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행’ 의혹 논란
삼성, ‘미행’ 의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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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회장부터 노동자까지 ‘진실 공방’

최근 삼성이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진실공방을 둘러싸고 여러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수면아래 회자되던 삼성의 ‘그림자 미행’ 의혹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의 ‘미행’의혹은 ‘무노조경영원칙’을 고수하던 삼성에 노동조합(이하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보일 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항이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터무니없는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무노조원칙’ 따라 노조와해 위한 미행”주장
에버랜드 사육사의 유가족 이동경로 파악 등 의혹도 
삼성측, “노동자 미행 등 주장은 터무니없는 억측”
“CJ회장 미행 의혹도 경찰조사에서 진실 드러날 것”   

삼성그룹 계열사에는 총 9개의 노조가 있다.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정밀화학, 삼성중공업, 삼성에스원, 호텔신라, 삼성화재, 삼성메디슨 등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발적인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한 ‘유령 노조’이거나 삼성 계열사로 인수·합병된 업체의 기존 노조가 명맥을 이어온 것으로 실제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한 노조가 아니라는 것이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입장이다.  따라서 삼성에서 근무하던 일부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그들만의 진정한(?) 노조를 결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왔다.

노조 설립 과정에서 잡음

하지만 회사측의 노조 와해시도에 따라 노조 설립과정에서 유령노조가 등장하거나 설립 후 2~3일 지나 곧바로 (노조가)해산되는 등 제대로 된 노조는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삼성 노조측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19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 삼성조선(현 삼성중공업) 노동자 700명이 노조 설립 신고를 했지만 회사 쪽의 지원을 받은 단 7명이 만든 노조 때문에 설립신고가 반려됐다. 또한 2000년5월 삼성에스원, 2003년9월엔 삼성플라자 노동조합의 설립도 무산됐다.

그 중 삼성SDI에서도 노동자들의 노조를 위한 움직임도 활발했다. 삼성SDI 부산공장에 87년 입사한 송모씨는 재직당시 삼성의 이해 할 수 없는 ‘사내기업 원칙’에 불만을 가졌고 결국 노사협의회 위원으로 회사에 반하는 활동을 함으로써 회사 측으로부터 ‘특별관리’를 받았다.

그러던 중 IMF가 닥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회사 통보에 의심을 품은 송모씨는 사내기업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3회 외출과 본사에 항의 방문을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회사 측은 무단외출·무단결근에다 본사 항의방문으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로 98년2월 그를 해고했다.

그는 해고 이래 4년간 복직투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송모씨는 회사 측으로부터 갖은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회사 측으로부터 납치를 당했다고 주장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납치돼 경주까지 갔다. 거기서 회사 선배와 소주를 한두 잔 먹었는데 바로 정신을 잃었다. 다음날 깨서 보니 회사와 거래하는 H콘도에 있었다”면서 “몇 년이 지나 나를 납치했던 사람들이 대구교도소에 면회를 와서 ‘술에 약을 탔다’고 양심 고백했다. 심지어 테러까지 계획했다고 하더라”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송모씨는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고 두 차례 감옥살이를 했다. 지난 2002년11월 삼성을 상대로 한 ‘해고무효 소송’ 최종심에서조차 패소했다. 이에 삼성노조 관계자는 송모씨와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삼성SDI 인사팀 직원이 송모씨를 4년간 쫓아다닌 기록이 있다” 면서 “송모씨 부인이 비디오 가게를 했는데 감시자가 그 비디오 가게에서 나오는 사람들마다 붙잡고 ‘무슨 일로 가게에 들어갔냐’며 캐물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포섭해서 돈을 주고 그 사람에게 도청장치를 달아 송모씨의 위치를 추적하기도 했다”며 “송모씨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일일이 기록했다”고 전했다.

또한 송모씨와 같은 해 삼성SDI 수원사업장에 입사한 김모씨는 노동조합설립을 위해 한창 동료들과 접촉해 오다 지난 2000년11월 해고됐다. 그는 해고되기 1년 전쯤 회사 관리자에게 납치돼 20여일동안 이곳저곳을 끌려 다니며 노조활동 포기각서를 쓸 것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미행’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해고되고 투쟁하던 나를 삼성은 24시간 관리했다. 출근하면 항상 뒤로 사람이 붙어 쫓아 다녔다”면서 “회사를 나오면 2인 1조 또는 3대의 차가 나를 따라다녔다. 1대는 항상 24시간 나를 쫓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집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3교대로 이뤄졌다”면서 “삼성은 그런 식으로 관리를 해 현장 내 다른 사람들은 일체 만나지 못하게 했다. 1년 정도 지속되다보니 미치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의혹만 남아

지난해 4월 한 매체는 성SDI 직원들이 김모씨를 미행하다 경찰에 적발됐다는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4월13일 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 충청남도 아산시 음봉면 모 아파트 앞 도로에서 승용차 보닛에 김모씨가 매달린 채 운행되는 것을 택시 운전기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김모씨는 지난 4월12일 밤 삼성SDI 동료들과 한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눈 뒤 13일 0시 께 승용차를 운전해 귀가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김모씨는 뒤쫓아 오는 차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미행당하는 기분을 느낀 그는 도로 옆 아파트로 들어가 시동을 끈 채 의자를 뒤로 젖혀 운적석에 누워 밖을 살폈다. 뒤따르던 차도 김모씨 차를 따라 아파트로 들어왔고 조수석에서 한 사람이 내려 김모씨 차량을 살폈다.

누워있던 김씨를 발견한 그 사람은 도망가기 시작했고 김씨는 미행하던 차를 가로막고 “누구냐? 신분을 밝혀라. 왜 미행했냐”고 소리쳤다. 보닛을 잡고 있던 김모씨를 무시한 채 미행하는 차는 시동을 걸었다. 김 씨를 떨어뜨리려고 급발진과 급제동을 하며 좌우로 차를 흔들어 거칠게 운전했다. 이 장면을 근처에 있던 다른 택시 기사가 목격한 것이다. 택시기사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미행한 사람들을 연행했다.

당시 삼성SDI는 “기밀유출 진상 조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우발적인 행동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해명했다. 삼성SDI에 따르면 사건 발생 이전 김모씨의 동료 A씨가 회사 기밀문서를 출력한 기록을 발견, A씨를 불러 2~3시간가량 조사했고 A씨는 본인이 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SDI 직원 2명은 사건 발생한 날 기밀문서 유출 여부를 확인하자 A씨를 뒤쫓았다는 것이다, 이에 A씨와 함께 있었던 직원이 해고자 김모씨란 사실은 몰랐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유가족까지 미행?

삼성의 ‘미행’의혹 논란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26일 용인시 삼성에버랜드 정문에서는 패혈증으로 사망한 동물원 사육사 고 김주경씨 사건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의 사망에 관해 회사가 은폐하려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삼성노조의 입장이다.

2011년2월 비정규직으로 삼성에버랜드에 입사한 김씨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숨졌다. 그의 사망원인은 패혈증이었다. 삼성노조에 따르면 근로자는 일하는 도중 얼굴에 상처가 났고 그 상처를 통해서 패혈증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아픈 상태로 근무를 지속했고 20일 가까이 혼수상태에 있다가 상태가 좋아져 복귀했지만 다시 상태가 나빠져 며칠 후 사망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김씨의 얼굴에 난 상처는 단순히 식당 화장실에서 넘어져 다친 것이다. 하지만 삼성노조측은 “조사결과 그는 동물원에 있는 새 우리에 찍혀 상처가 났고 회사 측은 이를 알고서도 은폐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 유가족과 사회단체들은 김씨의 산재신청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씨가 중환자실에 들어간 날부터 장례식장에 인사 관리팀 직원들이 들어와 대화에 간섭하고 유가족들의 집에 찾아가 회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1월12일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의 메일로 회사측에서 수신한 ‘고 김주경 관련 상황보고’라는 제목으로 메일이 하나 들어왔다.

박 위원장은 “‘삼성에버랜드 리조트 인사팀 차장’이라는 수신인으로 온 메일로 일자별, 시간별로 김씨 유가족의 이동 경로와 노조의 움직임, 유가족 설득을 시도한 일체의 내용이 전부 기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일을 확인한 순간에는 회사가 노조를 일부러 낚으려고 한 건 줄 알았다. 이 후에 관계자들이 유출사실을 인정했고 실수로 ‘메일이 발송된 것 같다’며 나를 찾아왔다”면서 “관계자들이 찾아와 사내규칙에 따라 징계할 것이라며 문건을 공개하지 말라는 협박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의 미행 논란 회사 노동자들을 넘어 유가족들까지 제한을 두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삼성에 정식 첫 삼성노조가 출범한 지 8개월가량 지났다. 삼성노조는 설립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당시 노조는 삼성의 노조탄압에 맞서기 위해 ‘노조탄압 대응 매뉴얼’ 까지 만들었다고 했다.

조 부위원장은 ‘미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근에는 언론에서 이런 부분을 많이 다루다 보니 삼성측 미행은 많이 사라졌다”면서 “하지만 며칠 전에 수상한 차가 있어서 그쪽으로 다가가 일부러 화나게 유도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상대방 얼굴을 보려고 창문을 두드리면 절대로 창문을 내리지 않고 일부러 욕지거리를 해서 경찰에 신고하라고 하면 절대 신고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 홍보팀 관계자에게 노조 관계자에게 미행과 관련해 질문하자 “그런 일은 없다”며 “CJ관련된 사건도 미행이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된다. 경찰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며 단호히 말했다.


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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