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정위가 국내 특급호텔 7곳을 상대로 숙박료 담합 의혹을 묻고 조사에 착수했다. 실제 호텔스닷컴이 조사한 ‘세계 주요 도시 호텔 가격 순위(작년기준)’에 따르면 5성급 호텔의 경우 서울의 평균 가격이 32만2175원으로 세계 5위권 수준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 또한 높은 호텔 값에 불만을 제기함에 따라 국내 이미지에도 커다란 타격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공정위는 객실료 조사와 별도로 결혼식과 연회비용 담합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호텔업계 측은 ‘근거 없는 의혹’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공정위, 특급호텔 ‘객실료 담합 의혹’ 조사 착수
호텔 측 “숙박료는 호텔마다 천차만별” 담합 부인
지난 7일 공정위는 서울 소곡동과 잠실에 위치한 롯데호텔(롯데), 호텔신라(삼성),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SK), 인터컨티넨탈호텔(GS), 더플라자(한화), 조선호텔(신세계) 등 7개 특급호텔을 방문해 ‘객실료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현재까지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호텔 객실료 담합 의혹 제기?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특급호텔들이 객실료를 담합했다는 의혹을 제기, 이어 지난 8일에는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과 리츠칼튼호텔 등 외국계 특급호텔까지 조사 대상을 넓혀 그와 같은 자료를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한 호텔 관계자는 “지난 7일 공정위 조사관이 객실료에 관한 자료를 요청해 조사하고 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공정위의 행보는 경쟁이 제한적인 시장 특성 때문에 호텔 업계들이 객실료를 담합하며, 고객들에게 높은 객실료를 요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담합이란 업자가 협약·협정·의결 또는 어떠한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즉 같은 종류의 업체들이 서로 짜고 물건 값이나 생산량 등을 조정해 다른 경쟁 업체를 따돌리거나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불법행위이다.
지난해 호텔스닷컴이 조사한 결과 5성급 호텔의 경우 서울의 평균 가격이 32만2175원으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또한 평균적으로 도심 특급호텔의 하룻밤 숙박료는 대부분 25만원이고, 강남 20만원대 초반이다.
A호텔 관계자는 “객실료는 날마다 달라진다. 이는 수요에 따라 객실료가 조정 된다”면서 “수요가 많으면 객실료가 오를 수밖에 없고 수요가 적으면 할인 혜택을 주면서 객실료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합 의혹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 호텔 객실료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공개됐다”면서 “직접 비교해 봐도 호텔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공정위는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일절 확인을 하지 않는다”면서 “사실 확인을 할 수 없다”고 간명했다.
외국인마다 객실료 달라?
B호텔 관계자는 “호텔을 이용하는 주 고객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라면서 “때문에 국내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인 고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객실 가격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한국관광공사와 타매체가 공동으로 한국을 찾은 세계 19개국 28개 관광공사 해외지사장들을 대상으로 ‘관광 실태 전문가 그룹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26명 중 88%인 23곳의 지사장들이 ‘비싼 호텔 방값’을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을 때 가장 불편해 하는 사안’ 1위로 꼽았다.
A호텔 관계자는 “외국인 경우에도 중국인과 일본인 각각 호텔에서 제시하는 객실료가 다르다”며 “고객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호텔에서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관적으로 가격조정을 하는 편이다. 이같은 경우는 호텔만의 경영노하우다”고 설명했다.
특급호텔
‘끼워팔기’ 관행 도마 위
공정위는 특급호텔에 객실료에 관한 자료 요청과 더불어 웨딩사업장의 영업 관행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특급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하나의 부를 상징하는 것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만큼 특급호텔에서 예식을 진행하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특급호텔에서 식장 또는 연회장을 이용할 시 사진촬영, 폐백, 꽃 장식 등을 한데 묶어 판매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배로 들어 고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특급호텔의 결혼 비용은 인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수천만원에서 억대로 엇비슷하다. 각종 연회비용도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공정위의 이같은 행보는 서울 특급호텔들이 담합을 통해 비슷한 수준으로 결혼식과 연회 요금을 책정한 것이 아닌지 살피고, 또한 ‘끼워 팔기’ 식 웨딩사업 관행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대해 A호텔 관계자는 “꽃장식, 폐백, 영상 중계 등은 고객들의 선택에 맡기지 강행하지 않는다”면서 “웨딩도 가격별대로 다양한 상품이 있다. 호텔마다 천차만별이다”고 반론했다. 이어 “웨딩홀도 단가가 제각각 다르다”며 “심지어 웨딩업으로 호텔이 수익을 얻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C호텔 관계자는 “공정위가 무슨 이유로 조사에 들어간지 모르겠다”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