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의 도시' 낭만이 출렁인다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5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춘천 가는 기차’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5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열애 끝에 가정을 꾸린 이들이든, 옛사랑의 추억이 아련한 이들이든 춘천은 가슴 뜨겁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도시다.
옛 추억을 되새기는 춘천은 5월 말 마임축제도 열려 아이들에게도 유익한 여행지이다.
◆춘천 가는 길=여행지로 춘천이 인기인 이유는 남이섬, 청평사, 중도 등 둘러볼 곳이 많다는 것 말고도 기차든 승용차든 빼어난 경관을 즐기며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경춘선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김유정역(옛 신남역), 금곡역 등 고즈넉하고 앙증맞은 간이역이 많다. 가장 유명한 곳은 영화 ‘편지’를 촬영한 곳으로 알려진 경강역. 1939년 경춘선 개통 때 생긴 경강역의 원래 이름은 서천역이다. 이후 충남의 서천과 혼동될 우려가 있어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경강역은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이라는 의미다. 예쁜 간이역들은 ‘이팔청춘’만 찾는 게 아니다. 노부모를 모시고 와 영화 촬영 장소라고 설명하며 사진을 찍어 주는 자상한 아들에서 네댓살 먹은 아이 손을 잡은 단란한 가족도 자주 눈에 띈다. 남녀노소 모두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닮았다.
남양주시부터 춘천까지 이어지는 46번 경춘국도는 드라이브 명소로 알려진 지 오래다. 북한강변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내달리는 기분이 그만이고, 강촌과 남이섬도 함께 즐길 수 있어 금상첨화다. 우리나라 관광지 중 자전거가 가장 많은 강촌 역시 대학교 MT 장소로 정평이 나 있다.
봉화산을 아홉 굽이 돌아 떨어진다는 약 30m 높이의 구곡폭포에는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로 붐빈다. 폭포 초입까지 3.5㎞나 뻗어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강변도로는 ‘자전거하면 강촌’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의암호와 삼악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지척이고, 고려 충신 신숭겸의 묘, 약수로 유명한 봉덕사 등 주위에 명소가 많아 캠핑족들의 발길도 잦다.
북한강에 떠 있는 가랑잎 모양의 남이섬은 젊은 연인들이라면 으레 한번쯤 찾아봤음 직한 데이트 코스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나무 숲은 자전거를 타기에도 즐겁지만, 조용히 옛 추억을 떠올리며 산책하기에 더 좋다. 종종 혼자 책을 읽거나 숲길을 걸으며 추억을 곱씹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 영향으로 평일이든 주말이든 동남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남이섬 일대 특별전시장에서는 6월30일까지 책 나라 축제가 열려 아이들에게도 유익하다. 책 나라 축제에서는 국가의 날 행사, 둘리의 나무 속 환상여행 등을 즐길 수 있다.
◆청평사와 마임 축제의 난장 속으로=고찰 중 젊은 연인들의 발길이 가장 잦다는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에 백암선원으로 창건돼 보현원, 문수원을 거쳐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이미 육로가 나 있지만 대개는 소양강댐에 있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10분 정도 소양강댐을 감상하면 선착장에 닿는다.
매표소를 지나 청평사까지 오르는 길에 아홉 가지 소리를 낸다는 구성폭포를 만나게 된다. 1963년 국보에서 보물로 강등된 청평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회전문. 불교의 윤회를 의미한다는 회전문은 ‘공주와 상사뱀’ 전설로도 유명하다. 당나라 공주가 몸에 감긴 상사뱀을 이곳 청평사에 와서 떼어냈고, 상사뱀은 공주를 찾아 절 안으로 들어가다 벼락을 맞고 쏟아지는 소나기에 밀려 이 문을 돌아 나갔다고 하여 회전문이라 불린다고도 한다.
경내에 들어서려면 일주문을 대신했던 것으로 추정하는 잣나무를 지나쳐야 한다. 인근 오봉산에 오르는 등산로는 공주가 몸을 씻었다는 공주탕이 있는 계곡을 따라 나 있는데, 경사가 완만해 어린 아이들도 거뜬히 오를 만하다.
춘천 시내에는 이미 널리 알려진 공지천과 중도 말고도 들러볼 곳이 많다. 위도(고슴도치 섬)에서는 28일 오전 11시부터 이튿날 오후 7시까지 ‘도깨비 난장’이 펼쳐진다. 위도 곳곳에 세워진 무대에서 여러 설치작품과 전시물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임과 무용,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29일 새벽에는 전인권, 내 귀의 도청장치 등의 공연이 계획돼 있고, 작가 이외수와 밤새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도 마련된다. 춘천마임축제 기간인 23∼29일 춘천 시내 마임의집, 봄내극장, 춘천문예관, 춘천인형극장 등에서 국내외 마임극단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도깨비 난장 때에는 폐지를 재활용해 탈을 만들고 즉석에서 마임을 배울 수 있는 ‘탈과 마임’도 진행돼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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