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1총선을 채 한달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충청권에 정치거물들이 등장하며 판세와 표심을 가늠할 수 없는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이해찬 전 총리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선언을 함에 따라 세종시 국회의원 선거 대진표는 새누리당 신진 충남대교수, 민주통합당 이해찬 상임고문,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의 진검승부로 성사됐다.
이해찬VS심대평…세종시에 거물 정치인 출동
선진당 ‘수성’이냐, 새누리·민주의 ‘총 공세’냐
“충청표심, 고정변수보다 가변적 변화 민감”
충북 민주당 우위…정우택VS홍재형 대결 관심
특히 민주당 이 고문이 이번 총선에서 세종시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자유선진당 심 대표와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용쟁호투를 펼치게 됐다.
충청 혈투
특히 충남 청양 출신으로 참여정부 총리를 지낸 이 고문과 JP 이후 충청의 대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자유선진당 심 대표의 대결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며 차기 대선의 대리전 양상까지 확대되고 있는 세종시와 함께 충청권 혈투가 주목을 받게 됐다.
충청권의 면면을 보면 대전ㆍ충남에서 선진당이, 충북에서 민주당이 절대 우위를 점했던 지난 18대 총선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충청권의 의석수는 대전광역시 6석, 충남 10석, 충북 8석 등 기존 24석에다 이번에 독립지역구로 신설된 세종특별자치시 1석을 포함해 총 25석이다.
권역별로 보면 먼저 대전ㆍ충남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선진당의 ‘아성’에 도전하는 형국이다. 이 지역의 현재 의석수는 선진당 10석, 민주당 3석, 새누리당 1석, 무소속 2석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민주당이 과반을 넘어 맹주로써 군림할 지, 아니면 새누리당이 ‘박근혜 바람’을 통해 기사회생할 지, 그리고 충청권의 기득권을 주장해 온 자유선진당이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지 모든 것이 관전 포인트다.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 민주당의 강세를 점치고 있다. 과반을 상회하고 그 나머지를 놓고 새누리당과 선진당, 무소속 등이 각축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두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선거 연대나 통합 등에 따라 선거분위기를 완전히 바꿀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해찬 출마 변수
또 총선 판도를 좌우할 변수로 경기침체, 복지문제 등이 여권의 분열과 야권의 통합 여부 등과 결합되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충청권 전체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세종시의 경우 그 만큼 가변적인 요소가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고문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최초의 기획자이자 설계자로서 세종시를 제대로 완성시키는 소임을 다하기 위해 총선에 출마한다"며 “세종시를 친환경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세계적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치고자 하며 고(故)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룩하고자 했던 국가균형발전의 꿈을 실현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총선승리와 정권교체의 디딤돌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물론 이에 대해 심 대표는 '총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길 자신이 있다기보다 이 전 총리가 세종시에 왜 출마하고 왜 선택받아야 하는 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전 총리가 세종시에 출마한다는 얘기는 이미 여러번 들은 내용이며 이기고만 보자는 식으로 선거가 흐르지 않고 누가 더 일을 잘 했느냐를 유권자가 판단해달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바람 불까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새누리당의 신진 충남대 교수는 세종시 원안 사수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권에서는 심 대표가 충청권 맹주로써 세종시에서도 기세를 떨치겠지만 최근 선거구가 개편되면서 연기군과 세종시 예정 지역이 독립 선거구로 분리되고 충남 공주시가 단독 선거구로 획정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또 정부 청사가 들어서면서 이주하는 공무원들의 경우 아무래도 기존 토착민들에 비해 지역색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주가 연고인 심 대표의 영향력이 세종시에서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심심치 않다.
물론 선진당은 연기군을 골고루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 지역 의원 출신인 심 대표가 적임자임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 이 고문은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낼 당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직접 기획, 추진했던 세종시 산파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심 대표가 세종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강조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박 비대위원장이 세종시 원안을 사수한 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정부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했지만, 박 위원장이 수정안 추진을 막아 냈다는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에 편입되는 조치원읍에서는 세종시 원안 추진 시위가 진행될 당시 박 위원장에게 호감을 보인 플래카드가 나붙기도 했다. 이미 박 위원장은 지난 16일 세종시를 방문해 “세종시는 나에게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라며 신진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키도 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세종시가 심 대표의 지역구였던 연기군이라는 점에서 심 대표가 유리할 것이라며 우세를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이 총리의 고향이 세종시 인근인 충남 청양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생활을 서울에서 했고, 지역적 지지기반도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 역시 민주당의 지지세가 높고 세종시를 처음 기획한 이 전 총리가 심 대표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편 선진당이 수성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박성효 전 대전시장(대전 대덕구), 강창희 전 의원(대전 중구), 박종준 전 충남지방경찰청장(충남 공주시), 홍문표 전 의원(충남 홍성ㆍ예산) 등 지역내 명망 있는 인물들을 전면에 포진시키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여권 ‘인물론’내세워
충북 지역의 경우,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인물론’을 내세워 강력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충북 지역의 의석 분포는 민주당 6석, 새누리당 2석이다. 특히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와 민주당 홍재형 후보가 맞붙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는 충북내 최대 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3당이 서로 승리 또는 선전을 다짐하고 있지만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권 유권자 특유의 투표성향을 감안할 때 판세를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사실 충청권은 호남이나 영남처럼 확실한 맹주보다는 많은 변화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2008년 총선에서는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제치고 14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4년에는 민주당(열린우리당)이 19석을 차지하며 충청권에서 포효했다. 그만큼 충청지역 의 표심은 고정변수보다는 가변적 변화에 민감했고, 특히 이런 분위기는 세력간 연대가 나타날 경우 폭발적인 힘으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