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버스카이, 한진·대한항공 주식 연쇄 매입 ‘의문’
지분율 ‘저조’ 3남매, 지분 매입 동참…본격 움직임
조 회장의 두 딸 커피 가맹점 운영, 경영 보폭 ‘주목’
한진家 3남매 주요 요직 꿰차, 3세 경영시대 돌입?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와 한진가 세 자녀의 지분 취득 행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으며 초고속 성장한 싸이버스카이는 한진가의 세 자녀가 각각 33.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 지난해 말부터 계속해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지분을 매수하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세 자녀가 보유중인 한진과 대한항공의 지분율이 미미한 점을 토대로 후계 구도 구축에 싸이버스카이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최근 조 회장의 세 자녀가 경영 보폭을 키움과 동시에 한진과 대한항공 지분을 똑같이 사들이고 있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한항공 온라인 면세점으로 한진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는 연매출 수십억원대의 소형 계열사지만, 최근 기내 면세품 및 광고 판매를 대행하며 초고속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싸이버스카이는 지난 2000년 6월9일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됐으며, 2010년 말 기준 총 자산은 29억원이다. 특히 2008년 16억원이던 매출이 2009년에는 31억원으로 91%나 급증한 데 이어 2010년 말에도 4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영업이익도 2009년 11억원에서 2010년 12억원으로 매년 신장세를 기록 중이다.
잇단 지분 매입
싸이버스카이가 구원투수?
지난 2008년부터 싸이버스카이는 같은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국공항, 칼호텔네트워크, 한진그룹, 진에어, 항공종합서비스, 토파스여행정보 등 7개 회사와 기내 면세품 및 로고상품 판매, 광고 대행을 거래하면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왔다.
싸이버스카이는 조원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전무, 조현아 기내식기판사업본부 전무, 조현민 통합커뮤니케이션 팀장(상무보)이 각각 33.3%씩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회사로, 지난 2010년 말 총 매출 42억원 중 36억원이 계열사 간 거래로 발생했다.
매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진그룹에서 눈에 띄는 계열사가 아닌 싸이버스카이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해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지분을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주식을 지난해 11월3일과 4일 각각 4000주, 8000주 장내 매수했다. 이를 시작으로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주식을 지난해 12월21일까지 연쇄 매입한 결과 총 10만9000주를 확보했다. 또한 한진그룹 주식도 지난해 11월3일 4000주를 시작으로 지난해 12월23일까지 총 6만7000주를 사들였다. 이로써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대한항공과 한진 지분이 전혀 없던 싸이버스카이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0.15%, 0.56% 갖게 됐다.
싸이버스카이의 지속적인 지분 매입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한진가의 향후 후계 구도 구축에 싸이버스카이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세 자녀의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지분율은 각각 0.09%, 0.29%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기내 면세품 판매에서 쏠쏠한 수익을 내고 있는 싸이버스카이가 계속해서 주식을 매입한다면 향후 후계 구도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된다.
이에 대해 A증권사 관계자는 “싸이버스카이가 계속해서 지분을 사들이고 다른 사업까지 진출한다면 3남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계열사 관리를 맡고 있는 한진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싸이버스카이의 지분 취득 목적과 관련 “작은 계열사들의 일까지 일일이 알지는 못한다”는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한진家 세 자녀도 지분 매입 동참
싸이버스카이가 지난해 말부터 지분을 매입할 때 조 회장의 세 자녀도 똑같이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 자녀는 지난해 11월14일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주식을 각각 2000주, 5000주씩 사들인 데 이어 지난해 11월17일에는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2000주씩 매입했다. 이로 인해 조현아 전무, 조원태 전무, 조현민 상무보의 대한항공 보유 지분은 각각 7만364주, 7만1225주, 6만8934주로 늘어났다. 또한 한진그룹 보유 지분은 각각 4000주씩을 가지게 됐다.
그간 한진가 세 자녀는 경영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지만 지분 매입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낮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던 세 자녀가 공개적으로 그것도 동일한 주식 수를 매입한 것을 두고 3세 경영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솔솔 나오고 있다.
현재 조 회장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대한항공 지분은 각각 6.7%, 9.50%에 그친다. 1949년생인 조 회장에게 아직은 건강상 문제가 없지만, 현재 지분만 봐서는 세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증권가 등에선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조 회장이 주가가 낮을 때 승계 구도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A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그룹이 후계 구도를 염두 해 두고 주가를 대량 매집한다”며 “조 회장이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유산 배분을 두고 8년 이상 분쟁을 벌여왔기 때문에 3세들에게 일찌감치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3세 경영’ 본격 시동
커피전문점 운영까지
더욱이 조 회장의 두 딸인 조현아 전무와 조현민 상무보가 운영 중인 커피 가맹점 사업을 두고도 이들의 경영 보폭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조현아 전무와 조현민 상무보는 각각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과 인천 인하대병원에 국산 커피전문점인 ‘이디야’를 운영 중이다. 또한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빌딩에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도 있다.
조현아 전무가 지난 2002년부터 운영 중인 이디야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 소유 건물 한진빌딩에 입점해 있다.
서울권역 부동산 관계자는 “소공동 이디야 매장은 상권과 연결돼 있지 않더라도 빌딩 내 유동인구들로 인해 고정적인 수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현민 상무보가 지난 2007년부터 운영 중인 인하대학교 병원 이디야 매장도 최고의 상권으로 손꼽힌다. 일명 ‘노른자’라고 하듯 병원 내에 입점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병원의 활성화 여부에 따라 많은 고객들이 매장을 이용할 것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조현아 전무는 기내식판매사업본부장과 칼호텔네트워크 대표, 객실승무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에 입사해 그룹 내 칼호텔네트워크를 이끌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등과 함께 국내 호텔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막내인 조현민 상무보는 지난 2005년 9월 LG애드(현 HS애드)에서 광고 업무를 맡다가 2007년 3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지난 2010년 부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상무보로 승진했고, 현재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IMC팀장과 대한항공의 광고 및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이처럼 호텔사업과 광고분야에서 각각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두 딸이 커피 전문점까지 운영하는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중소 자영업 상권 잠식 논란 속에 한진그룹도 삼성과 현대차의 뒤를 이어 사업을 철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한진그룹 측은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이라 코멘트 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지난해 초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에서 핵심부서인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조원태 전무까지 이들의 본격적인 경영 참여는 계속되고 있다.
조원태 전무는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해 2006년 대한항공 자재부 총괄팀장을 거쳐 여객사업본부장을 맡아왔다. 그는 지난 2008년 8월 여객사업본부장이 된 이후 1년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2009년 6월부터 부쩍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지면서 대한항공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시켰다.
한편 올해 들어 삼성, 현대차, GS그룹 등 재계 3세 경영인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만큼, 앞으로 한진가의 세 자녀들이 그룹 승계를 위한 시험대에서 얼마나 역량을 보여 주느냐에 따라 이들의 경영 승계 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