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등록금 문제 등으로 시름 깊어
기숙사 배정 못 받으면, 높은 방값에 허덕허덕
집주인들 전세보다 월세 선호, 전셋집 구하기 어려워
생활비 버느라 ‘공부는 뒷전’, 아르바이트 등에 매달려
신학기를 맞은 대학가가 어두워 보인다. 새내기부터 복학한 4학년까지 치솟는 물가와 끊임없이 오르는 생활비에 벗어날 장사는 결코 많지 않다. 기자가 대학가를 찾아간 날은 2월의 마지막 주. 신입생들은 이미 입학식을 마쳤고, 개강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 주이기 때문에 뭔가 북적임을 기대하고 찾아갔는데, 분위기는 너무 썰렁했다. 마치 본격적인 개강을 앞둔 폭풍전야의 고요함처럼 대학에는 적막감만 있고, 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간혹 도서관 앞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는 몇몇 학생만 있을 뿐이었다.
신촌지역에 있는 Y, S, H대 주변. 3월 첫 주가 되면 북적이게 될 이곳이 날씨만큼이나 썰렁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바로 대학생들이 받아들여야 할 현실 때문이 아닌가 한다. 등록금, 방값, 식비 그리고 용돈.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바로 코앞에 떨어진 것은 부모님의 빚이 곱사등처럼 커가고 있다는 점이다.
“방이 없네요”
교내에서 학생들을 만날 수 없어 기자가 찾아간 곳은 원룸과 고시원이 많이 있는 대학촌. 썰렁하긴 마찬가지인데, 부모님과 같이 있는 학생들이 자주 보였다. 늦깎이로 방을 구하러 다니는 학생이었다. 전주에서 올라왔다는 문 모(19세,Y대 경영학과 입학)군은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옆에 있는 아버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명문대를 입학했다고 주위 사람에게 자랑할 때는 좋았는데, 기숙사배정을 받지 못하고 막상 방을 구하려니 생각보다 너무 방값이 비싸 감히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까지 비쌀 줄은 몰랐어요. 그 나마 방도 없네요”라고 말하면서 “고3만 지나면 고생이 끝날 줄 알았는데, 부모로서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고생이 시작되네요”라고 혀를 찼다.
때마침 옆에 있던 부동산 사무실에서 나온 이 모(21세, E대 유아교육과 3년)양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 조그만 원룸에서 전세로 있었는데, 갑자기 주인이 천만 원을 올려달라는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나마 전세는 없고, 대부분이 월세만 남아 있어 흥정도 못하고 그냥 나온다는 그녀의 말에 옆에 있던 새내기 문 군은 할 말을 잃었다.
신촌지역 대학가 인근에 주방과 화장실을 갖춘 전용면적 20~30㎡ 크기의 원룸은 입지여건에 관계없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5만 원 이상을 줘야 구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보증금을 3,000만~4,000만원으로 올리면 월세를 20만~30만원으로 낮출 수 있었지만, 최근엔 대부분의 집주인들 월세를 선호함에 따라 전세를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됐다.
신촌 인근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은 원래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데다가 지금과 같은 입학철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 미리 예약해두지 않으면 방구하기가 어렵다”며 “특히 지금은 계약이 거의 다 끝난 상태라 방구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라고 아쉬워했다. 인근지역에서 다른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희순 사장은 “일반 주택과 아파트는 소위 ‘흥정’이라는 것이 있는데, 대학가 주변의 원룸에는 그런 것이 안통해요.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보니 항상 가격을 집주인이 정해서 저희들한테 통보만 해요”라고 했다. 게다가 “원룸을 월세로 하면 매월 고정수익이 있기 때문에 전세를 하는 곳은 거의 없어요. 대략 1:9정도로 보면 돼요”라고 시장의 흐름을 설명해 주었다.
이 같은 상황은 시장에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지난해 연세대, 이화여대, 명지대가 있는 서대문구에서 건축허가가 난 163건의 건축물 중 115건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수요가 풍부한 지역에서 지어졌다. 주로 월세로 내놓은 원룸과 고시원 그리고 다가구주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학가의 전·월세방 시장에 기름을 붓는 황당한 정책이 정부에 의해 이루어졌다. 바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제도’였다.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12·7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전국 9천 명의 대학생들에게 최대 7천만 원(광역시와 도 지역은 4천~5천만) 한도 내에서 전세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첨된 학생이 전세주택을 물색해 신청하면, 일정한 심사를 거쳐 LH가 집주인과 계약을 체결한 뒤 대상자는 LH에 보증금 100만~200만원에 월세 7만~17만원을 내고 이를 재임대받게 된다.
‘대학생 전세임택주택제도’ 문제점은
전국에서 2만2천 명의 신청자가 몰려들었다. 기초수급자·한 부모가정자녀 등 1순위 당첨자가 전체의 97.7%인 8,790명에 달했다.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학생, 그중에서 일부만이 당첨됐다는 이야기다. 2순위 당첨자는 210명에 불과했다. 운 좋게 당첨됐다고 해도 기뻐할 일이 아니다. 조건에 맞는 전셋집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여기에 집주인들은 전세 지원금 7,000만원 한도까지를 고려해 아예 집값을 높여 부르거나, 대학가 주변에서 이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강대 주변 대흥부동산 박영선 공인중개사는 여기에다 “집 주인 입장에서 볼 때 전세로 놓으면 은행금리도 안 나올뿐더러 계약과 관련된 서류를 모두 기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세금과 관련해서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많지 않은 전세시장에서는 대부분이 천만 원에서 이천만원 정도가 올라 거래되고 있고, 여기에 준하는 월세도 형성되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볼 때 대학생들의 ‘방구하기’전쟁은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지금까지는 기숙사나 자기 출신지역 학생을 위해 지은 ‘장학숙’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이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이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프랑스의 일반 가정에서 일고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바로 ‘하우스셰어링’(house sharing) 또는 ‘룸셰어링’(room sharing)이다. 이 방식은 집안의 빈 방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생긴 것인데, 우리도 적극적으로 권장할만한 방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보급율을 보면 주택이 절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주택의 수는 많아졌는데, 세대 수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5-6명이 한 집에 살았다면, 지금은 2-3명에 불과하다.
특히 노인들만 거주하는 가구의 경우 그 수는 더욱 줄어든다. 공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방법이 제대로 받아들여진다면,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방을 구할 수 있고, 노인들은 대화의 상대 또는 집안의 어려운 일을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식구를 맞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본다.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또 다른 어려움은 바로 먹거리에 있다. 현재 대학가 원룸에 거주하려면 방값에 관리비·개스비·전기료를 포함하면 대략 70만 원정도가 드는데, 여기에 먹거리비용은 빠진 상태다. 식비를 포함하면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학생식당 이용도 버거워
물론 식비는 조절할 수 있긴 하지만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할 때 대략 하루에 10,000원 정도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으로 학생식당을 꼽았다. 첫 번째 이유는 가격 때문이었다. 학교 밖을 나서면 학생식당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김치찌개의 경우 신촌지역 대학의 구내식당은 대략 3,000원 내외였는데, 학교 밖은 6,000원부터 시작되었다. 다른 종류의 음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자취나 원룸 또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생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하고 있었다. 서울대와 외국어대는 상대적으로 다른 학교와 비교할 때 식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선호도는 아주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2005년 개정된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식당을 아웃소싱하고 있는데, 이들 업체들의 가격은 학생들에겐 버거운 가격이다. 학생식당에서 3,000원 정도면 백반을 먹을 수 있는데, 이들 외식업체에서는 짜장면 한 그릇에 8,000원 이상을 받고 있다. 누구를 위한 외식업체들의 입점인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대학이 돈벌이를 위해 학생들의 호주머니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있는가? 대학들의 과감한 희생을 요구하고 싶다. 그렇다고 이것이 등록금과 연계돼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에서는 지난 20일부터 교내 학생식당 7곳의 외부인 식대를 800~1000원 인상했다. 학생증이나 교직원, 교수 등 내부 구성원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명서가 없을 경우 1,700원이던 메뉴에 2,500원을 지불해야 한다. 2,500원 메뉴는 3,500원, 3,000원 메뉴는 4,000원을 내야 한다.
한국외국어대도 지난해 10월부터 학생식당의 외부인 식대를 500~1000원 인상했다. 한국외국어대는 서울대보다 더 철저하게 내부인과 외부인을 구분해 식권을 판매하고 있다. 학생증 없이 식권을 구입할 수 있는 식권자판기는 모두 전원을 꺼 이용을 하지 못하게 했다. 반드시 식권판매원에게 학생증 및 구성원 증명서를 제시해야만 보다 저렴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올해 반값등록금을 실시해 입시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올라간 서울시립대는 오래 전부터 외부인 식대 인상을 실시해왔다. 외부인이 시립대 학생식당을 이용하려면 5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 학생식당에서 12억 원의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2만 명이 넘는 학교에서 12억 정도의 적자는 그 정도가 어떨까? 서울대 식당에서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의 식비는 서울시내 사립대학의 가격과 비교할 때 대략 60%(서울대1,700원, 기타 사립대 3,000원)에 해당된다. 60%의 가격에 12억 정도의 적자라면, 규모가 비슷한 사립대학이라면 흑자를 내고 있다는 계산이 쉽게 나온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결국 다른 사립대학에서는 학생식당에서 조차 학생들의 호주머니를 통해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적립금을 쌓아 놓고, 기업형 프랜차이즈까지 입점해 놓아 번 돈은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 등록금 반값은 등록금 자체에서 출발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시작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교육을 받기위한 기본적인 생활에서 이렇게 많은 비용을 지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열의와 시간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할 대학생활이 삶에 찌들려 아르바이트시장에 내몰리다보면 그들에게 대학은 무슨 가치와 존재가 있겠는가? 학생과 우리의 미래를 위한다면, 대학 측은 학생들의 먹거리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적자가 난다할지라도 그 정도는 적립금에 비할 때 ‘새발에 피’에 불과하다.
학교 밖에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학교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설령 그 것으로 인해 약간의 적자가 난다해도 감수해야 한다. 재학생들에게는 그렇게 인색하면서 왜 졸업생에게는 발전기금을 강요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발전기금은 누구를 위한 기금인가.
미국의 많은 명문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이 우리보다 훨씬 비싸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이 모이는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 이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졸업생으로부터 기부 받은 발전기금은 대부분 재학생을 위해 쓰여 진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깊은 반성을 해야한다.
대학시절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 학생은 졸업하고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다. 즉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뺏긴 시간만큼 대학교육과 생활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젊은이들 대학생활이 찌들인 삶으로 망가진다면 누가 보상해주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문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