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업체들의 횡포 “농협은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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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내부비리 묵인…의혹제기도

공정위, ‘화학비료 입찰 담합’ 13개 업체 과징금 부과
농산물 값에 신음하던 농민들 “비수 꽂았다” 분노

농협 자회사인 남해화학 담합 앞장서…내부비리 의혹
농민들, 사회 곳곳서 재발 방지 위한 특단 조치 요구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화학비료 제조업체 담합건의 불씨가 농협중앙회로 튀고 있다. 지난달 15일 남해화학, 동부 등 13개 업체들이 농협중앙회가 발주한 화학비료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적발된 업체 중 남해화학이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점을 미뤄 이들 간 내부 비리에 대한 의혹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에 농산물 가격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은 영농생산비 부담을 줄여야 할 남해화학과 자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농협중앙회에 반발하며 연일 책임을 묻고 있다.

공정위, 비료 입찰 담합
13개 업체 과징금 부과

지난달 15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농협중앙회가 발주한 화학비료 입찰에서 사전에 물량 및 투찰가격 등을 담합한 13개 화학비료 제조업체(이하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828억2천3백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13개 업체는 16년 동안 1조6천억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에 참여한 남해화학, 동부, 삼성정밀화학 등 13개 업체는 16년동안 농협중앙회가 발주한 화학비료 입찰에서 사전에 사별 물량 배분 및 투찰 가격을 합의했다. 합의에 참여한 13개 업체들의 총 8개 품목에 대한 시장 점유율은 100%였으며, 담합의 결과로 당해 기간 중 평균 99%이상의 낙찰율을 보였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과 관계자는 적발 배경에 대해 “공정위의 2010년도 ‘카르텔 유발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화학비료 업체들에 대한 직권 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은 적발 사실이 드러난 후 정확한 조사 과정을 거쳐 30일 후에 납부고지서가 발부되며, 고지서 발부 후 30일 이내 리니언시(자진신고제)나 이의신청을 받아 과징금이 일부 조정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달 중순 납부고지서를 해당 업체들에게 보낼 계획이며, 과징금 액수는 이대로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식으로 고지서가 발부된 후 30일 이내 리니언시나 이의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담합과 관련, 동부한농 홍보실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발표한 담합 사실을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입찰 가격은 업체들이 제시하는 농자재 원가 이하로 책정되기 때문에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언론 보도는 맞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비료업체 담합을 이끈 남해화학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일부 부인하고 있다.
남해화학 관계자는 “물량담합은 인정하나 가격담합은 사실과 다르다”며 “고지서 최종 통보 후 의혹을 풀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남해화학 간 입찰비리 묵인?

현재 비료 및 농약 등 농자재 구매시장은 농협중앙회가 독점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구매입찰을 통해 매년 전체 소요량의 농자재를 일괄 구입하고, 다시 지역단위 농협에게 판매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 농협중앙회의 독점적 입찰구조는 관행처럼 여겨져 왔고, 지역단위 농협은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비료 가격 관련 공문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단일 구조로 인해 농민들은 담합으로 인상된 농자재 가격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농민들은 농협의 자회사인 남해화학이 이번 담합에 주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미뤄 남해화학의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내부비리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이광석 의장은 지난달 16일 성명서를 통해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남해화학이 오히려 담합에 앞장서며 부당이익을 챙겨온 것은 농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행위”라며 “자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못한 농협중앙회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농 곽길자 정책국장도 “이번 입찰비리로 인해 농민들은 소득을 도둑질 당했다”며 “입찰을 발주한 농협중앙회가 자회사의 비리를 모를 리 없고, 알고도 내부비리를 묵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도 지난달 16일 성명서를 통해 “한미 FTA 국회 비준 등 연이은 농업강대국과의 FTA 추진으로 현장 농어촌 민심은 폭발 일보 직전인데 비료업체마저 농민들을 등친 사태가 벌어졌다”며 “이들 업체들은 이번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면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오해와 진실을 농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남해화학과의 내부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농협중앙회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홍보실 관계자는 “입찰은 자회사와 전혀 관련이 없고, 입찰 예정가격(발주자 측이 예정한 입찰가격) 또한 전문회계법인에 의해 책정된다”며 “남해화학이 예정가격을 어떤 경로로 알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부에서는 최저가에 입찰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앞으로는 입찰 과정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최종 결과가 나오면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에 패널티를 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민회, 재발 방지 대책 요구
공정위에 철저한 조사 의뢰

최근 농민들은 비료 업체들의 담합 사실에 격분하며 사회 곳곳에서 재발 방지와 특단의 조치들을 촉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전농 제주도연맹은 지난달 19일 구매계약을 맺은 농협에 공식사과와 함께 비료업체 담합에 가담한 13개 업체와의 계약을 철회하고 비료 가격을 즉각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오전 제주도연맹은 농협 제주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농생산비 부담을 줄여야 할 농협중앙회의 자회사 남해화학이 가격담합에 앞장서 농민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농민은 죽어가는데 최대 규모 비료회사이자 농협 자회사인 남해화학과 비료업체들이 가격 담합으로 부당이득을 취하고, 농협과 계약한 비료업체의 주가가 치솟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부당한 비료구매계약 철회와 비료가격 인하를 주장했다.
전농 이 의장도 성명서를 통해 “지난 16년동안 1조6천억원에 달하는 농민들의 피땀을 부당이익으로 챙긴 것에 대한 대농민사과와 농민환원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전농은 입찰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를 검토해 구체적인 활동을 계획 중이며, 공정위에 비료 등 농자재에 대한 입찰비리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전농 곽 국장은 “공정위는 비료뿐만 아니라 농약 등 농자재에 대한 입찰비리와 업체담합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내부에서는 이번 문제에 대응할 활동 계획을 검토 중이고 조만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농연도 “농민을 봉으로 생각한 비료 업체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는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농협중앙회는 비료 가격 원가 분석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농민단체가 참여하는 농자재 가격 심의위원회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비료를 제외한 다른 농자재 입찰 조사는 아직 계획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그간 농산물값에 신음하며 자식같은 소를 굶길 수밖에 없던 농민들이 자신들을 이용해 배를 채운 비료업체들에 대해 울분을 토하고 있어 이들을 위로할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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