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 격전지 ‘강남벨트’
여야, 총선 격전지 ‘강남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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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문제, 선거 최대 쟁점 부각

여야(與野) 4.11총선의 또 하나의 격전지인 '강남벨트'의 모습이 드러났다. 새누리당이 강남 갑ㆍ을에 각각 심윤조 전 오스트리아 대사,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배치하면 소위 '한미 FTA전선'을 구축했다. 여당의 전통적 텃밭으로 일컬어지는 강남벨트에 새누리당은 각계 전문가 출신들을 포진시키며 승리를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거물급 중진들을 대거 배출시키며 야당의 불모지 공략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정동영VS김종훈 강남을, ‘한미FTA’놓고 대결
전통적 여당 텃밭에서 민주당측 ‘바람몰이’주력 
민주, 정동영·천정배·정균환 등 ‘거물급중진’ 출격
새누리, 현역교체 대대적 쇄신 명분 등 내세워

'한미FTA' 大戰으로 부상한 강남갑을의 경우는 새누리당에서는 외교라인이 총망라됐다. 강남갑에는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출신인 심윤조 전 외교부 차관보를, 강남을에는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전격 투입됐다.

한미FTA 찬반 상징적 인물간 대결

여야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결이 현실화된 것이다. 심윤조 후보는 김 전 본부장이 한미FTA 협상 한국측 수석대표로 일하기 시작한 2006년에는 외교부 차관보를 역임한 인연이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본부장과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의 대결에 심 후보까지 가세하면서 강남 갑을 총선은 한미FTA 심판의 성격으로 확대된 분위기다.

특히 정 고문과 김 전 본부장의 FTA 대결은 최고의 승부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정 고문은 김 전 본부장에게 “옷만 입은 이완용”이라며 포문을 열었고, 김 전 본부장도 “정 의원이 정부에 계실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맞대응을 했다.

한미 FTA 찬반의 상징적 두 인물이 여야 후보로 나서면서 한미 FTA가 강남벨트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 고문은 김 전 본부장과 대결구도가 확정되자 강한 승부욕을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ㆍ미 FTA는) 한 명의 관료가 어떻게 나라를 망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이번 가치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본부장은 “한ㆍ미 FTA 반대의 선봉에 서신 분”이라며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맞섰다.

야당의 불모지

강남을은 강남의 대표 부촌인 대치동을 비롯해 개포ㆍ세곡ㆍ수서ㆍ일원동 일대를 포괄하는 지역으로 주상복합아파트와 구룡마을 판자촌 등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전통적인 새누리당의 텃밭이었다. 지난 25년간 단 한 번도 야당 의원이 배출되지 않은 야당의 불모지 중에서도 불모지이다.

전주의 지역구를 떠난 정 고문은 “강남을을 택하면서 당에 ‘강남벨트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뻥뻥 (구멍)뚫리던 지역인데 이곳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면 수도권 전투에서 압승할 수 있다”고 출마 배경을 밝혔다.

김 전 본부장은 “대한민국의 압축된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면서 “전통적인 부촌인 강남갑과는 구분되는 지역이다. 성장을 이끌어가는 모습과 (부작용을) 보완하려는 모습이 공존하는 곳으로, 성장과 분배의 정책적 조화가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와 관련 정 고문은 “한ㆍ미 FTA는 한국과 미국의 관료가 아닌, 미국과 미국의 관료가 협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분 마음 속에도 부끄러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전 본부장은 “지난 반 세기 동안 무역 확대를 통해 성장을 이뤄왔고, 한ㆍ미 FTA도 상호 교역투자를 확대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게 기본 목적”이라며 “이것을 폐기하자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한ㆍ미 FTA 폐기 주장에 대해 “한ㆍ미 FTA를 폐기한다고 하는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면서 “열심히 설명하고 (민심을)귀담아 듣겠다”고 강조했다.

정치 신인들간 대결도

한편 새누리당은 강남 7개 선거구 가운데 송파을과 송파병에만 유일호 의원과 비례대표 출신 김을동 의원 등 현역 의원을 배치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각각 4선의 민주통합당 천정배 의원과 정균환 전 의원을 맞상대로 내세웠다.

송파갑은 신인들간 맞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민주당 송파갑 후보로 내정됐던 전현의 의원이 “강남을 지역구에서 경선까지 치렀는데 철새(정치인)가 되지 않겠다”며 사퇴했고, 이에 민주당은 박성수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공천했다. 

서초에서는 여야 모두 전문가들이 포진했다. 새누리당은 서초갑에 친박(박근혜)계인 이혜훈 의원을 낙마시키고 검사 출신인 김회선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공천했다. 민주당은 김 전 차장이 2008년 국정감사 당시 논란이 됐던 ‘KBS 후임 사장 대책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쟁점 선점에 나섰다.
서초을에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폭로의 당사자인 고승덕 의원이 결국 탈락하고 비례대표 신청을 했던 강석훈 전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공천장을 받았다. 강 교수는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실현한 점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도 서초갑·을에 40대 젊은 전문직 출신을 배치했다. 서초갑에서는 금융인 출신인 이혁진 에스크베리타스 자산운용 대표가, 서초을에서는 임지아 변호사가 20~30대를 적극 공략하며 출격준비를 마쳤다.
새누리당의 고위관계자는 한미 FTA 등 강남벨트의 선거와 관련, “신자유주의가 잘못됐으니 폐기해야 한다고 대안 없이 말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고 강조한 뒤 “나누기(분배)가 안되니까 키우는 것(성장)도 포기하자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키우기를 하지 않으면 나눌 수 없다. 신(新)자유주의가 아닌 구(舊)자유주의로 돌아가자는 말이냐”고 밝혔다.

이에 반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강남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강남이 정치를 바꾸면 대한민국의 노선이 바뀐다. 대한민국의 진로가 바뀐다”면서 “경쟁, 출세, 탐욕 등 물신주의에서 협력, 나눔, 사람 등 행복중심주의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보수층 분열이 변수?

민주당은 또 강남벨트에서 최대한 바람을 일으키면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전 지역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시킨다는 복안이다. 중진들의 대활약을 통해 인근 지역인 과천과 동작, 용산 등에까지 표심을 확대시키고, 구리, 남양주를 비롯해 분당과 성남 등에 이르기까지 야권 성향의 표를 집결시키고 승리를 일구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서초갑 등에는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가 출마하는 등 보수층이 분열함으로써 반사이익을 통해 최소 몇 곳에서는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취재/김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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