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배 이후, 야권 잠룡 행보에 촉각
총선 패배 이후, 야권 잠룡 행보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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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해진 박근혜에 맞설 ‘대항마’가 움직인다

여권에선 이미 ‘박근혜 대세론 굳히기’에 돌입한 모습
민주 일각 “잠룡들이 전면에 나서 당내 혼란 수습해야”
총선 결과, 잠룡간 희비 엇갈려…안철수 조기 등판론 부각
“문재인 보단 안철수가 박근혜 상대로 경쟁력 더 있다” 의견

4월 11일 총선에서 패배한 민주통합당이 혼돈에 빠져든 모습이다. 한명숙 대표가 13일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 물러났고, 야권의 대선구도도 요동치고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여권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이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항마’들이 조기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총선 패배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당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유력 대선후보들이 당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이에 야권의 대선후보로 꼽히는 문재인 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손학규·정동영·정세균 고문, 그리고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 등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그 명령,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을 심판하고, 민생국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 여러분의 열망을 충분히 이끌어 내지 못했다”며 “새로운 변화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데 대해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한명숙의 퇴진

그는 이어 “이번 총선에서 보여주신 민심 속에서 교훈을 찾고 성찰과 자기혁신에 매진하겠다”며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당원의 한 사람으로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처럼 한 대표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제 당권을 누가 맡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당권을 맡는 인물은 민주당의 대선승리를 위한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들의 앞으로의 행보다. 민주당 당헌상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고자 할 때는 대선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문재인,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등은 당권을 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들 대선 후보들이 당 전면에 나서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서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미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이번 총선 승리를 계기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주자로서 독주체제를 굳히며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위원장이 새누리당 최대주주로서 연말 대선 때까지 당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이에 민주당의 대선후보들도 총선 패배에 따른 당내 혼란을 수습하고, 대선 승리를 위한 체제 정비 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만일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박 위원장과 달리 대선 행보의 보폭을 넓히지 못하면, 연말 대선도 야권이 패배할 것”이라며 “또 안철수 원장 등 당외 인사들이 야권의 대선후보로 부각될 경우, 원내 2당인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야권 대선후보간 경쟁 치열

이처럼, 야권 대선후보들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누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민주당 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는 문재인 고문이다. 문 고문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민주당의 불모지에서 당선되면서 대선후보로서 입지는 어느 정도 다졌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올 초만해도 문 고문은 문성근 최고위원 등과 함께 ‘낙동강 벨트’를 형성하며, 부산·경남에서 10석을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부산·경남에서 단 3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그나마 ‘낙동강벨트’지역의 야권 후보들이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얻은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고문이 새누리당의 텃밭에서 당선된 점, 또 야권 후보들이 높은 지지율로 석패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라면서도 “하지만 문풍이 생각보다 미풍에 그쳤다는 점은 그의 정치적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이같이 문 고문이 이번 총선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내면서, 야권의 영남권 대선주자로 김두관 경남지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지사는 대선출마와 관련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총선 이전 대선출마와 관련해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총선 이후 김 지사가 대선출마를 위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김 지사는 지난 12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논평을 내기도 했다. 김 지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4년여간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을 심판하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은 뜨거웠지만 민주통합당은 총선과정에서 이러한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받들지 못해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부산 ·경남지역에서도 야권이 기대했던 의석수를 얻지는 못했다”며 “그러나 야권 후보들이 영남유권자들로부터 받은 높은 득표율은 지역구도 극복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좁아진 문재인, 보폭 넓히는 김두관

김 지사는 특히 “국민들이 정부·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게도 성찰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민주통합당의 당원으로서 이 같은 결과를 누구보다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통렬한 자기 성찰과 반성을 통해서 거듭나지 않는다면 어느 정당 어떤 정치 세력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그의 논평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총선 이후 김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총선 패배 이후 손학규 고문도 주목받는 야권의 대선주자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손 고문은 수도권에서 지원 유세를 해왔다. 야권이 수도권에서 승리한 만큼, 손 고문은 대선주자로서 행동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여당이 승리한 점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손 고문은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민은 역시 무섭다. 겉은 뜨거워도 속은 차다. 국민의 속마음을 찾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정세균 고문과 정동영 고문은 희비가 엇갈린다, 정세균 고문은 종로에서 박 위원장의 측근인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기쁨을 맛봤다. 정 고문은 ‘정치 1번지’에서 당선됐다는 점에서 야권의 대선후보로서 다시 주목받은 계기를 마련했다.
반면 정동영 고문은 새누리당 텃밭인 강남을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었지만, 결국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국회 입성에 실패한 정 고문의 경우 대선 주자로서 보폭이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안철수, 움직일 때가 됐는데

한편, 이번 총선 패배를 계기로 야권 일각에서는 “안철수 원장이 가장 유력한 야권의 ‘박근혜 대항마’가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총선 이후 여론조사를 보면,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총선 이후 국민들은 박 위원장이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 대선후보로 출마할 경우, 야권 대선주자로는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보다 박 위원장을 상대로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노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여야를 막론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다자대결에서 40.5%의 응답자들이 박근혜 위원장을 지목했다. 이어 안철수 원장 19.0%, 문재인 이사장 13.4%, 김문수 경기도지사 5.9%,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 3.6%,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2.1%, 김두관 경남도지사 1.8%,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1.0% 등의 순이었다.
박 위원장의 이같은 지지율은 이번 총선을 통해 박 위원장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권의 대선 주자 중 최종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는 문재인 이사장을 지목한 응답이 28.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안철수 원장 23.0%, 손학규 전 대표 9.5%, 김두관 도지사 4.8%, 유시민 공동대표 2.5%, 정동영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1.9%, 정세균 전 민주통합당 대표 0.7% 등이었다.
야권 대선 후보 가능성과 별도로 문재인 이사장과 안철수 원장 중 박근혜 위원장과 대선 가상 대결을 벌일 경우 누가 더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안철수 원장(39.7%)이 문재인 이사장(30.2%)을 앞질렀다.
이와 관련해 모노리서치 관계자는 “최근 야권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문재인 이사장의 리더십과 역량 기대치가 총선과정에서 다소 희석된 반면, 상대적으로 다양한 연령층과 지역, 정치지향을 가진 유권자들에게 호감도가 높은 안철수 원장이 대선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조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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