 것을 대비해 거론되는 차기 회장 후보군에는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나왔다.

윤 부회장은 80년대 말 정부 내 관할 부서인 재무부 국고국 실무 책임자로 10여년간 관료직에 있었다. 그는 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등의 자리를 거쳐 기업은행장을 역임했다. 사외이사들은 윤 부회장이 외환은행의 속사정에 밝다는 이유로 그를 꼽았다. 반면 윤 부회장이 하나금융과 인연을 맺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차기 외환은행장에 내정돼 있는 상태로 회장 후보로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도 나온다. 또한 윤 부회장도 회장직보다는 3∼6년간 외환은행을 잘 이끌어 보고 싶다는 입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후보인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지난 1981년 서울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 신한은행을 거쳐 하나은행에 몸을 담았다. 지난 2006년 11월에 하나대투증권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재임시절 경영수완을 발휘해 좋은 성과를 거뒀고 지난해 3월 연임하는데 성공했다. 하나금융지주 홍보팀 관계자는 “김 행장은 친화력이 뛰어나며 영업에 관련해서는 다재다능한 ‘영업통’이다”며 김 행장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외에도 차기 회장 후보에 외부 인사도 거론되면서 금융권 이력이 있는 젊은 층의 인사가 포함됐다. 지난 31일 경발위 직후 김 회장은 “차기CEO는 젊었으면 좋겠다”면서 “건강이 중요하다”며 차기 회장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조정남 위원장은 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외부인사도 금융권 이력이 있는 분으로, 타 은행 경력을 지닌 분이 대상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포스트 김승유’ 김종렬 사장, 후보 제외

한편 ‘포스트 김승유’로 불리며 차기회장 후보로 유력했던 김종렬 하나금융사장이 돌연 지난 11일 사의를 통보했다. 이는 외환은행 인수를 목전에 두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로 측근들조차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사장은 “외환은행 노조가 나를 적대적으로 보고 있으며 외환은행 인수 작업에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며 자신이 회사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취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김 사장의 사퇴에 대해 여러 설(設)이 분분하다. ▲외환은행 인수 승인 조건으로 금융당국이 하나금융 경영진에 용퇴를 요구했다. ▲회장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김 사장과 다른 임원들 간의 내부 분란이 있었다.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마지막 포석이다. 이처럼 다양한 소문이 끊이지 않자 김 사장이 다시 차기 회장 후보를 노리는 것은 아닌지 그의 행보가 주목됐다.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가진 김 사장은 “복귀는 없을 것”이라며 사퇴를 공식화 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홍보팀 관계자는 “김 사장님을 둘러싼 소문들은 단지 말 그대로 소문일 뿐 사실무근이다”면서 “김 사장님이 회장직에 대한 의사가 없다고 확실히 언급하셨을 뿐 아니라 이사진들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오는 3월 까지 현재 대표이사 사장직을 유지하는 김 사장은 “주주총회 결정을 따르겠지만 사임 의사를 철회할 뜻은 없다”며 입장을 확고히 한 바 있다.

김 회장은 경발위를 마치고 “개인적으로 최고경영자 임기는 6~7년가량은 지속적으로 임기를 수행하는 게 좋겠다”며 “미국처럼 차기 최고경영자가 발표되면 현 최고경영자와 6개월 내지 1년가량 인수인계 작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는 김 회장이 퇴직 후에도 최소 6개월가량 인수인계를 위해 연임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점쳐진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하나은행장 재직시절을 포함해 무려 16년째 수장자리를 지켜온 김 회장이 연임을 승낙하게 된다면 18년째 그룹을 이끌어온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최장 집권을 하게 된다. 이는 하나금융지주의 앞날이 김 회장의 선택에 달려있음을 시사한다.

 

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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