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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정진국(50) 씨가 세계 유명화가의 그림들에 담긴 인간의 욕망과 사랑, 고뇌 등을 들여다본 '사랑의 이미지'를 펴냈다. 민음사가 제정한 제2회 '올해의 논픽션상'을 수상한 책이다.
렘브란트가 1665년 그린 '내에서 목욕하는 여인'을 보자. 화가를 위해 속옷을 들어올리고 냇물에 발을 담근 포즈를 취한 이 아름다운 모델은 중늙은이인 렘브란트보다 스무 살 연하의 어린 처녀 헨드리키에로 렘브란트를 사랑의 노예로 만들었다.
하지만 렘브란트와 사별한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돌봐주기 위해 들여놓은 유모는 화가를 놓아주지 않는다. 렘브란트는 세 사람의 어색한 동거를 끝내기 위해 결국 억척스럽고 욕심 많은 유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뒤에야 죽는 날까지 헨드리키에와 사랑을 불태울 수 있었다.
이후 이 여인은 렘브란트와 정식 결혼은 하지 못했지만 사랑스러운 딸을 안겨주었으며 파산선고까지 받으며 고단한 삶을 살던 렘브란트를 일상생활에서 살아남게 하고 내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들라크루아 역시 남성적 혈기와 정력이 왕성해 그림 모델들과 침대에서 다양한 체위를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도 실제 모델이 있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바람둥이인 그에게도 지고지순한 사랑의 대상으로 조제핀 드 라발레트라는 남작부인이 있었다. 그녀를 모델로 그린 연필소묘 작품이 전해내려오고 있는데 그녀는 남작이 사망하자 들라크루아가 공공조형물을 위한 장식화를 따낼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유럽을 떠나 남태평양의 원시적인 섬들에서 행복을 찾은 고갱의 작품 중 테후라라고 불리는 열세 살의 타이티 소녀를 모델로 그린 그림이 있다.
미성년자와의 원조교제가 문제가 되는 현재의 도덕관념으로 보면 놀라운 일이지만 고갱은 이 어린 소녀를 단순한 쾌락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추구했던 미의 화신으로 여겼다. '테후라'라는 작품에서 노란색 시트에 엎드린 자세로 있는 그녀의 구릿빛 나체는 소박하면서도 이국적인 관능을 발산하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저자가 직접 유럽의 미술관들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렘브란트와 벨라스케스, 쿠르베, 티치아노, 프라고나르, 라투르 등의 작품사진 34점과 미술관련 서적에서 찾아낸 화가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그림에 담긴 인간의 욕망과 사랑, 예술사적 의의와 시대정신 등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