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갈등 계속되나
검·경 수사권 갈등 계속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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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맞불 대응 ‘눈총’

지난해 수사권을 두고 한차례 갈등을 빚어온 검찰과 경찰이 끊임없이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다. 최근에 불거진 일명 ‘룸살롱 황제의 뇌물리스트’ 사건과 ‘기소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나경원 전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 사건이 그 예이다. 기소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나경원 전의원의 남편인 김 서울동부지검 부장판사가 두 번에 걸친 경찰 소환에 불응한 데에 격양된 모습을 보인 경찰은 그를 강제 구인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불어 일명 ‘룸살롱 황제’라 불리는 이모씨가 수십명의 경찰관에 돈을 줬다는 ‘뇌물 리스트’와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는 경찰이 자체 감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따로 수사에 나서면서 ‘검경 갈등’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이에 경찰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검찰이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경, ‘기소청탁 사건’ 두고 검사·판사 소환 강수
관련 검사·판사 소환 불응…“경찰 무시” 목소리
검, ‘룸살롱 황제 뇌물리스트’ 의혹으로 경찰 압박?
수사권 갈등 이후 검vs경, 서로 향해 칼 끝 겨눠

기소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나경원 전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가 지난 20일로 예정된 경찰의 소환에 불응했다. 피고소인 신분인 김 판사가 경찰 소환에 불응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경찰수사 무시하는 태도”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김 판사는 출석 예정시간인 오전 10시 경찰청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김 판사로부터 기소청탁 요청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에 대해서도 이날 참고인 조사를 받을 것을 요청했으나 역시 응하지 않았다.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방송에서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나 전의원의 남편 김 판사가 기소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틀 뒤인 주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서울 경찰청에 고발했다. 이에 주 기자도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나 전의원과 김판사 등을 맞고소했다.

당시 김 판사는 “아내를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는 청탁을 박 검사에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 검사는 지난 5일 서울지방경찰청에 A4용지 1장반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검사는 진술서에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중 김 부장판사가 전화를 걸어 ‘기록을 꼼꼼하게 살펴서 사건 기소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고 박 검사는 적었다고 알려졌다.

이어 “김 판사가 ‘검찰이 네티즌을 기소해 주면 다음은 법원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박 검사 본인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에 경찰에서 공개할수 없다”며 진술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 판사와 박 검사의 계속된 연락두절과 소환 불응으로 경찰은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한 매체가 인터뷰한 경찰관에 따르면 박 검사는 정상 출근을 하면서도 경찰의 연락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천지청 쪽에 여러 번 메모를 남겼는데 전달됐는지 조차 파악할 길이 없다며 경찰관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박 검사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박검사는 ‘김 판사로부터 기소청탁을 받았고 이를 후임자인 최영운 검사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할 때도 “경찰에는 낼 수 없다”며 서울지검을 통해 전달했다.

이는 박 검사가 어떠한 형태의 추가 조사도 받지 않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검찰은 “수사를 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다양한 전화를 받는다”며 “박검사가 김 판사의 전화를 청탁으로 받아들였는 지가 관건”이라며 김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경찰은 김 판사에게 26일에 3차 출석 요구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 판사도 경찰 수사를 철저히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경찰과의 갈등을 빚고 있다.

김 판사는 첫 번째 경찰 소환 당시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한 뒤 경찰에 ‘변호사를 통해 연락하겠다’는 의사만 전달한 뒤 연락 두절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판사가 법절차를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경찰의 출석요구에 두 차례나 연기 요청도 하지 않고 연락을 끊는 것은 법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냐”며 “체포영장을 신청해도 검찰이 이를 청구할 리도 법원이 발부할리도 없다는 생각에 버티는 것 아니겠느냐”며 격분했다.

따라서 김 판사가 세 번째 경찰 소환에 불응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뇌물 리스트’
경찰에 악재

이와 관련 검찰이 지난 16일 경찰관에게 뇌물을 상납한 의혹을 받고 있는 ‘룸살롱 황제’ 이씨의 로비 대상을 압축하는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 수사에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이씨는 미성년자 등을 고용해 강남 일대에서 13곳의 업소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매번 교모하게 법망을 빼져나가 ‘배후에 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이씨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번번이 실패했다.

이씨의 측극인 김씨는 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씨가 검찰, 경찰, 법원, 구청 등 로비를 안 한데가 없다”면서 “전·현직 경찰 20~30명이 거론되는데 그보다 더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당시 이씨와 친분이 있었던 상당수 경찰관들이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고 경찰과 법조계 인사까지 가리지 않고 로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매달 일정 금액을 상납, 심지어 ‘억’단위까지 받은 경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씨는 경찰이 돈만 받아먹고 자기 뒤는 제대로 안 봐준 데 대해 화가나 검찰에 뇌물 경찰들을 불겠다고 하는 것”이라면서 이씨의 ‘뇌물 리스트’ 공개 협박에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씨는 현재 113억 2600여만원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체납과 생활고로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한 이씨는 뇌물을 줬다는 경찰관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돌려 달라”고 협박성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이씨는 내연년 장모씨 등을 시켜 이번 뇌물 수수 및 금품 로비 사건에 연루된 경찰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리스트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씨는 룸살롱 10여곳을 운영 중 이중장부를 만들어 42억6000여만원의 세금을 포탈, 미성년자를 고용해 유사성행위를 시킨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19일 검찰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씨를 소환 조사해 금품로비를 벌인 첩보를 토대로 뇌물을 상납 받은 경찰관과 시기, 액수 등을 추궁했다.

이에 따라 내연녀 장씨와 이씨 동생의 최근 통화내역을 분석, 뇌물을 받은 인물들의 신원을 파악중이다.

검찰은 장씨와 이씨의 동생이 경찰관들과 장시간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사실을 확인해 녹음파일 내용을 입수, 분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휴대전화 분석 작업을 통해 장씨 등이 경찰관과 통화한 음성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수감 중인 이씨의 지시를 받은 장씨는 금품 수수의혹이 제기된 이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해 왔고 경찰관을 직접 만나서 다니면서 녹취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07년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이씨의 로비의혹을 내사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경찰·법조계 인물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얘기가 파다했지만 경찰은 골프접대 사실까지 확인하고 구체적인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는 실패해 사건을 종결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관들과 통화한 내용 및 장씨의 면회 영상기록물에 대한 분석 작업을 마치는 대로 구치소 면회를 다녀간 경찰관 등 신원이 확인되는 관련자부터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따라서 겸찰은 이번 사건에 경찰관들이 다수 연루된 점을 감안해 신속히 수사를 끝낸다는 방침을 세워 주임검사 이외 검사2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반면 경찰이 자체 감찰을 벌이고 있는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따로 수사에 나서자 경찰 일각에서는 불만을 호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은 “사실 이씨의 뇌물리스트에는 경찰관 뿐만 아니라 구청과 소방서, 검찰 공무원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찰 비리만 선별적으로 밝혀 경찰 치부만 드러낸 게 아니라 연루 공무원들을 모두 조사해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은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경찰을 겨냥한 표적수사가 돼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리스트가 실제 존재한다면 경찰뿐 아니라 검찰, 공무원 등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가 있을 경우 모두 공평하게 수사해 비리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도 이씨의 뇌물 리스트에 전·현직 경찰관이 다수 올라 있을 것으로 판단, 한상대 검찰총장의 직접 지시로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끊이지 않는 검·경의 갈등으로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격에 나선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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