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1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의 대연합 가능성이 제기되며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야권연대를 성사시킨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경우와 달리 보수진영의 통합모색은 점점 희박해 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총선 공천과 관련 당 내부의 분열조짐이 부담스런 부분이고,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으로 대변되는 계파 갈등과 이명박 정부의 성적표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반응 등이 아무래도 짐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국민생각’도 영향력은 계속 지켜봐야 하지만 불씨임에는 틀림없다.
새누리, 선진, 국민생각 등 총선에서 각개약진
김무성 당 잔류로, 보수 신당 출현 가능성 낮아
‘비박계+국민생각+선진당’,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수 분열 책임론 놓고 공방, 야권연대와 대조적
이런 이유로 당 내에서는 과반수(150석)는 물론 개헌 저지선(100석)도 지키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입장도 일부 감지된다. 이런 분위기가 나오다 보니 대승적 차원에서 ‘보수대통합’이 이뤄져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야권처럼 적극적인 총선 연대는 아니더라도 느슨한 형태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탈당사태 스톱?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접전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단일화를 하고, 선진당과 민주당 후보 접전 지역은 선진당으로 단일화하는 방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 국민생각과도 일부 접전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해 보수진영의 승리를 생각키도 했다. 하지만 ‘국민생각’의 창당이 새누리당의 실정에 기인한 만큼 두 세력이 이번 총선에서 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거기다 국민생각은 보수 분열 등의 우려에 대해 “보수를 분열시키고 약화시킨 책임은 새누리당에 있다”며, “국민 절대다수가 국회의원으로 뽑아줬는데 그 이후로 끊임없이 내부 분열을 시작해 국가적 과제를 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공천 탈락에 반발하며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전여옥 의원(서울 영등포갑)은 국민생각의 최고위원 겸 대변인으로 발탁돼 연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맹공하고 있다. 그만큼 간극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새누리당 입장에서 탈당설이 나돌던 김무성 의원이 당잔류를 선언하며 탈당러시에 제동을 건 것은 여러 의미를 주고 있다.
심지어 김무성 의원은 4.11 총선 공천에서 탈락해 탈당을 고민하는 낙천 의원들과 접촉해 탈당을 만류하는 역할까지 자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파 정권 재창출이 가장 중요한 지상명제이기 때문에 그 일을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요지다.
언론의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 탈당설을 일축하며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김 의원은 신당 창당 논의가 있어 왔던 게 사실이라며 애초 낙선의원 15명 정도가 규합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생각 몸집불리기 난항
김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이후, 낙천 의원들은 구심점을 잃자 ‘탈당 러시’가 급격히 줄어드는 효과를 나타냈다. 비상이 걸린 것은 이삭줍기를 생각했던 국민생각이다.
4.11 총선 전 몸집을 불리고, 보수 선명성을 강조,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를 꾀하며 자유선진당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불발됐다. 특히 김 의원 등 새누리당의 비박계 인사들과 친이명박계 등 공천 탈락자들 상당수가 ‘당 잔류’ 입장을 밝히면서 더욱 더 어려운 국면에 빠지게 됐다.
이에 박세일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진당에 통합을 공식 제안했다. 두 달 넘게 물밑에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던 통합 논의를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보수의 분열이 아니라 보수의 재건을 꿈꾼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을 ‘낡은,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로 공격하며 ‘신보수’를 전면에 내세워 선진당과 통합, 새누리당의 지지층을 흡수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선진당은 “국민 공감이 없는 통합이나 연대는 있을 수 없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15석을 가진 선진당이 필요한 건 총선 전 국고보조금을 확대하기 위한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인데, 국민생각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생각이 만약 각개전투에 나설 경우 총선 변수가 될 만큼 영향력 확대는 힘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중량감이 나가는 인사가 부족하고 현역의원 영입도 제자리걸음에 비유되기 때문이다. 박 대표의 구애에 뚜렷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청권 연대’는
또 박 대표는 정운찬 전 총리가 최근 ‘비박(非朴) 연대’에 참여할 뜻이 없다고 밝힌데 대해 “(총선) 뒤의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정 전 총리가) 대선에는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몇 주전 정치 참여를 권유했지만 정 전 총리는 ‘이번 총선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정 전 총리와) 특별히 꼭 같이 하기로 약속한 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애초부터 정 전 총리는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좀 두고 (대선정국 등) 상황의 변화를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 ‘제3대선후보’인 이재오, 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에 대해서도 “대선후보로 생각하고 있고, 그들을 모셔 오셔서 어떤 경선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면서 누가 봐도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훌륭한 분을 찾아내야 되겠다”고 말했다. 총선과 관련해 박 대표의 구상이 생각처럼 확대되지 못한 채 선진당과 비박 그룹 등과의 연대나 통합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또 다른 보수진영인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총선 연대도 사실상 새누리당의 ‘대전·충남’ 포기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현실성은 극히 떨어진다.
이같은 양당의 연대나 통합가능성은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지난 2월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총선에서의 전향적인 보수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뒤 새누리당과 선진당 사이에 충청권 연대를 둘러싼 발언이 잇따르면서 확산됐다.
특히 대전·충남 유일의 새누리당 현역의원인 김호연 의원(충남 천안갑)이 “중앙당 차원에서 황우여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선진당과 합당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충남 지역에선 큰 틀의 합의가 거의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 보수대연합이나 양당의 선거 연대여부가 급부상했다.
그러나 선진당이 새누리당 김호연 충남도당위원장을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함에 따라 양당의 연대는 사실상 물 건너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선진당은 공식보도자료를 내고 "중앙선관위에 새누리당 충남도당위원장인 김호연 의원을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했다"며 "김호연 위원장은 지난 2월23일 자유선진당과 새누리당이 '중앙당에서 합당 수준까지 진행되고 있다. 지역구 공천 비율은 이미 끝났고, 발표시점만 남았다'라고 밝혔다면서 이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라 판단되며, 충청지역에서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자유선진당을 와해시키려는 명백한 음모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보수후보 난립하나
선진당은 이어 "충청지역에서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실패와 세종시 백지화 선언, 과학벨트 분산배치 시도 등으로 이미 지지기반을 상실했다"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그동안 새누리당은 자유선진당과의 합당설, 연대설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부풀려 왔던 것이다"고 덧붙였다.
선진당은 이어 "이날 김호연 새누리당 충남도당위원장의 허위 발언으로 올곧은 보수정당인 자유선진당의 명예는 심각하게 훼손됐다"면서 "또한 제3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매진하는 당원 동지는 물론 자유선진당을 지지하는 국민과 새누리당의 민생파탄과 각종 부패와 무능에 분노하는 국민들을 더욱 격분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총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여야의 길이 확연히 구분됐다. 민주·진보 진영은 첫 전국적 야권연대로 ‘하나의 대오’를 형성했지만, 보수 진영은 분열 양상을 보여 2년 전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 야권 후보 하나에 보수후보 6명이 출사표를 던져 교육감을 놓친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김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