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노조, ‘사외이사’ 추천 주주제안…직원 보호 차 철회
勞 “사측, 회유·협박 일삼아”, 社 “사실무근” 파국 예고
KB금융지주와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이하 노조)가 ‘사외이사 추천’을 두고 마찰이 뜨겁다. 노조는 내달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진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법적 요건을 충분히 달성한 지분 0.35%의 위임장과 함께 주주제안서를 사측에 접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조측은 “사측이 의결권을 위임한 우리사주조합원을 대상으로 회유, 협박해 위임 철회서를 받으면서 결국 주주제안을 철회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지난해 말에도 KB금융과 노조는 은행 본부장 및 부행장 인사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불만이 극에 달한 노조가 법적 소송까지 불사한다고 밝혀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이하 노조)가 최근 추진했던 사외이사 추천 주주제안서를 철회했다.
지난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노조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추천을 위한 주주제안서를 철회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17일 사측에 발송했다.
‘사외이사 추천’
勞·社 갈등 팽팽
노조는 내달 23일 열리는 KB금융 정기 주주총회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진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할 계획이었다. 이에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원을 대상으로 지분 0.35%를 위임받아 주주제안서를 지난 10일 사측에 제출했다.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위임받은 지분이 0.25%를 넘어야 하므로, 이는 법적 요건을 충분히 달성한 수치다.
현재 노조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서를 제출하자 사측이 관리자를 총동원해 갖은 수법으로 주주제안을 철회할 것을 강요했다는 입장이다.
박병권 노조 위원장은 ‘제왕적 경영지배체제를 견제할 사외이사 개혁은 멈출 수 없습니다!’라는 위원장 담화문을 통해 “지분 0.35%의 위임장과 함께 주주제안을 접수했지만, 사측의 갖은 탄압과 강요로 상당수의 철회서가 접수됐다”며 “위임장을 제출한 직원들의 신분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사측의 태도 때문에 직원들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주주제안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 관계자도 “지주를 시작으로 지점장까지 철회 지시가 이어졌다”며 “결국 직원들을 개인 면담해 인사 상 불이익을 준다고 협박하면서 위임장 철회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KB금융 홍보실 관계자는 이 같은 회유와 협박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KB금융과 노조는 이번 주주제안서 철회 이유에 대해서도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측은 의결권을 위임했다가 철회한 직원이 늘어나 노조가 법적 요건에 맞는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해 주주제안서를 철회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노조는 의결권 확보를 떠나 사측이 사실여부를 확인코자 위임장 명부를 대조하겠다고 나서 주주제안서 철회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대조작업을 통해 위임서를 철회하지 않은 직원들이 누군지 알게 되면, 이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 뻔하다”며 “내달 열릴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과 직원 보호 차원에서 철회를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
KB금융과 노조는 지난해 말 지주의 본부장 및 국민은행 부행장 인사에서도 심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29일 KB금융은 지주의 본부본부장 및 지역본부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인사에서 승진한 조용진 KB금융 인사담당 최고책임자와 이동철 전략기획부장, 최규설 IR부장은 모두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23일 은행의 부행장 10명 중 절반을 교체하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때 은행 인사에서는 이상원 전 글로벌사업부장이 신성장사업그룹 부행장으로 벼락 승진했고, 구조조정의 ‘기술자’라 불리던 인물들이 부행장으로 올라 노조와 강한 마찰을 빚었다.
이에 당시 노조는 본부장 인사가 지역차별 및 학력 위주의 ‘편파 인사’라며 강하게 비난했고, 부행장 인사 또한 향후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KB금융측은 학력 차별 인사를 부인하며, 승진자들에 대한 경력 및 성과 등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노조는 사측의 방해와 탄압에 대해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담화문에서 “정권의 낙하산 인사, 거수기 사외이사로 뭉친 그들에게 KB금융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투명경영은 두려운 일일 것”이라며 “노조의 경영참여를 위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사업은 결코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비록 우리사주조합원의 의결권 위임에 의한 주주제안은 철회하지만, 소액주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사업을 적극 펼쳐나갈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거부하고 있는 KB금융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를 법원을 통해 획득할 것”이며 “조합장 직무대행을 교체하기 위한 소송과 새로운 조합장 선출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B금융과 노조와의 첨예한 갈등이 형사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그간 나타난 노사 갈등 양상이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