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안팎에서 ‘박근혜 리더십’ 놓고 설왕설래
“보안에만 신경, 인사검증 시스템 등 미비했다” 지적
정몽준 등 反朴 “MB의 불통·인사난맥 등 되풀이” 비판
친이계, 공천학살 이뤄질까 노심초사…朴 흔들기 시작?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인선과 당명 개정 과정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상처를 받았다.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인선과 당명 개정 과정에서 잇달아 혼선이 빚어지며 쇄신파와 친박(친박근혜)계 일부도 박 위원장의 쇄신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일부 공천위원의 인선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못한데다 거의 15년만에 당명을 바꾸는 과정에서 의원총회 등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그의 리더십 스타일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뤄진 것이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지난 9일 비대위 회의에서 친박계 홍문종 전 경기도당 위원장과 현경대, 유성근 전 의원의 복당 승인안을 의결키로 했다. 홍 전 위원장은 2006년 당 지도부의 골프 자제령을 어기고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치다 제명됐고, 현 전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낙천하자 제주에서 무소속 출마한 전력이 있다. 4·11 총선을 앞두고 이들이 복귀하면 박 위원장의 쇄신 정당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비밀주의가 문제”
박근혜 리더십을 도마에 올려놓은 것은 공추위 인선 논란이다. 인선 하루 만에 진영아 공천위원이 학력 등의 거짓논란에 휩싸이며 하차하자, 당 내부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이 보안만 강조한 결과 제대로 된 인사검증이 미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친이(친이명박)계 원희목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천위 논란은 박 위원장이 너무 비밀주의를 택한 데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으로의 당명 개정에 있어서도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도 제기됐다.
네티즌 공모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소속 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많다는 것이다.
급기야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유승민 의원은 “선거 당사자인 의원들에게 중요한 문제를 의원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결정하는 건 맞지 않다. 의총을 소집해야 한다”며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의총 소집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물론 쇄신파도 의총 소집이 필수라며 가세했다. 남경필, 권영진, 임해규 의원 등 쇄신파는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의 당명 개정과정에 대해 공식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임 의원은 “(당명 개정) 과정이 당규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력을 모으고 국민 의견을 구하는 절차는 부족했다”며 “지금이라도 당내 의견 수렴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명개정, 민주적 절차 부족
남 의원도 “당명이 좋고 안 좋고는 둘째고 더 큰 문제는 민주적 절차 부족"이라면서 "이명박 정부가 그것 때문에 비판받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일표 의원도 “박 위원장이 좀 더 민주적으로 보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공천위 인선파동을 보니 이 정부 초기 인사파동이 연상된다”며 “그냥 가다가는 누구보다 인사권자에게 치명적일 것 같은 느낌”이라고 올렸다.
그러나 당명 개정을 두고 격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던 한나라당의 7일 의원총회가 별다른 진통 없이 끝났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의총 비공개 부분 브리핑을 통해 “11명의 의원들께서 발언을 하셨는데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힌 분은 많지 않았고 대부분이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당명은 국민공모를 통해 비대위에서 정했지만,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했기 때문”이라며 “색과 로고, 특히 컬러에 대해서는 당 정체성과 관련해 이견이 조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명도 그렇지만, 파란색이 오래됐기에 바꾸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혼란을 일으키거나 붉은 색을 하고 있는 정당이 있어서 우려하는 의견이 나왔었다”며 “최종안이 어떻게 반영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근래의 사건속에서 유 의원과 쇄신파의 제동은 박 비대위원장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유 의원은 비서실장과 친박계 최고위원을 지낸 인물이며 쇄신파는 비대위 출범 이후 박 비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준 우군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리더십, 왈가왈부
하지만 이 같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박 비대위원장이 ‘전대 돈봉투 사건’, ‘CNK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 다양한 악재 속에서 국회의원 기득권 폐지 등 과감한 의결을 이끌어낸 것은 ‘박근혜 리더십’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는 입장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헌법 119조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담은 정강·정책 개정을 통해 거대 경제세력으로부터 시장과 중소기업,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정경제의 실현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친재벌적이라는 당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김종인 비대위원이 제기한 정강 내 ‘보수’ 용어 삭제 논란이 당내 격한 분열·갈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정책 쇄신 중에 보수 논쟁이 계속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논의가 진행되지 않도록 조정한 것도 시의적절한 결단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또 “박근혜 리더십이 예전 철옹성만 같지 않다”고 말하고 있고, 친박계 일각에선 “박 위원장의 독선적 이미지만 부각됐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어찌됐든 박 위원장은 이번 과정을 통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공개적 장소에서 심사하지 않고 밀실에서 한다는 것은 보완에 집착한다는 것이며 이런 인사가 단독으로 반복이 되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당내의 잠재적인 대선후보들의 박 위원장에 대한 견제 역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와관련 마치 작심이라도 한 듯 “당명 개정을 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당내 민주화 문제”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비판받는 이유가 인사를 제대로 못하고, 소통 안 하고, 정치를 무시하고, 잘못해도 사과 안하고 하는 점이라며 우리 지도부, 비대위가 바로 이러한 잘못을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천 잡음 예고
정 전대표는 “공천을 무기로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며 “효율을 앞세워 폐쇄적으로 일을 한다면 우리가 비판하는 권위주의와 무엇이 다릅니까”라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또 “인적 쇄신이나 정책 쇄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내 민주화”라며 “그런데 비대위가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소통을 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하면서 쇄신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비상상황을 명분으로 해서 반대세력을 몰아내는 공천학살을 하면 안된다”며 “공천은 선거 승리를 위해 하는 것이지, 특정인의 향후 입지를 고려해서 하면 안 되는 것이며, 공천에서 떨어지더라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벌써 공천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장범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