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용만號 출범…풀어야할 난제 ‘수두룩’
두산, 박용만號 출범…풀어야할 난제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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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 이후 두산家, 화해는 언제쯤 이뤄지나
3세 경영→4세 경영, 박 회장 ‘교두보’ 역할 강조돼

박용만 회장이 두산그룹의 새로운 리더가 됐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그간 M&A와 해외사업 개척을 통해 실질적인 경영자 역할을 한 만큼 “당연한 취임”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 앞에 놓인 과제들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특히 지난 3일 박 회장의 형인 고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의 집이 경매에 나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형제의 난’ 이후 두산가의 화해는 언제 이뤄질지에 대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열린 취임식에서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두산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간 뛰어난 성과를 보였던 박 회장이었기에 이런 말에 더욱 믿음이 간다는 이들이 많았다.

불행한 ‘형제의 난’

박 회장의 취임식 다음날 언론에는 고 박용오 전 회장의 집이 경매에 나왔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에 의아해하는 반응도 나왔다. 한 때 두산그룹의 총수였기에 경매에 집이 넘어갈 정도로 경제적 빈곤이 있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매가 그간 두산가에서 혈육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해왔던 것을 반증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상황이 이러자 지난 2005년 두산가에서 발생한 ‘형제의 난’으로 여전히 형제간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형제의 난’은 고 박용오 전 회장이 차기총수로 박용성 현 대한체육회 회장이 추대되자 그룹비리를 검찰에 투서한 사건이다. 검찰은 제보된 내용에 따라 횡령, 분식회계 등의 혐의를 적발했고, 당시 박용성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용만 현 두산그룹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고 박용오 전 회장은 두산가에서 제명당했고, 성지건설의 지분 24%를 인수하며 재도약을 꿈꿨으나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2009년 11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고 박용오 전 회장 일가는 상당한 자금 압박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법원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이번 경매에 나온 성북동 빌라와 대지 등 5건에 대해 제일상호저축은행 외 10곳이 압류와 가압류를 설정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어려움을 가늠할 수 있다.
형제경영으로 우애를 과시해왔던 두산이기에 이런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소통을 중시하는 등 포용력 있는 경영을 추구하는 두산이 정작 혈육의 어려움에는 인색한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는 “‘형제의 난’에 휘말렸던 두산가의 형제간 불화 해소도 짚고 넘어가야 될 문제로 보인다”며 “이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두산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4세 경영’ 준비

한편, 박 회장이 3세 경영체제의 마지막을 장식한 만큼 4세 경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박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형제경영에서 사촌경영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체제가 확립돼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두산그룹의 총수자리에 오른데 대해 본격적인 4세 경영의 시작을 위한 시간 벌기라고 관측했다. 4세 경영의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장남)이다.
이는 두산의 지분율을 볼 때 알 수 있다. 두산그룹의 2011년 공시에 따르면, 박정원 회장은 지분율이 5.35%로 4세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가졌으며, 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은 3.57%,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대표이사(박용성 현 대한체육회 회장의 장남)가 3.04%로 그 뒤를 잇는다.
또 박정원 회장이 두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 된 한편, 박지원 사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 되지 못하면서 4세 경영의 선두주자는 박정원 회장으로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박 회장에게 단순 교두보로써의 역할만 중요하게 강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박정원 회장이 두산그룹의 총수가 되기 위해서는 두산건설 재무상태의 회복이 시급하다. 그룹을 이끌어가는 수장은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것이 중요하나, 박정원 회장은 두산건설의 재무상태 악화로 경영능력을 아직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두산건설의 2011년 공시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부채 비율은 300%가 넘는다.
이에 “박 회장이 박정원 회장이 두산건설을 안정화시켜 경영능력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시간을 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부실한 계열사는 그룹전체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면서 두산건설 경영난 해결도 박 회장이 그룹차원에서 검토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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