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회장, 횡령 및 배임 혐의 검찰 기소
선종구 회장, 횡령 및 배임 혐의 검찰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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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및 경영진 비리 등 안팎의 악재 흔들흔들
▲ 횡령 및 배임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업계의 관심은 그동안 잘나가던 하이마트의 경영 정상화할 수 있을지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현재 주식매매가 중단된 하이마트는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를 받고 있어 거래 재개 시점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경영 정상화를 위한 대표이사직 사퇴를 놓고 선종구 회장과 유진기업 측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현재 선종구 회장은 총 4,060억 원에 달하는 배임·횡령·조세포탈·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황이다. 동시에 검찰은 유진기업 유경선 회장에 대해서도 하이마트 인수합병 과정에서 선 회장에게 돈과 액면가로 주식을 취득할 권리 등을 선 회장에게 준 혐의(배임증재)로 불구속 기소했다.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하이마트는 최대주주인 유경선 회장과 단독 대표였던 선종구 회장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돼 왔다. 유 회장은 재경 분야를 선 회장은 영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을 나눴다. 하지만 선 회장은 자기자본의 18%를 웃도는 2,590억 원을 횡령·배임하고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유경선 회장도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선 회장에게 이면계약서를 작성해 준 혐의(배임증재)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유경선 회장은 하이마트를 적극적으로 인수하기 위해 선종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보장해 주는 모종의 거래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동정을 받고 있다.
4월 25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 퇴진안이 상정되어 논의될 것이지만 대체로 “유경선 회장만 살아남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모두 6명의 이사 가운데 선 회장과 유 회장을 제외한 4명이 사외이사로 이 중 3명은 유진그룹 측 인사로 분류된다. 따라서 표 대결 경우 유진 측의 승산이 높다는 분석이다.
유경선 회장은 하이마트 이사회의장직에서는 일단 물러났으며 대표직에선 사퇴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은 유경선 유진기업 회장의 하이마트 대표이사직 사퇴 문제로 다시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4월 19일 19일 선 회장은 하이마트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신속한 회사 정상화를 위해 본인과 함께 유경선 회장도 대표직에서 물러나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임시이사회의 결론은

그렇지만 하이마트 1대주주인 유진그룹은 “범죄 혐의로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 선 회장만 퇴진하면 되지 동반 퇴진 요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이마트의 신속한 매각을 위해서도 경영의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필요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진기업 측은 “2대주주의 범죄 혐의로 하이마트 주식거래가 중지되고 매각작업도 표류하고 있다. 비리 당사자 해임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와 관련이 없는 대주주의 사퇴는 매각 추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선 회장 측이 ‘물귀신 작전’으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진기업 측 주도로 회사를 클린화 한 뒤 매각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렇지만 선종구 회장 측은 “이사진 구성이 유진 측 위주로 구성돼 있어 이사회의장직 사퇴는 별 의미가 없다”면서 “인수합병 과정의 배임증재 사실은 물론 지난해 11월 경영권 분쟁을 비롯해 각자대표 도입 및 매각 합의까지 유 회장도 책임이 있어 공동 퇴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 회장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은 하이마트의 경영권이 대주주인 유진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6일 하이마트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유 회장이 의장직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유진기업은 지난 4월 18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경영권과는 별개로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영권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편 하이마트는 4월 25일 대표이사 해임을 안건으로 임시이사회를 다시 열고 대표를 바꾼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날 열리는 이사회의 안건이다. 현재 이사회 구성원은 총 6명으로 선종구·유경선 등 2명의 사내이사와 신임 의장으로 임명된 엄용호 연세대 교수를 비롯해 4명의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 사외이사 가운데 3명은 대주주인 유진기업측이 추천한 인물이고, 1명은 하이마트 측에서 추천한 인사다. 이 때문에 임시 이사회가 열리고 대표이사가 사퇴하고 나면 유진 측에서 추천하는 인물이 새로운 대표이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선종구 회장이 대표이사 2인의 동반사퇴와 함께 “기존 4명의 사외이사도 이사직에서 사퇴해 조속한 시일 내에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는 것이 하이마트를 새롭게 탄생시키는 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진기업 측에서 대표가 되면 선종구 회장이 남길 수 있는 것이 없다. 다만 유경선 회장도 현재 검찰이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표이사를 맡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배임한 금액에 따라 상장 폐지 여부가 결정되지만 유 대표가 하이마트 대표직을 유지할 경우 상장폐지가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매각작업은 어떻게

하지만 적어도 임시 이사회를 통해 유 대표가 희망하는 인물을 대표이사직에 앉히는 것은 가능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하이마트의 경영권은 사실상 유진그룹으로 넘어가게 되고, 매각자체가 물 건너 갈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매각하지 않는 것은 유진기업의 희망사항”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하이마트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 역시 유경선 회장이 하이마트 경영권을 원했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며 “눈엣가시이던 선 회장이 비리 혐의로 물러나면 경영권을 손에 쥘 수 있고 매각을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하이마트와 유진기업 사이의 내홍을 두고 업계에서는 “선종구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 날 상황에 처하자 유경선 회장의 단독경영을 막기 위해 동반 퇴진을 거론했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거센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선종구 회장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끝까지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마디로 무리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이와 관련해 하이마트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한국거래소는 대표이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꺼리고 있다.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상장폐지 여부 중대기로

익명을 요구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재개 여부는 현재 하이마트에 달려있다”며 “경영 투명성 개선 계획을 제출했으나 내용이 부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경영을 누가 맡느냐보다 회사가 어떤 경영 투명성 개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키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6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면서 하이마트 주식거래를 정지시킨 뒤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인지를 가리고 있다. 심사의 초점은 하이마트가 제출하게 될 경영투명성 개선 계획의 실효성 여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이며, 심사기간은 최대 15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심사에서 하이마트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면 실질심사 위원회로 회부돼 또 15일간의 심사를 거치게 된다. 위원회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이의신청 기간을 거친 뒤 다시 상장위원회에서 최종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마트가 상장폐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누가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하이마트 주가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선종구 회장과 유진그룹의 갈등으로 하이마트 매각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졌다. 선 회장이 추징금 납부를 위해 보유주식을 팔 때 제3자에게 넘길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 관계자는 “유진그룹은 하이마트의 주식 거래가 정상화되면 상장 폐지 심사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매각 협상의 키를 쥐게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하이마트의 영업실적이 곤두박질쳐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경영권 분쟁과 경영진 비리 등 안팎의 악재로 인해 직원들이 영업에 매진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업실적 곤두박질

지난 4월 18일 하이마트는 올해 1/4분기 매출액이 6,950억 원으로 전기 대비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332억 원으로 35%, 당기순이익은 260억 원으로 49% 각각 급감했다.
지난해 말 터진 경영권 분쟁에 이어 선종구 회장과 유경선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잇따라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도저히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었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렇게 하이마트가 올린 실망스러운 실적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증권 관계자는 “경영공백에 따른 영업력 약화 등으로 하이마트가 어닝쇼크를 기록했다”며 “경영 공백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영업력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장범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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