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하나금융 사장 후보, 김승유 회장과 두터운 친분
김종준 하나은행장 후보는 김승유 행장 때 비서실장 역임
한동우, 서진원 연임 적극 밀어 ‘라응찬 지우기’
금융권, MB 후배 농협 최 회장-신 회장 각별한 친분 의심
금융권의 인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농협금융의 신경분리,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등 굵직한 이슈들이 맞물리면서 금융권 인사의 폭은 넓어지고 있다.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신충식 농협금융 초대회장 겸 농협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선임됐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조직의 안정과 세대교체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한편에서는 과거 금융지주회장들의 입김이 대두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금융, 김승유 라인 굳히기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7일 이사회에서 김정태 하나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고 오는 23일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한다. 이어 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과 김종준 하나캐피탈 사장을 각각 차기 하나금융그룹 지주사 사장과 하나은행장에 내정했다.
이는 당초 김승유 회장의 언급대로 50대 초반의 ‘젊은 최고 경영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깬 인사 단행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흥식 소장과 김종준 사장은 김승유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이로 드러나면서 ‘김승유 입김’이 작용한 인사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정남 경영발전보상위원회 위원장은 “사장 내정은 내부인사라 회장과 차기 호장의 의중이 중요했다”며 내정 이유를 밝혔다.
최흥식 하나금융사장 후보는 경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연구이원 및 이사, 금융감독위원회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 연세대 경영대 교수, 예금보험공사 비상임이사 등을 두루 역임했다.
김승유 회장의 고등학교 후배인 최 후보는 1980년대부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현재 소장으로 자리하고 있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도 1910년 김승유 회장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87년 설립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김승유 회장이 초대 소장을 지냈고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도 6, 9대 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금융계에서는 최 후보의 내정에 대해 금융권 안팎으로 다양한 경륜과 인맥을 형성해온 점이 높이 평가됐으며 향후 하나금융의 대외업무에 중추적인 보좌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하나은행장으로 내정된 김종준 하나캐피탈 사장은 김정태 새회장과 같은 부산 출신이면서 성균관대 선후배 사이다.
또한 1980년도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한 김 후보는 하나은행 삼성센터 지점장, 임원부속실장, 기업금융그룹 부행장, 가계금융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그는 김승유 회장이 은행에 재직할 당시 비서실장으로 지내 현 회장과 차기회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김승유 회장이 물러나면서 하나금융에 측근을 배치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한, 한 회장-서 행장 투톱
신한금융지주에서는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해 3년간 신한은행을 더 이끌게 됐다. 서 행장은 계성고와 고려대를 졸업했고 1983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2004년 신한은행 부행장, 2006년 신한금융지주회사 부사장, 2007년부터는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서 행장이 연임에 성공하기에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회장의 힘이 실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 회장은 “글로벌 금융회사라면 최고 경영자가 1년3개월 만에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 행장의 연임 필요성을 설명한 바 있다.
이는 라응찬 전 회장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한 회장의 행보로도 비춰진다는 전문가의 풀이다. 지금까지 한 회장에게는 ‘라 전 회장 그림자 경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지난해 9월에 있었던 인사에서도 신한금융의 핵심 보직에 라 전 회장 측근들이 주로 역임됐기 때문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한 회장과 서진원 행장에 대한 불신으로 내분이 여전히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서 행장이 연임하기까지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 행장의 연임에 대한 한 회장이 확고한 의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장 후보에 라 전 회장 측근들이 거론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장은 자회사 경영진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경위)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은행 주주총회를 개최해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공식 선임된다. 한 회장과 사회이사 2명으로 구성된 자경위의 특성상 한 회장은 서 행장 연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 행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한 회장과 ‘투톱’ 친정체제를 구축해 신함금융에 남아있는 라 전회장의 입김을 사라지게 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관계자는 “라흥찬 전 회장의 입김이 강하다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번 서진원 행장의 연임 등은 한동우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맞다”고 설명했다.
농협, 외부인사 없어
한편 지난 2일 신임 농협금융지주 회장 및 농협은행장에 신충식 회장이 취임했다. 당초 이 자리를 두고 마찰이 빚어지며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관료 출신 외부인사가 거론되기도 하면서 농협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한다는 설이 떠돌았다.
하지만 농협은 금융지주 출범 초기 지주의 은행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에 마찰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도록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새 경영진 중 외부인사는 단 한명 뿐이다.
신 회장은 1955년생으로 용산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농협에 입사해 2010년 충남지역본부장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금융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다.
또한 지난해 4월 사상 초유의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직후 신 회장은 지난 5월 전무로 선임됐다. 신 회장의 재발 방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산 장애가 지난달까지 수차례 반복돼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소리를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은 전무 재임 9개월 만인 지난달 9일 사의를 표명하고 같은 달 24일 금융지주회장과 농협은행장 자리를 꿰찼다.
신 회장의 내정 배경에는 MB와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어 금융권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MB의 후배인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신 회장의 내정에 그 관계가 관여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금융지주 측은 “신 회장이 전무이사로 오셨을 때가 전산장애 사태가 불거진 이후다”면서 “오히려 신 회장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대안을 제시했고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재정립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회장이 외부 출신으로 새롭게 적임된 거라면 MB와 같은 학교라는 게 문제로 대두될 수 있겠지만 그 전부터 농협에 기여하시고 있었던 분이기 때문에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신 회장은조직의 위기를 넘기셨고 탁월한 리더십으로 적임자로 판단됐기 때문에 선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