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작 의혹 ‘이정희 불출마’ 최악 상황 모면
야권연대 반발 야권 후보 무소속으로 출마 러시
양당 공동선대위 발족하며 연대 영향력 제고 나서
중도층 이탈로 전통적 야권 지지지역 위기감 고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4.11 총선 승리를 위한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의 단일화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민주당 일부 후보들이 법적 책임까지 검토하고 나서 양측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는 않은 채 총선일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극적으로 타결시킨 야권연대는 4.11 총선에서 전국적인 후보 단일화를 통해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총선에서 필승을 하겠다는 것이다. 텃밭을 내주는 우여곡절을 겪은 야권연대 협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현격한 입장차로 긴장감이 계속됐다.
야권연대 부정적 요소는
무공천과 경선 지역을 구분하는 것이 양측 모두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거대여당에 맞서 총선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야권연대가 최적의 해법임을 알면서 후보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야권연대를 성사시킨 양측은 여당과 박빙의 승부를 벌인 곳이 역대 선거에서 많았는데 이번 연대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연대의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보의 측면이 강한 민주당의 경우, 내부의 반발이 쉽게 가라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공천지역의 무소속 출마와 탈당 등이 그것이다. 여기다 정책 연합 과정에서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 합의를 위해 강경적 입장을 나타낸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강경 진보 노선에 거부감이 있는 일부 중도층의 이탈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연대 초반 한광옥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며 시작된 갈등은 여론조작으로 인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출마 강행으로 최고조를 이루다 불출마로 일단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는 형태에 이르며 수면하로 잠복했다.
양당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 3월2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지도부회의를 열고 공동선거대책위원회 체제를 발족시켰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비롯해 문성근 박지원 이인영 박영선 김부겸 민주당 최고위원,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공동선대위는 별도로 선거대책본부를 두지 않고 상호 지원 협력을 위해 실무협상대표, 유세본부장, 총무본부장이 협의하는 실무협력체제를 만들고 공동선대위에 단일후보 멘토단과 공동정책공약추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유세본부장은 임찬규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김재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가 각각 맡기로 했으며 특히 양당 지도부는 야권연대 갈등 봉합으로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권연대 합의는 했지만
박선숙 민주당 사무총장은 "야권연대 합의로 민주당 지지율 하락을 방어했다"며 "야권연대를 통해 이명박 정부 심판 의지가 강한 30ㆍ40대 투표 참여율을 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갈등의 불씨가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야권연대 경선 여론조사기관의 고위 임원이 옛 민주노동당 핵심 당직 출신으로 확인되면서 민주당 측 일부에서는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이정희 대표의 사퇴와는 별개로 여론조사 조작 의혹 문제는 분명하게 밝혀야 하고, 통합진보당과 해당 여론조사기관을 상대로 법적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경선에서 탈락한 민주당 후보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은 통합진보당의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야권연대라는 명분하에 양보를 암묵적으로 강요했다고 생각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한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얼마나 선거에 참여할지도 또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조작 파문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불만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활동보다는 당에서 지역별 공동선대위원장을 요구하지만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그칠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야권연대 경선에 불복한 일부 수도권 후보들은 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이정희 대표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김희철 의원은 여론조사 조작 문제를 제기하고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경기 하남에서도 구경서 통합진보당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이에 문학진 민주당 후보는 "야권연대는 국민에 대한 엄중한 약속임에도 이를 파기하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한 것은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기 파주을에서는 박정 후보가 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박 후보는 "야권연대를 구실로 통합진보당에 파주을 선거구를 내준 것은 파주 민심과 지역 일꾼을 배제한 ‘계파연대의 부당한 꼼수 합의’"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야권연대가 새누리당에 길을 터주며 전략공천의 후폭풍사례가 나올 공산도 높아 보인다. 광주 서구을 지역구의 새누리당 이정현 국회의원 후보는 얼마 전 광주일보와 KBC 광주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4.5%의 지지를 받아 30.8%의 지지를 받은 야권연대 후보인 오병윤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나며 파란을 일으켰다.
호남에서 이상 징후?
민주당의 텃밭에서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 협상을 타결시키면서 광주서구을 지역을 민주통합당이 무공천하는 지역구로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민주통합당의 예비후보들은 경선 없이 자동으로 공천에서 배제돼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민주당 텃밭에 민주당 후보가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오병윤 후보는 8506표를 얻어 17.7%의 지지를 받았고, 이정현 후보는 17대 총선에서 720표, 0.65%의 지지에 그쳤다. 지난 선거에 대비한 각 후보의 지지율 상승폭을 보면 72%의 지지를 받았던 김영진 현 의원의 지지세가 오병윤 후보보다는 이정현 후보에게 더 많이 흡수됐다는 분석이다.
민주통합당의 무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한 서대석 후보도 14.4%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어 새누리당을 저지하기 위한 야권연대가 오히려 새누리당의 지지율을 올려준 모양새가 됐다.
당내 반발세력 여전
여기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공동선대위 구성은 고사하고 선거공조조차 이루지 못하는 등 야권연대가 삐걱대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광주 서구을을 제외한 타 지역구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전선이 첨예화되고 있는데다 야권연대에 대한 민주당내 반발세력이 여전해 양 당은 선거협력에 관한 논의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지난 27일 광주를 전격 방문했다. 전통적인 텃밭 다지기에 더해 공천과정에 불거진 문제들을 수습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집권을 저지하고자 만들어진 야권연대가 오히려 전통적 야권 지지지역을 새누리당에 넘겨주게 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더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가 광주에서는 허울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고, 만약 이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져 이정현 후보가 승리하면 새누리당은 27년 만에 광주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야권은 지도부가 총출동해 무소속 출마자들을 아우르며 단속하는 것이 총선 승리의 최대 요건으로 부상했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지면 결국 표의 분산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고, 이것은 박빙 승부지역에선 사실상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김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