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린도의 창업주 승은호 회장(70)은 2009년 작고한 동화홀딩스 회장 승상배 회장의 아들로 알려져 있으며, 코린도는 벌목과 인공조림을 병행하며 사업 확장을 한 대표적 한상기업이다. 코린도는 벌목과 인공조림 외에도 윈드파워, 특장차, 그린에너지 관련 등과 같은 사업으로 인도네시아는 물론 관련 사업을 하는 다른 국가에도 긍정적 이미지를 쌓은 기업이라 평가 받고 있다. 그런 코린도가 현대차를 상대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법원에 약 1조 6천루피아(한화 약 2천억원)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06년, 코린도는 현대차와 손잡고 인도네시아 중형 상용차(트럭, 버스)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상용차를 생산하고, 코린도는 인도네시아에서 ‘판매’ 위주의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특히 2007년에 출시된 마이티(Mighty) 트럭은 2008년, 인도네시아 시장 점유율 4.4%에 해당하는 3,247대의 경이로운 판매기록을 보이며, 현대차와 코린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코린도는 마이티로 초기 시장 점유를 하기 위해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40% 리스 조건이라는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현대차는 코린도의 그런 공로를 인정해 2008년 최고의 에이전트상을 수여하는 등 누가 보더라도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 파트너로서는 아무 문제없는 듯 보였다.
사업 파트너에서 갈등관계로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 ‘현대 다이모스’에서 부품을 납품 받아 만들던 마이티 트럭을 갑자기 현대차측에서 중국산 부품으로 바꿔버린 것을 계기로 두 기업은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코린도측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상용차 기준은 일본의 자동차 기업인 M사가 최적의 기준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는 현대차에게 일본의 M사와 비슷한 사양의 상용차 생산을 부탁했고, 현대 다이모스에서 부품을 납품받아 생산해냈지만 값이 비싸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차측은 가격인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현대차는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자고 제안했고, 기존의 ‘현대 다이모스’에서 생산된 부품과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우리 역시 중국산 부품이 현대 다이모스에서 만들던 부품과 품질이 같다면 아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산 부품으로 만든 트럭에는 하자가 많았다. 트럭을 구입했던 딜러들과 고객들부터 항의 및 반환요구를 수없이 받았고, 심지어는 공장 마당에 트럭을 몰고 와 그것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산 부품은 자동차에 동력을 전달하는 주요부품 리어액슬(Rear Axlr)과 변속기(Transmission) 등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코린도측의 주장이다.
코린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운전자들이 브레이크 페달을 잘 밟는 습성을 강조하며 “중국산 부품으로 바꾼 것은 인도네시아 지리적 상황 및 운전자들의 성향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 다이모스에서 납품 받아 만든 트럭에는 지금까지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반면 중국산 부품으로 만든 트럭은 문제가 많이 발생되니 너무도 기이하다”고 덧붙였다.
버스 폭발 사고, 책임 공방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산 부품에 대한 내용은 이미 삼자(현대차, 중국부품납품업체, 코린도)간에 합의 하에 이뤄진 계약이며, 실제로 현대 다이모스에서 생산하는 부품과는 품질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말했고, 인도네시아 관련 지리적 상황에 대해서는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많게는 300% 이상의 과적 차량이 운행되고 있어 차량의 결함은 이와 같은 문제일 뿐이지 부품과는 전혀 상관없다. 우리(현대차) 역시 인도네시아 상용차 시장에 진출하기 전 조사단을 통해 현지 조사를 완료한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고, 중국산 부품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은 코린도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지난 해 10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도심에서 현대차가 만든 CNG가스 버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돼 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사건이 발생했다. 코린도에 따르면, 당시 이 사고에 관련해 현지에서 입장이 곤란해진 코린도츠은 현대차에게 시정부 안전점검 요청 공문을 첨부해 정밀 검사반의 파견과 그에 맞는 대응을 강구할 것을 권유했지만 현대차는 계약서상 현대차의 책임이 아닌 것을 강조하며 그 책임을 코린도에게 떠넘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코린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국립과학수사원에 원인을 의뢰했고, 인도네시아 국과수는 CNG가스를 담고 있는 용기 자체가 불량이라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코린도측은 이와 같은 내용을 보내기까지 했지만 현대측은 오히려 코린도를 상대로 폭발한 탱크용기 샘플을 요구하면서 한국에서 실험해 자체적으로 원인 분석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코린도 관계자는 “현대차측이 피해보상 등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며 “오히려 판매 및 서비스 위주로 매진한 코린도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억지를 쓰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라고 성토했다.
당시 부품을 수입해서 상용차를 조립하던 회사는 현대차였고, 코린도는 단지 판매, 서비스와 같은 세일즈를 위주로 활동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코린도측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코린도측은 “지난 2009년 3월23일부터 24일까지 현대차와 중국 부품회사가 변속기 문제에 대해 합동조사가 이뤄졌으며, 조사에서 일부 부품에 결함이 있음을 확인하는 계약서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 관계자는 “그런 계약서에 대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 따라서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코리도는 “계약서에는 불량부품에 관한 처리방안 및 대응에 대해 명시되어 있으며, 삼자(코린도, 현대차, 중국부품업체)기업 대표들의 친필 사인도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코린도의 일방적 주장
코린도와 현대차가 부품 문제로 자꾸만 삐거덕거리자 양측 대표와 임원들이 모두 모여 이에 관한 협상을 논의했다. 당시 이 상황을 두고 코린도측 관계자는 “당시 양사간에 트랜스미션과 리어액슬의 품질 문제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있었고, 우리(코린도)쪽 상용차 담당 사장이 그 문제에 대해서 직접적인 거론을 하며 현대차측에 시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측은 협상조건으로 코린도측 상용차 담당 사장과 임원을 퇴사시킬 것을 내걸었고, 이 황당한 요구에 처음에는 반발을 한 코린도였지만 사업의 정상화와 안정을 위해 결국 그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코린도측 관계자는 “그 당시 현대차의 그러한 처사는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 판매실적을 회복해야 하는 코린도의 급한 실정을 이용한 비신사적 행위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코린도는 또 “현대차와의 우호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현대차측의 계약해지 통보 뿐 이었다. 게다가 약속했던 AS부품 지급 역시 하지도 않고 계약해지를 들먹이며 이행하지 않았다”며 “판매사에게 모든 것들을 책임지라 한 것도 분통이 터지는데 AS부품도 주지 않고 일방적 계약파기까지 한 현대차의 이와 같은 행위는 분명 비신사적인 행위이며 한상기업을 죽이려 하는 것이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 일을 두고 현대차 관계자는 “2006년에 이미 한 계약파기를 근거로 AS부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코린도의 일방적인 억측이며 우리는 지금까지도 AS부품을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또한 계약파기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부분이 전혀 아니며, 계약만료 시점에서 끝낸 것인데 무엇이 문제인가”라 반문하며 “사장 전출과 임원 퇴직 요구는 우리가 한 것이 아니며 그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코린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계약이 모두 종료됐음을 인정 한다면 ‘선의(Good Will)' 를 베풀어서 AS용 부품 판매 공급을 시작하겠다는 황당한 조건을 내세웠다 한다.
2000억 규모의 소송 제기
코린도의 승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 법원에 피해보상 소송을 냄과 동시에 지난 2일, 세계한상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함께 상생하자던 현대차는 살생의 칼을 빼든 채로 동포 기업이 애써 개척한 사업을 짓밟고 아픔을 우롱했다”며 “자사의 성장만을 추구하려는 고국 대기업의 폭거에 결연하게 대처할 각오를 다지고 있으며, 한인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총력을 기울 것이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어 승 회장은 “부품공급을 중단하는 등의 방식으로 목을 죄어서 <코린도> 측에서 백기투항을 하면 우리가 설립하고 투자한 상용차 조립공장과 영업기반 등을 헐값에 날로 삼키겠다는 발톱을 드러낸 것”이라 현대차를 비난했다.
아울러 코린도측 한 관계자는 “한 번이라도 우리가 원하는 공식적 답변을 해준 적 없는 현대차측에 많이 실망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현대차측이 우리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기 바라는 마음뿐이며 특히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이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을 바라고 있다”라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사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소송이 아직 진행 중에 있어서 그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들(코린도)의 말은 전부 그들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며, 그들이 걸어온 소송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