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강남대로 금연거리 지정
<진단> 강남대로 금연거리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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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건강증진”VS “흡연권 보장”

“선진국 금연정책, 실내 중심”이번 정책 비교돼
금연구역 지정, 흡연자 권리 과잉 침해 논란거리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는 강남대로 지하철 신논현역 6번 출구↔강남역 9번 출구 구간 934m와 양재대로 양재역 12번 출구↔엘타워 구간 450m를 ‘보행중 금연거리’로 지정하기로 했다. 강남대로는 국내에서 하루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구청 측은 이달 말까지 ‘간접흡연 피해방지 규칙’을 고시, 934m 구간에 대해 다음달 1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하며, 계도기간이 끝나는 6월 1일부터 본격 단속을 할 방침이다. 해당 구간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 동안 금연거리 지정은 2010년부터 지자체들에 의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부산 사상구는 지난해 4월 감전도시철도역↔학장사거리 구간 750m 인도를 ‘금연거리’로 지정, 올해부터 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대구 중구는 동성로 중앙파출소↔한일극장 구간 292m를 금연거리로 지정했고, 버스 및 택시 승강장,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등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5월부터 2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금연구역서 흡연, 과태료 부과

서울 강북구는 간접흡연 예방을 위해 2010년 7월 도봉로 디자인거리와 4·19길 거리를 금연거리로 지정했다. 수원시는 ‘매산로 테마거리’를 지난해 9월 보건소가 금연구역으로 선언하고 금연안내판을 설치했다. 경기도 양평군은 ‘건강도시 양평’을 기치로 2010년 5월 양평역↔남한강변 구간 350m 문화의 거리를 금연거리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도도 2007년부터 성산일출봉 등을 ‘건강(금연)거리’로 지정·운영하고 있고, 원주시도 2008년 4월부터 ‘중앙로 문화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가 강남대로와 양재대로 일부지역에 금연거리를 지정한 것은 ‘서울시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중 “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지정한 거리 및 특화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그 실효성과 반대논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울시가 주요 광장과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공원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이처럼 보행로 전체를 구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특히 강남대로는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1만3,000여명에 달하는 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붐비는 거리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의회도 보도·보행자 전용도로를 금연구역에 포함시키는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 개정안을 이달 중 심의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광화문·청계광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14년까지 도시공원·버스정류소·학교정화구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흡연예방을 위한 합리적 담배규제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보는 장소를 묻는 질문에 길거리(66.3%)라는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또 서울시의회 남재경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실시한 1,000명의 전화면접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80%가 보행로를 금연장소로 지정하는 정책에 찬성했다고 24일 밝혔다. 반대 응답자는 16.9%였으며 3.9%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비흡연자 찬성률은 91.5%로 압도적이었으며, 흡연자 찬성률(52.9%)도 절반이 넘었다.

혐연권이 우선돼야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2011년 상반기 흡연실태’를 보면, 남성흡연율은 39%로 낮아지는 추세인 반면 여성흡연율은 2.2%로 나타났지만, 서울아산병원 조홍준 교수팀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여성들의 실제 흡연율은 13.9%로 알려졌다.
따라서 국내 금연단체들은 세계적인 금연추세와 정책을 비교해 볼 때 우리의 금연구역 정책의 변화가 느린감이 있다며 관련 법안의 조속한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내년 11월 170여 개국의 대표가 참가하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 총회가 서울에서 열리지만 개최국인 한국은 아직도 금연구역 확대에 소극적인 편이라는 지적이다. 보다 적극적인 금연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싱가폴, 일본 등 선진국들의 금연정책은 우리보다 훨씬 엄격하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의 금연정책은 주로 실내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번 서초구청의 금연정책과는 비교가 된다. 단 일본은 2002년부터 지자체별로 조례를 만들면서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기 시작해 40여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길거리 금연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결정에 대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혐연권’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지만, ‘흡연권’도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공공장소에서 담배연기를 거부할 권리(혐연권)와 담배를 피울 권리(흡연권)를 두고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길거리 전체의 금연구역 지정은 흡연자의 권리를 과잉 침해한다는 면에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박주민 변호사도 “두 기본권이 충돌할 때 우위에 있는 것이 절대적인 게 아니고 열위에 있다고 해서 ‘0’으로 제한하는 것은 어렵다”며 “길거리 전체를 규제하는 것은 흡연권이라는 기본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조치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홍성용 사무국장은 “혐연권이 흡연권 보다 상위에 있다는 2004년도 대법원의 판례는 인정한다”면서도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권에 비춰볼 때 흡연의 자유 또한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흡연자들은 담배를 소비함으로써 지방교육세와 폐기물분담금 등 7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충당하고 있다”며 “합법적인 생산 단계를 거친 상품을 소비하고 세금까지 내는데도 흡연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정부정책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에쎄 라이트’의 가격 2,500원 중에서 부가가치세 227원, 폐기물 부담금 7원, 연초안정화 부담금 15원, 국민건강증진기금 354원, 지방교육세 320.5원, 담배소비세 641원으로 총 1,564.5(63%)원이 세금이다.
이에 대해 흡연자들은 담배에 이렇게 부정적이라면, 정부가 지방재정, 교육, 국민건강증진 등에 사용되는 엄청난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 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또 이 세금이 사용되는 용도가 도덕적 측면에서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이럴 바엔 아예 정부 주도로 담배 제조 및 매매를 금지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흡연자들의 볼멘소리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담배는 그 유해성이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의 대중적인 기호품으로 담배소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흡연자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다른 인체유해제품의 규제와 비교할 때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된다.
어쨌든 담배가 백해무익 한 것은 사실이다.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금연 쪽에 많은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부가 그것으로 세수를 걷어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이상 정부도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흡연을 강제로 제재하는 데는 한계와 반발이 크다. 무조건 막는다고 해결될 일은 절대 아니다. ‘리바운드 효과’라는 것이 있다. 용수철을 누르면 누를수록 튀어오르고자 하는 힘이 더욱 강해진다.

문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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