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협력업체 엔텍 진실공방<추적>
삼성전자-협력업체 엔텍 진실공방<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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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사실 발각, 거래중지”vs “물량 약속 어겨 부도”

삼성전자 “엔텍, 은행 대출 과정에서 부정 저질러”
“담당 직원에게 뇌물 줘, 내부 규정 따라 거래중단 ”
엔텍, “삼성전자 직원이 만든 회사에 물량 몰아 줘” 
“미지급한 납품대금 10억 등 보상금 203억 지불하라”

삼성전자가 옛 협력업체인 엔텍과 뜨거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일 ‘엔텍과 지원산업사 중소기업 피해 배상 촉구 채권단’이라고 밝힌 십여명이 신라호텔 14층 객실에 입실한 뒤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호텔 객실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유인물을 뿌리며 “이건희 회장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유인물을 통해 “삼성 동반성장센터장이 협력업체인 지원산업사와 엔텍을 도산 처리하도록 하고 결제대금을 입금하지 않아 회사가 부도가 났다”며 “엔텍 등에 미지급한 납품대금 10억원과 부도 피해 및 보상금 203억6000만원을 지불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엔텍 등의 채권단이라고 밝힌 사람들이 신라호텔 객실에서 농성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삼성전자와 엔텍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엔텍의 관계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엔텍은 2000년 8월부터 삼성전자에 냉장고 AC모터를 공급했지만, 외주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부정 사실이 발각돼 2001년 6월 거래가 중지됐다는 것이다.

신라호텔 농성 이유는

이에 대해 여태순 엔텍 전 사장은 “삼성이 2001년부터 삼성 직원 출신이 만든 회사로 물량을 몰아줘 회사가 부도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래가 중지된 것에 대한 이유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엔텍측 여 대표 등의 주장에 따르면, 여 대표는 90년대 지원산업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삼성 계열사와 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0년에 삼성전자측에서 냉장고 부품을 납품하라고 해 광주에 공장을 세웠다.
여 대표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2000년 초 삼성전자에서 냉장고 부품 아웃소싱을 제안했다”며 “삼성전자의 넉넉한 주문과 전폭적인 지원 약속을 믿고 광주에서 공장을 세우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이 약속과 달리 일방적으로 생산물량을 급격히 줄였다는 것이 여 대표의 주장이다. 여 대표는 “삼성은 첫달만 22만개의 물량을 주고 이후 물량을 계속해서 줄여 나갔다”며 “부도가 나기 직전인 2003년 9월 물량은 2150개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물량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 임원이 설립한 회사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 대표는 “삼성광주전자 공장의 임원이 N사를 설립했고, 삼성전자가 엔텍에 주던 물량을 N사에 몰아줬다”고 밝혔다. 결국 엔텍의 부도는 삼성전자의 계약위반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삼성 “법적 대응 불사”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법적 대응 불사”를 외치며 해명자료를 내는가 하면 지난 2004년 작성한 엔텍과의 합의서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엔텍사는 과거 삼성전자 외주업체로 2000년 8월부터 냉장고 AC모터를 몇 개월간 공급한 바 있다”며 “하지만 외주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부정 사실이 발각돼 2001년 6월 거래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엔텍사의 부정행위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엔텍은 은행에서 대출을 많이 받기 위해 설비매각 계약서와 인감까지 위조해 삼성전자 설비가 마치 엔텍 소유인 것처럼 꾸미고 삼성전자 담당 직원에게 뇌물을 줬다”며 “삼성전자는 이 일에 연루된 삼성전자 직원을 징계하면서 내부 윤리규정에 따라 엔텍사와의 거래도 중단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엔텍은 경영난에 직면하자 정부 부처에 민원 제기, 언론사 제보, 삼성 사옥 앞 시위 등을 통해 삼성전자에 무리하게 손해배상을 요구해왔다는 것이 삼성전자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어 “삼성전자는 엔텍사의 경영난에 책임은 없지만, 엔텍사 측이 신라호텔 점거 시위처럼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것을 우려해 2004년 12월 4억 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 자리에는 엔텍사 대표이사·감사·채권자 등이 참석했고, 대표의 도장이 날인된 합의서 공증도 받았다”며 “하지만 3년 4개월이 지난 2008년 4월, 엔텍사 여태순 대표는 본인이 합의 현장에 없었다고 억측을 부리며 합의는 무효라고 109억 6000만원의 합의금을 다시 요구했다”고 설명했다.이후 2010년 9월에는 요구 금액이 무려 203억 6000만원으로 증가했고, 이들은 거의 매일 삼성전자 사옥 주변에서 집회를 갖고 확성기로 삼성전자에 대한 욕설과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끊임없이 비방했다고 삼성전자측은 주장했다.

합의서 공개도

이에 삼성전자는 “엔텍사의 시위로 인한 명예훼손과 신용하락 등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며 2011년 8월 명예 및 신용훼손, 집시법 위반 혐의로 엔텍사를 형사 고발했다고 전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12월 24일 당시 옥석호 삼성광주전자 대리인, 여 대표와 정모 감사 등이 작성한 합의서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한 합의서에는 처음 납품할 당시인 2000년 7월 냉장고용 모타 설비 매각, OEM 공급 계약, 일반 구매계약 등과 관련해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합의서에는 또 엔텍 대표 등에 4억5000만원 지원하는 내용과 함께 △언론 등을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해 삼성전자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이 건과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해 외부에 공개·유포하지 않으며 △이 건과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해 정부기관, 시민단체 등 제3자에게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엔텍 측이 합의내용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부담하고 삼성전자로부터 지급받은 4억5000만원의 2배인 9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합의서에는 여 대표의 도장이 날인돼 있으며 주민등록증 사본도 함께 첨부돼 있다.
이에 대해 여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는 위조된 문건”이라고 밝혔다. 여 대표는 “손해배상을 일부 채권에게만 지원해놓고 마치 다 마무리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나머지 피해자들은 전혀 배상받지 못했고, 합의서를 공증할 때 자신은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합의서에 있는 서명도 자신이 서명이 아니며, 필적 감정결과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엔텍 주장, 사실무근”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더 이상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으며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철저하게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가 약속을 위반해 N사에 물량을 몰아줘 엔텍이 부도가 났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또 삼성전자 임원이 N사를 설립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N사 물량을 주기 시작한 이후 삼성전자 직원이 N사에 임원으로 가게 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1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연결기준으로 매출 45조원, 영업이익 5.8조원의 2012년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4.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9.4% 증가했다. 전년동기대비 증감율은 매출은 21.7% 증가했고, 영업이익 96.6% 증가했다.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결과이며,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지만, 이번 엔텍과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조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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