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뒤쪽에 991㎡(300평) 규모의 논을 만드는 방안을 놓고 기술적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문가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과연 벼가 제대로 자랄 수 있는지 타당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벼농사를 짓게 된다면 모내기 일정에 맞춰 공사를 빨리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2월 말까지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벼농사’계획은 환경연합·그린트러스트·시민환경정보센터·흙살림·쌈지농부·서울한살림 등 시민단체들이 박원순 시장에게 제안한 사업이다.
타당성 조사에 참여한 이태근 흙살림 대표는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며 “가장 큰 우려 중 하나였던 불빛 문제도 장애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보통 야간 조도가 5~6룩스(Lux·불빛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이상이면 벼가 자라기 어렵지만, 측정 결과 광화문광장 일대 조도는 1.5~2룩스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논 조성을 위해서는 현재 깔려 있는 잔디와 그 아래의 자갈·모래를 걷어내고, 비닐을 깔아 방수층을 만든 후 흙을 까는 작업이 필요하다. 관개시설은 잔디밭에 물을 주는 데 쓰이고 있는 스프링클러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오는 24일 광화문 벼농사를 제안한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박 시장이 만나 긍정적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09년 8월 대형 꽃밭인 ‘플라워카펫’으로 조성됐다가 그해 12월 스케이트장으로 바뀌고, 2010년 3월에는 다시 지금의 ‘광화문의 앞뜰’로 세 차례 시설이 변경되면서 21억원의 세금이 낭비된 사례가 있어 이번 벼농사 시도가 자칫 또 다른 전시행정의 일환으로 비쳐질까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광화문이 갖는 상징성을 생각해볼 때 광화문 벼농사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무한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창덕궁 내 창의정에서 임금이 직접 벼를 수확하며 농사의 소중함을 일깨웠듯이, 도심 한복판에 벼농사를 지으면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삼았던 전통을 되살리는 것은 물론 농업의 중요성과 의미를 시민들이 다시 한번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