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9월 김제동씨 등을 비롯해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을 내사하도록 경찰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방송인 김제동씨와 김미화씨, 가수 윤도현씨 등이 방송계에서 중도 하차하자 그 동안 현 정부가 연예인 사찰과 방송하차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문건으로 확인된 것이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은 2009년 8월부터 10월까지 두 달 간 경제범죄특별수사대에 연예비리전담팀 6개을 발족하고 연예기획사 비리사건을 대대적으로 수사했지만 이와 별도로 연예인 등에 대한 사찰도 벌인 것으로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2일 공개된 ‘정부인사에 대한 정보보고’ 문건에 따르면 “2009년 9월 중순경 연예인 기획사 비리사건 수사 진행 중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단독 면담, 특정 연예인 명단과 함께 이들에 대한 비리수사 하명 받고, 기존 연예인 비리사건 수사와 별도로 단독으로 내사 진행”이라고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특정 연예인의 이름은 없지만 다른 문건에는 “2009년 10월 방송인 ‘김제동’의 방송프로그램 하차와 관련하여 매스컴과 인터넷 등 각종 언론을 통해 좌파 연예인 관련기사가 집중 보도됐다”며 “특정 연예인에 대한 비리수사가 계속될 경우 좌파 연예인에 대한 표적수사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 “그 즉시 수사중단의 필요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민정수석실 비선 보고”라고 적어 정권에 비판적인 연예인에 대한 내사를 벌이던 중 ‘표적수사’ 여론으로 인해 이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문건의 존재 자체와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수사기관에서 했는지는 몰라도 경찰은 아니다”라며 “2009년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사건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니 당시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이 연예인 성상납과 관련해 무허가 연예기획사의 횡포를 수사하는 차원에서 접근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도 브리핑을 통해 “당시 다음기획뿐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 사이더스HQ 등 8곳을 대상으로 연예기획사 비리를 두 달간 수사했지만 8곳 모두 결국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며 “그때 강남서에서 수사팀에 파견 왔던 박모 경위에게도 확인했지만, 자신은 해당 문건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고 이번에 공개된 문서도 수사팀의 보고서 양식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민정수석은 권재진 현 법무장관이고,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주상용 현 도로교통공단이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