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 감염 소가 발견되면서 정부의 저자세 외교가 여론의 도마 위에 또 올랐다. 정부는 쇠고기 촛불시위의 대책으로 2008년 5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광고까지 냈다. 그런데 26일 톰 빌색 미국 농무부 장관이 “광우병 사태와 관련해 한국 등 일부 국가들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감사한다”는 내용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들끓기 시작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가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 중단을 발표한 이후 네티즌들은 모든 SNS에서 정부의 저자세외교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특히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26일 “광고문구는 생략되고 축약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국무총리 담화문을 봐야 한다”면서 “(2008년 5월8일) 총리담화문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발생된 광우병 소는 30개월 지난 젖소이기 때문에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판단을 아직 할 수 없다”고 해명했고, 이어 “정부와 청와대 모두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이라며 “검역 강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발표하자 네티즌과 야당의 반발은 거셌다.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지난해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생매장했던 것을 경험한 많은 국민들이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에 대해 그냥 놔둘 리가 없다.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중단을 촉구했다. 국민행동은 “검역중단이나 수입중단이 아닌 검역강화 조치만 취한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무시한 행위”라면서 “연간 0.1%에 불과한 4만 마리에 대해서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광우병에 걸린 소는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2008년에 체결한 수입위생조건도 재협상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26일 국회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검역 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2008년 촛불집회로 심판을 받았듯이 2012년 대선에서 투표를 통해 촛불로 응징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008년 5월 8일 정부가 주요 언론에 대국민 광고를 통해 “광우병 발생 시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국민과의 약속은 헌신짝 버리듯 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통합진보당도 전방위 공세를 퍼부었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이날 대표단 회의에서 “상대국의 논리를 들이대는 정부는 국민 안전과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면서 “검역을 중단하고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미국산 소고기를 회수해 전면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가 미국 눈치나 보며 검역 중단조차 보류한 것은 대국민 약속을 짓밟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새누리당은 수입중단 검토를 정부에 요구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정부는 우선 광우병 발생 원인이 무엇이고, 사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하며 광우병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국민에게 사실대로 알려 줘야 한다”면서 “만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또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정부는 수입중단도 검토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청와대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해 여야가리지 않고 저자세외교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의 건강인지, 미국의 눈치인지 명확한 입장표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