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최흥식-김종준-윤용로’ 체제 막 올라
“외환은행 인수로 글로벌 경쟁력 보여줄 때”
외환은행 인수 따른 시너지효과 확대가 급선무
향후 어떤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 보여줄지 주목돼
하나금융그룹이 김정태 하나은행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하나금융은 ‘김정태 체제’를 본격 출범하고, 4대 금융지주이자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을 시작했다. 곳곳에 그가 풀어야 할 암초가 도사리고 있지만 하나금융 임원으로만 30여년 지내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해온 김승유 전 회장의 공백을 아우를 수 있는 김정태 회장의 리더십이 기대되고 있다.

하나금융, ‘김정태 호’ 본격 출범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기존 ‘김승유-김종열-김정태’ 체제에서 ‘김정태-최흥식-김종준-윤용로’ 체제로 새로운 막을 올리게 됐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그룹 관계자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열린마음’이다”며 “외환은행과 진정한 하나가 되는 화합과 단결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로 더욱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줄 기회를 얻게 됐다”며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가진 구성원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 이해하고자 원활한 소통을 한다면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금융의 ‘글로벌 탑 50’ 목표를 2만3000명 하나가족이 하나되어 반드시 완성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고 로마가 거대제국을 이룬 것은 ‘아피아’라는 사람이 설계한 세계최초의 고속도로인 ‘아피아 가도’ 덕분이었다”고 소개하면서 적극적인 해외진출에 대한 필요성도 내비쳤다.
김 회장은 또 “하나금융 안에서는 출신, 학연, 지연 등과 같은 어떤 편가름도 있을 수 없다”며 “실력과 팀워크만이 평가기준이 될 것이며 성과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에서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라며 “직원들에 대한 투자와 자기계발의 기회를 대폭 늘려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건강한 기업문화를 주도해가고 정도 경영을 통해 고객과 사회에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업 본연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며 “비용 절감과 자원 절약을 실천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하나금융은 ‘김정태 호’본격 출범시키며 새로운 막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김정태 호가 출범했으나 곳곳에 암초가 많아 순항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곳곳에 ‘암초’
김 전 회장이 각고의 노력으로 외환은행 인수를 성공시켰다면 김 신임회장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정착은 물론, 시너지효과를 확대하고 하나금융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맡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품으면서 총자산 기준 국내 2위 금융지주사로 올라섰다. 하나금융 역사상 최대 인수·합병(M&A) 건이었던 외환은행을 향후 어떻게 그룹 내 일원으로 융화시킬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조만간 인사를 통해 김 신임회장의 친정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효율성을 위주로 새 진용을 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사회를 통해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임기를 2년으로 수정하고, 배당 횟수를 줄이는 등 외환은행의 경영합리화를 위한 수순도 밟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 이후 하나금융의 성과는 해외분야에서 가장 눈부실 전망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 금융에 강한 외환은행의 가치를 십분 활용해 해외 지점망을 확장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금융지주 밑으로 들어온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500% 지급하는 문제를 놓고 한 지붕 두 가족이 된 하나은행 직원들이 반발하는 점도 김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같은 맥락에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상이한 조직 문화를 통합하는 것도 김 회장의 몫이다. 두 은행간 화학적 결합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역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경쟁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투뱅크 체제로는 완전한 의미의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게 경험칙”이라며 “조직원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하는 게 ‘리더’의 역할인만큼 김 내정자의 수완에 따라 하나금융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투기자본감시센터가 하나금융지주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점도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융권 지각변동
감시센터는 “론스타가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은 채 외환은행 매각차익 4조7천억원은 물론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갔다”면서 “하나금융측은 시장가보다 고가로 외환은행 주식 매입을 결의한데다 주가조작 사건으로 의결권이 박탈된 론스타의 경영권을 인정하는 배임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도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하나금융지주 인수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를 통해 잘못된 결정을 주도한 관계자에게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어서 4ㆍ11총선 이후 정치권의 공세가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농협금융이 새롭게 등장하고 이에 다른 금융지주들이 기존 전략들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등 발빠른 대응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국내 금융권의 지각변동이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에 올인했던 전략을 새롭게 재구성해 2분기 이후 수익성 확보와 해외전략도 새롭게 제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평소 직원과의 스킨쉽을 중요시하며 화합을 강조해온 만큼 부드럽고 합리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과의 인수 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및 각 자회사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김 회장이 향후 어떤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줄지 금융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경영능력 뛰어난 정통 은행맨
하나금융의 지휘봉을 잡게 된 김 회장은 경남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ㆍ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 창립 구성원으로 합류했다. 하나은행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거쳐 2008년부터 하나은행 은행장을 역임해 왔다.
30여 년 동안 은행에 몸담아 온 정통 은행맨인 그는 20년 이상 하나금융에 몸담으면서 내부조직 장악은 물론 경영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매트릭스 조직인 하나금융 가계금융부문장을 맡아 자회사 업무도 꿰고 있다. 회추위원인 조정남 전 SK텔레콤 부회장이 김 내정자에 대해 “하나금융의 현안을 해결하고 그룹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며 “기업가 정신을 높게 샀다”고 평한 까닭이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른 문재인 통합민주당 상임고문과는 부산 경남고 동기로 절친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고위 관료 출신 외부 인사를 염두에 뒀던 하나금융 측은 영입이 여의치 않자 김정태 하나은행장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승유 회장 체제에서 후계자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조직 안정’을 위해 김정태 행장을 대신할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김 회장은 내정된 직후 “중책이 주어진다면 모든 열정과 노력을 쏟겠다. 리더로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헬퍼(helper)’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행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