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GLS-항운노조 대립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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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운영 ‘노무공급권’ 놓고 티격태격

태영GLS, ‘업무방해 혐의’로 노조 지도부 5명 고소
勞·社 노무공급 규모 및 임금 이견 차이 커 ‘난항’

항운노조, 사측 주장 반박…무기한 천막농성 돌입
“社, 노무공급권 해체 위한 술수?” 내부문건 공개돼

▲ 울산항운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6일부터 태영GLS 부두 앞에서 노무공급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사설경비업체 직원과 항운노조 조합원간에 설전이 오가고 있다.

울산신항 민자부두 운영사인 태영GLS와 울산항운노동조합이 노무공급권을 놓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말 노조는 본격적인 부두운영을 앞두고 사측과 노무공급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노조의 노무공급권에 대해 사측은 직업안정법을 기초로 노조측이 요구하는 임금 수준이 너무 높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지난 6일부터 부두 입구에서 천막농성으로 맞서고 있다. 한편 앞서 사측이 노조 조합원의 회사 출입을 막기 위해 출입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가운데, 최근 집회를 하던 노조 지도부 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의 교섭에 난항이 예고된다.

태영건설의 계열사인 민자 부두 운영사 태영GLS는 지난 6일 이희철 울산항운노동조합(이하 노조) 위원장을 포함해 지도부 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울주경찰서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태영GLS는 “지난달 13일 주주사인 이영산업기계가 제작한 선박블록을 선적하는 과정에서 노조원 30여명이 불법침입,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노조 조합원들이 사업장 앞에서 집회를 하다가 무단으로 들어와 하역 업무를 방해했다”며 “이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합원들이 사업장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이를 막는 경비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져 직원이 다치기도 했으며, 회사 정문도 일부 파손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노조 지도부 5명은 이 같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이진웅 쟁의차장은 “오히려 노조의 정당한 작업을 사측이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며 “조사 결과에 따른 향후 활동 계획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태영GLS은 지난달 19일 조합원의 회사 출입을 막기 위해 울산지방법원에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 6일 울산시청에서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이는 불법침입이 아닌 타 하역사의 정당한 작업에 노무 공급한 사항”이라며 “고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거짓을 사실인양 소송자료로 제출하는 상식이하의 행위”라고 비난했다.

태영GLS, ‘노무공급권’ 손실 커

태영GLS는 울산신항 남항부두 9번 선석 운영사로서, 지난해 말부터 노조와 노무공급을 계속해 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노무공급 규모와 임금에 대해 양측 간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노조는 다른 부두와 비슷한 수준인 조합원 1인당 500만원~600만원의 월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태영GLS는 노조가 제시한 노무공급 조합원 수가 6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난 데다 조합원 당 월급이 너무 많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태영GLS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올해 22억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 인건비로 인해 회사의 생존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노조가 제시하는 노무공급 규모만큼은 필요가 없다”며 “매출 목표가 105억원인 회사에 임금으로 72억원 이상을 달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또한 “직업안정법에 하역회사가 직접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게 돼 있고, 100% 민자 부두인만큼 국가 귀속 부두와 달리 굳이 항운노조와 계약을 맺을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항운노조, 천막농성 돌입
사측의 불명확한 주장 ‘지적’ 나서

현재 노조는 부두 입구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으로 맞서고 있다. 노조는 태영GLS가 성실한 노사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생존권 사수를 위해 어떤 노동단체와도 연계해 강력 투쟁에 나설 입장이다.
지난 1일 항운노조를 주축으로 한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울산신항 태영GLS부두의 하역 물량은 태영만의 것이 아니다”며 “거대 자본을 앞세워 항만 하역질서를 교란하고, 영세하역기업의 과당경쟁에 허덕이는 항만운송사업에 뛰어들어 하역노동자의 임금마저 수탈하려는 비도덕적인 행위는 규탄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태영은 노사협상 중에도 외부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우며, 정당한 교섭권을 원천적으로 짓밟으려 한다”며 성실교섭에 나서길 촉구했다.
더욱이 노조는 지난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태영GLS가 내세우고 있는 각각의 노무공급권 반대 이유에 대해서도 반박에 나섰다.
노조는 “태영GLS가 제시한 22억원에 달하는 적자 수치는 산출근거가 불명확한데다, 의도적으로 왜곡된 단가계산 방식으로 사업 개시 전부터 적자 운운한다는 것은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의도”라며 노무공급 조합원수에 대해서도 “노조의 임금은 하역물량(톤당 단가)에 의해 지급되는 것으로 인원수에 상관없이 오직 톤당 단가에 의해 노임이 결정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노무공급독점권에 대해선 “지난해 8월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김재원 의원과 건국대학교 한상희 교수가 ‘노무공급권은 관습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며 이를 근거로 노무공급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노조는 “태영GLS측이 그동안 자행한 울산항운노조의 명예실추에 대한 사과와 지금부터라도 성실한 교섭에 임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대해 태영건설 관계자는 “노무공급권을 둘러싸고 현재 노조와의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쟁의차장은 “사측과의 타협에 진전이 없다”며 “노조와 협의할 생각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태영GLS가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내부문건

‘노조 무력화’ 내부문건 파장

더욱이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태영GLS가 항운노조의 투쟁을 유발해 노무공급권을 깨뜨리기 위한 술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노조는 “태영GLS측이 내부문건을 통해 항운노조에 대한 노사협상 기본노선, 협상방안, 문제점, 대책 등을 세워놓고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보다는 노무공급권을 깨뜨리기 위한 버티기식 전략을 술수를 구사한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사신문이 입수한, 태영GLS측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항운노조 관련 검토’라는 내부문건에는 현재의 상황, 항운노조와 협의 방향, 문제점, 대책, 기타사항 등으로 나눠 구체적인 협의 과정 시나리오가 짜여있다.
문건에는 “노조에 대한 직접적인 협의 요청은 회사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항만공사에 주선하는 것이 옳을 듯 하며, 협의에 회사 중역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차후 부담이 되므로 팀장급과 공인노무사가 참여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라고 적혀있다.
더욱이 노조에 대해 “처음에는 명분 쌓기 용으로 협의에 응하고 협의 과정에서 노조의 부당한 요구조건들을 언론에 알려 여론을 환기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사측의 행위에 대한 노조측의 주장을 예고해 그에 대응할 방안도 체계적으로 설명돼 있다.
특히 문건에 따르면 태영GLS는 “노조와 원만한 합의가 없으면 계속해서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 있을 총·대선에서 국민 정서를 감안한 정부가 압력을 행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태영건설 관계자는 노조가 공개한 내부 문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현재 항만업계에서는 태영GLS와 노조 간 대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10년 또 다른 민자 부두 운영사인 정일컨테이너터미널과 노조가 노무공급을 두고 갈등을 빚어오다, 같은 해 10월 처음으로 노조와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이번 사안의 결과가 어떻게 매듭짓게 되느냐에 따라 민자 부두의 ‘탈 항운노조’ 현상이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어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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