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 사법부 변화 촉구 vs 영화 책임감 증대
영화 ‘부러진 화살’ 사법부 변화 촉구 vs 영화 책임감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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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궁테러사건’ 모티브…교수와 사법부 ‘대립’ 그려
“사회 ‘부조리’ 처음 언급한 영화 아니야”옹호론 확산
영화 인기비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때문?
“대중문화, 현실개선 ‘촉매제’ 역할하나” 촉각

#1.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김경호 교수)
#2. “법을 안 지켜서 문제가 되는 거지, 법은 아름다운 겁니다” (김경호 교수)
#3. “조용히 좀 하세요” (신재열 판사)
#4. “언젠가는 현 사법부의 오만함도 우리 국민의 준열한 심판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박준 변호사)

최근 한 대학교수의 ‘석궁테러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의 대사 일부다. 개봉한지 3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누적 관객수 250만 명(6일 기준)을 돌파했고, 투자 대비 400%가 넘는 수익률 달성했다. 그 인기를 보여주는 듯 ‘부러진 화살’은 각계에서 연일 화두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31일 MBC TV ‘100분토론’에서는 ‘부러진 화살’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연일 화제, 영화 ‘부러진 화살’

‘부러진 화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그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화평론가 유지나 교수는 '100분토론'에서 “‘유쾌한 법정영화라니...사람들이 좋아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대로 사람들이 좋아하시더라”라면서 “흥행돌풍을 일으키는 영화는 항상 잘 만든 영화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안영주(여.24)씨는 “영화를 보긴 했지만 솔직히 왜 이렇게까지 인기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영화 ‘도가니’ 이후로 영화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려는 것이 영화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에 사람들이 흥미를 느낀 것이 아닌가 싶다”고 의견을 냈다.
또 신민영(여.23)씨는 “있음직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면서 “그동안 판사나 검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깊지 않았나. 영화를 본 후 ‘사법부는 역시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강해졌을 수 있다”고 답했다.

다양한 사회 ‘참여’ 영화

그간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이 영화가 사회의 부조리함을 처음 고발하는 것도 아니다. 국내외에서 이런 경향을 가진 영화는 많이 소개됐고, 개봉 전 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며 관련문제를 이슈화하는 등 그 파장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 예로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실미도 684부대’에 관한 ‘실미도’ ▲2007년 5.18민주화항쟁에 관한 내용을 담은 ‘화려한 휴가’ ▲2009년 이태원에서 일어난 ‘햄버거가게 살인사건’을 다룬 ‘이태원살인사건’ ▲2011년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과 학대를 고발한 ‘도가니’ 등 관련된 영화가 많다.
특히 ‘이태원살인사건’은 공소시효를 6개월 남기고, 14년 만에 범인을 다시 재판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영화 ‘도가니’는 장애여성과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한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등 일명 ‘도가니법’을 제정하는데 일조했다.
해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1999년 사회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얘기를 담은 ‘로제타(Rosetta)’ ▲2007년 개인의 삶을 통해 ‘인종차별’ 문제를 조명한 ‘영광의 날들(Days of Glory)’ 등이 그것이다. ‘로제타(Rosetta)’는 벨기에에서 ‘로제타플랜’이라는 법이 생길 정도로 그 파장이 컸으며, ‘영광의 날들(Days of Glory)’은 프랑스 대통령이 앞장서 사회 내 차별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든 단초가 됐다.

‘부러진 화살’ 놓고, 왜 갈등 증폭?

영화 ‘부러진 화살’은 정지영 감독의 분석에 따라 ‘석궁테러사건’ 이후 진행된 법정 재판 과정을 들여다본다. 영화에서 판사와 검사 측은 “김경호 교수의 행위를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테러”라며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고, 김경호 교수는 “화살을 쏘지 않았다”고 주장, 서로의 입장차를 줄이지 못한 채 첨예한 대립의 각을 세운다.
영화를 본 관객들도 입장이 양분되기는 마찬가지다. 김경호 교수의 손을 들어 사법부가 부조리하다는 주장과 영화가 지나치게 김경호 교수의 입장에 서서 사법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조장했다는 주장으로 나뉜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고발한 영화가 그동안 많았음에도, 유독 영화 ‘부러진 화살’을 두고, 영화의 기능까지 논하며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많은 사람들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폭발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법부의 문제가 수차례 지적된 상황에서 최근 '나는 꼼수다'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명예훼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선거법위반’에 대한 판결에 갖가지 의혹까지 제기되자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법부는 ‘권위주의’가 팽배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 A씨는 “침소봉대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며 “극히 일부의 판사님들이 다소 무리가 있는 재판을 진행하거나 권위적인 재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시각을 달리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는 판결이 법령이나 증거를 기반으로 나온다고 하지만 판사들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돼지 않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가중되자 대법원에서는 이례적으로 지난 1월27일 대법원 3층 회견장에서 ‘최근 상황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영화 ‘부러진 화살’에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홍동기 공보관은 이날 “특정 사건의 재판장을 목표로 한 집단적인 불만 표출행위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사법테러를 미화하고, 근거 없는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영화(부러진 화살)는 흥행을 염두에 둔 예술적 허구”라며 “1심에서 이루어진 각종 증거조사 결과는 의도적으로 외면한 채 항소심의 특정 국면만을 부각시켜 전체적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00분토론’에서 논의되기도…

영화 ‘부러진 화살’을 둘러싼 대립은 지난달 31일 MBC TV '100분토론'에서도 이어졌다. 해당 영화를 옹호한 측(금태섭 변호사,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장유식 변호사)과 옹호하지 않는 측(노영보 변호사, 이재교 변호사, 장원재 (사)인터넷문화협회장)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같은 변호사끼리도 상반된 입장을 취해 관심이 집중됐다. 노영보 변호사는 “영화가 관객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것은 ‘세상에 이런 엉터리 재판이 있었구나. 이러면 안된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허구라는 것을 얘기했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장유식 변호사는 “영화를 보면서 100%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관객은 없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오해라기보다는 사법부가 전반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또 ‘부러진 화살’을 놓고 갈등이 증폭된 이유에 대해 금태섭 변호사는 “법원이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보도 자료를 뿌리면서 ‘영화는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이는 거의 실화가 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려준 것 아니냐”면서 “그러다보니 지금 만든 사람들은 ‘이것은 사실에 가깝다’고 말하고 법원에서는 ‘아니다’고 말하는 상황이 펼쳐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재교 변호사는 “광우병사태 때 이런 식의 오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지 않았냐”면서 “그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나선 것이다”고 답하는 등 양측은 한 치의 양보 없이 1시간20분간 대립했다.
하지만 정지영 감독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는 사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사법부와 국민의 관계를 들여다 본 것”이라면서 “그것은 비단 사법부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영화가 사회적 성찰의 계기가 된다면 감독으로서 큰 보람 아니겠느냐”고 논란을 일축했다.

국민의 바람…사회 ‘변화’

결국 영화 ‘부러진 화살’을 놓고 갈등이 불거진 것은 사법부 ‘변화’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 담겼기 때문이다. 즉 사법부가 그간 문제로 지적돼왔던 고압적이고 폐쇄적인 태도 등을 버리고, 국민과의 소통이 원활하고 ‘진정성’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100분토론’에서 장유식 변호사는 “입법이나 행정은 선거를 통해서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만 법원은 아니다”라며 “사법부 내에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영화의 사회참여를 유도해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기회도 늘려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지영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거대한 이데올로기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도 결국 영화”라며 “끊임없이 지적하고 알리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런 외침이 사회적으로 환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6일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개최한 ‘소통 2012 국민 속으로’ 토론회는 영화 ‘부러진 화살’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제기되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법원 내에서도 일련의 시도를 한 것이다. 특히 이날 각계 전문가가 모여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한 것은 영화 ‘부러진 화살’의 도움으로 실현 가능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부러진 화살’은 개인에게 발생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지만, 사법부의 각성을 불러일으킨 촉매제가 됐다. 과연, 이번을 계기로 사법부의 개혁이 진정성 있는 방향으로 이뤄질지, 나아가 대중문화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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