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지정’ 신청서 제출
인천시·환경단체 “골프장, 환경훼손 심해” 반대 나서
옹진군·지역주민 “먹고 살기 힘들어” 사업 진행 촉구
CJ, 굴업도 개발 위한 긍정적 연구보고서 의뢰 의혹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에 위치한 굴업도 내 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두고 주민들과 시민단체 간의 찬반논쟁이 뜨겁다. CJ가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굴업도에 골프장, 호텔, 요트장, 콘도 등을 건설해 대규모 해양 리조트로 탈바꿈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 2007년 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처음 제안한 CJ그룹 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은 당시 반대 여론에 밀려 사업을 일시 중단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들이 옹진군에 관광단지 지정을 재신청했고, 현재는 이 사업을 둘러싸고 인천시와 옹진군 간의 의견 대립이 심화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CJ그룹이 지난해 10월31일 골프장이 포함된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지정’ 신청서를 옹진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8일 군에 따르면 CJ그룹 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추진하는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사업은 오는 2015년까지 굴업도 1.72㎢ 중 1.2㎢에 대해 3천500억원의 예산을 시행사에서 전액 부담, 굴업도 일대에 골프장, 호텔, 워터파크, 요트장, 콘도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앞서 지난 2007년 4월에도 굴업도 내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안을 제안했으나, 2009년 12월 인천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환경 문제 등의 이유로 반대해 보류된 바 있다.
골프장, 생태환경 훼손시켜 ‘안돼’
최근 인천시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옹진군에 제출한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지정 신청서’에 대해 골프장이 포함된 사업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1월28일 시는 기자회견을 열어 “굴업도의 생태환경을 고려한다면 골프장을 제외하고, 숙박시설을 축소한 관광단지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시는 굴업도 관광단지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단지 사업안에 포함돼 있는 골프장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환경 훼손 문제로 인해 골프장 건설을 반대한다”며 “옹진군청과 개발업체에 협의해 관광단지 사업에서 골프장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 한국녹색회 등 시민단체들도 환경훼손 등의 이유로 관광단지 개발 사업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1일 서울지역 15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굴업도를 지키는 시민단체 연석회의’에서 “결국 CJ가 굴업도를 보전하고자 하는 인천지역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개발 계획안을 옹진군에 접수시켰다”며 “인천시는 굴업도 개발 계획안을 반려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골프장은 법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개발 논리에 치우친 사업 계획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CJ가 지역경제를 이유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일뿐”이라며 “생태관광 차원으로 사업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도 “굴업도 내에는 멸종보호종 및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을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주민 생계문제 달렸다” 개발 촉구
반면 옹진군과 덕적면 주민들은 굴업도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지정 승인을 위해 적극 대처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29일 군에서는 조윤길 옹진군수가 직접 나서 시의 골프장 건설계획 불허 방침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조윤길 옹진군수는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계획에서 골프장을 제외하라는 것은 굴업도를 개발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더 이상 인천시에 속해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경기도로의 편입을 검토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집단으로 몰려든 중국 어선들의 조업으로 어족이 고갈되는 등 어민피해가 막중함에도 시가 아무런 대책이 없어 섬사람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 관광문화과 관계자도 “골프장을 포함한 관광단지 사업에 대해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이는 주민들의 생계 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덕적발전위원회 소관인 덕적면 굴업도 개발 주민대책위원회, 옹진군 주민자치위원회, 옹진군 이장협의회(이하 주민대책위)는 지난달 10일 굴업도 개발을 촉구하는 옹진군민의 성명서를 시에 제출했다.
주민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옹진군민들과 타 지역 사회단체, 향우회 등은 굴업도 개발의 당위성을 표명하기 위해 1만1천146명의 서명을 받아 시에 제출한다”며 “시는 자문위원회를 조속히 열어 CJ가 제출한 사업 계획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고, 개발 사업이 하루 빨리 시행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배용호 덕적발전위원회 위원장은 “환경 보존이라는 이유로 섬에 사는 사람들은 먹고 살기조차 힘이 든다”며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사업이 조속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CJ, 무리한 사업 추진 ‘난항’
이렇듯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CJ는 굴업도 개발로 인한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CJ는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사업에서 골프장을 제외해야 한다는 시의 입장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6일 시에 따르면 CJ는 최근 열린 굴업도 개발 찬반 논란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자문위원회에서 “골프장을 대신할만한 다양한 대안들을 검토해봤지만 마땅한 대안이 현재로선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현재까지도 골프장과 관련해 CJ가 사업안을 조정한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CJ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골프장이 빠진 굴업도 개발은 사업타당성이 없다”며 딱 잘라 말했다.
더욱이 지난해 8월18일, 홍익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오션파크 관광단지 개발방향에 관한 연구’ 최종보고서를 CJ가 굴업도 개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의뢰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보고서의 요점은 인천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향후 인천지역 섬 개발을 위해 굴업도 개발은 긍정적이라는 전제하에 멸종위기종과 희귀동식물은 이주·이식하고, 공사 시 환경저감을 위해 노력하면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8월23일 시와 ‘굴업도를 지키는 시민단체 연석회의’는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익경제연구소가 굴업도에 18홀짜리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CJ의 계획이 타당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며 “이 결과는 CJ의 입맛에 맞게 예정된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용역보고서의 연구방식과 짧은 용역기간, 개발에 반대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것 등을 편파성 사례로 제시했다.
그러나 CJ그룹 관계자는 “사업 타당성을 확인받고자 홍익경제연구소에 연구를 의뢰한 것은 맞으나, 이 같은 의혹들은 억측일 뿐 근거가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또한 환경 훼손 문제에 대해서도 “환경단체들의 주장도 이해는 가지만, 이 사업은 친환경모델을 주축으로 하는 사업”이라고 둘러댔다.
이 같은 결과로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사업은 몇 차례 열린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도 마땅한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갈등만을 빚어왔다.
최근 시는 CJ가 제출한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지정 신청서’를 내달 중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상정해 심의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내달 둘째주나 넷째주에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굴업도 관광단지 사업안을 상정할 것”이라며 “법적기구에 의해 의결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약 5년간 계속되고 있는 양측 간 의견 대립이 워낙 팽팽해 내달 열릴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이번 회의 결과에 따라 또 한 번의 파란이 예고된다.
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