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지각변동 예고
보험업계 지각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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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공룡 출현에 중소업계 ‘벌벌’

올해 중소형 보험업계에 인수전과 대기업의 보험업 진출로 지각변동에 따라 기존 보험사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즉 보험업계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어 보험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농협은 농협금융지주를 설립함과 동시에 지난 2일 농협보험이 보험시장에 발을 디뎠다. 또한 대기업으로는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8일 녹십자 생명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치열해진 경쟁에 대비하기위해 다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출범 생명보험·손해보험 시장 진출 도약
생명보험업계 농협 등장에 긴장 ‘인수합병 시급’ 박차
현대차그룹, 녹십자 생명 인수 ‘은행제외한 모든 금융사 소유’
전문가, 현대카드 전례 보면 보험업계 새로운 강자로 부상 할 것

농협이 지난 2일 신·경분리(금융지주회사, 경제지주회사 분리)를 통해 중앙회 산하에 금융지주회사로 재탄생했다.

농협금융
보험업계 발 내딛다

농협금융은 농협은행과 농협생명보험 및 손해보험, NH투자증권 및 NH농협캐피탈과 자산운용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농협금융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240조원으로 우리금융(394조8000억원), KB금융(361조6000억원), 신한금융(332억2000만원)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농협의 보험업 진출이 가장 주목된다. 농협금융지주는 ‘NH생명보험’과 ‘NH손해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현재 자산32조원 규모의 NH생명은 설립과 동시에 삼성생명(150조원), 대한생명(65조원), 교보생명(60조원)에 이어 업계 4위에 자리 잡게 되고 NH손해보험은 9위의 수준이다.

농협은 그동안 농협법을 근간으로 조합원들만 가입 가능한 보험 상품인 공제상품을 판매해 왔다. 그로 인해 변액보험 등 다양한 보험 상품을 출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보험법 규정에 따라 25%룰 적용을 받게 되면서 중앙회와 은행과 규모가 영세한 단위조합의 경우 이 규정을 5년 동안 유예 받았다.

이에 따라 단위조합을 통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또한 NH보험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방대한 지점망이다. 도시를 중심으로 1172개의 은행지점과 시골을 중심으로 4300개의 단위조합을 갖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지점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1162개)를 웃돈다.

농협이 안은 과제

이 가운데 농협이 보험 진출함에 따라 NH보험이 설계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H보험이 농협은행과 단위조합을 활용한 방카슈랑스에 영업력을 집중했기 때문에 설계사 인력은 1500명 정도다. 3만여명 정도의 설계사가 있는 삼성생명의 20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이에 따라 주요 NH생명사에서는 설계사들의 영입을 가속화 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농협이 내부 컨설팅을 통해 지난해 11월 작성한 ‘농협보험과 사업구조 개편 설명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농협생명 비전 및 발전전략’차원에서 앞으로 약 8년 뒤인 2020년 ‘진정한 1등 보험사’가 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NH생명보험은 변액보험 등 신상품 판매를 통해 2020년 자산을 80조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한편 NH손해보험은 규모가 크지 않아 보험업계를 위협할 만큼 영향력 있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린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NH손보는 자동차보험이 없기 때문에 최근 매물로 나온 ERGO다음다이렉트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사들은 NH손해보험이 몸집을 불려 전력을 재정비한다면 2~3년 내에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에 이어 업계 4위까지 치고 오를 것으로 점친다. 이같이 농협금융의 몸집불리기에 업계일각에서는 “덩치 키우기에 열을 내기 보다는 내실부터 다져야한다”는 충고 또한 나오고 있다.

▲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
카드에 이어 보험업계 합류

보험업계에 진출하는 대기업의 행보도 주목된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현대모비스 및 현대커머셜이 녹십자 생명보험의 대주주 (주식 1782만주(90.66%) 취득 (2316억원))가 되는 것을 최종 승인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사를 소유하게 됐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기아자동차·현대커머셜 등 3개 계열사가 녹십자 생명 지분을 나눌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과거 기아자동차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기산상호신용금고의 최대주주로서 부실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현대커머셜이 경제적 책임 부담액 200억원을 오는 10일까지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에 납부하는 조건을 걸었다. 지분율은 현대모비스 56.15%, 현대커머셜 34.51% 이다.

녹십자 생명이 보험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크진 않지만 현대차그룹이 인수함에 따라 녹십자 생명이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데는 시간문제라고 일각에서는 입을 모은다.

지난 2002년 현대차그룹이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해 현대카드를 출범할 당시 동종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당시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모두의 예상을 깨고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6%로 카드업계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의 추진력과 계열사 지원 가능성에 따라 보험 분야에서도 계열 금융사들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와 보험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의 보험업계 진출에 삼성은 더욱 바빠 보인다. 현대카드 출범당시 삼성카드는 ‘상대가 안된다’는 입장이었지만 현대카드의 비약적인 도약으로 바짝 긴장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동종 업계일이니깐 관심 있게 볼 뿐 다른 회사의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같이 농협의 보험업계 진출과 현대차그룹의 녹십자 생명 인수에 따라 보험업계의 인수 ·합병(M&A) 움직임에 더욱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한생명은 동양생명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에 참여한 데 이어 ING생명까지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자산 65조원인 대한생명이 자산13조원의 동양생명과 20조원의 ING생명을 매각한다면 80조원 내외의 자산을 보유해 상보업계 2위 자리를 굳힐 수 있다.

이에 생명보험업계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교보생명과 대한생명의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는 눈치다.

또한 삼성생명도 ING생명 인수에 공식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또한 KB금융지주도 삼성생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ING생명을 인수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이라는 ‘빅3체제’를 유지해 왔던 생보업계의 구조가 변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보험업계 중하위권 경쟁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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